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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m 좌표 차이 나는 '지점번호'…3m 떨어져 중복도

<앵커>

등산을 하다 보면 곳곳에 한글과 8자리 숫자가 적힌 기둥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긴급할 때 구조당국에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국가지점번호'라는 것인데, 알고 보면 엉뚱한 좌표가 적힌 경우도 있고 훼손되거나 방치된 곳도 많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등산 도중 다리를 다친 20대 남성을 소방헬기가 구조합니다.

[소방서 관계자 : 119 신고할 때 국가지점번호를 먼저 불러 줬어요. 그래서 그 위치를 확인하고….]

사고 현장 위치가 적힌 국가지점번호표지 덕을 본 것인데 이런 표지는 전국 산악지역에 6만 3천 개가 있습니다.

표지를 보고 119에 신고한 사례가 올해만 200건이 넘을 정도로 등산객 안전에 도움을 주지만, 관리는 허술합니다.

지자체가 설치할 곳을 정하면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측량한 뒤 좌표 번호를 부여하는데, 오기와 오류가 빈번합니다.

국토정보공사의 위치 검증을 받지 않고 지자체 마음대로 설치한 것도 200건 가까이 되고 훼손, 방치된 것도 여러 개입니다.

최근 강원 인제에서는 표지 좌표가 실제 위치와 45km나 차이 나는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구조대가 45km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던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민간 산악인들이 나서 잘못된 좌표를 찾아 신고하기도 합니다.

[최순호/산악 동호회 운영자 : 시뮬레이션 잠깐만 돌려도 잘못된 부분이 바로 나옵니다. 2년 넘게 (개선 요청을) 하다 이제는 지쳐서….]

공사는 "측량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표지판 설치나 보수 중 숫자가 바뀌거나 잘못된 곳에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통합 관리도 안 되다 보니 같은 곳에 중복으로 세우기도 합니다.

청계산 등산로에 있는 국가지점번호 표지입니다.

지난 2015년 성남시가 설치한 것인데, 다섯 발자국만 옆으로 가보면 경기도가 설치한 또 다른 표지판이 3m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병도/더불어민주당 (국회 행안위) : (국가지점번호는) 국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시설입니다. 유관기관이나 지자체가 규정을 잘 지켜 운영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고….]

관리를 강화하자는 법안이 지난 국회 발의됐다가 논의조차 안 됐는데, 더 늦기 전 촘촘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하 륭, 영상편집 : 김준희, CG : 류상수, 자료제공 : 서울119특수구조단·한병도 의원실·'안드로이드 gps&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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