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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스가는 트럼프를 '도널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월드리포트] 스가는 트럼프를 '도널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정책 말고 스타일도 '아베 계승'?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10.07 14:30 수정 2020.10.08 17: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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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어제(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 제1차 집권 이후 25차례 회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메르켈 총리가 "13년 전 (독일) 하일리겐담 정상회의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독일과 일본에 정상 간 '무지개'를 드리웠다"고 말했다며 감회가 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트윗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앙겔라의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사진=아베 트위터
퇴임 발표(8월 28일) 이후 한 달, 후임인 스가 총리의 취임(9월 16일) 이후 20일이 지났으니 아베 전 총리는 완전히 '추억 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독일 메르켈 총리를 '앙겔라'라는 이름으로 부른 트윗을 보고 문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식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도널드'라고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반 동안 14번의 대면 정상회담과 37번의 전화 회담을 가지며 긴밀한 관계를 강조해 왔습니다. 때때로 미국과 일본의 유명 골프장에서 동반 라운딩을 즐긴 장면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유성재 취파용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어필'을 한 것은 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관계를 깊이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83년 11월 일본을 찾은 레이건 대통령을 당시 나카소네 총리가 그야말로 '극진히' 대접했고(일본의 경제 성장을 견제하기 시작한 미국에 대한 유화책이었죠), 이후 그들은 서로를 '론(로널드의 애칭)'과 '야스(야스히로를 줄인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유성재 취파용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며 국제정세를 논할 수 있는 지도자. 일본의 전전(戰前) 세대에게는 괴멸적인 패전의 그늘에서 이제는 완전히 벗어났다는 인식을 주고, 전후(戰後) 세대에게는 '세련되고 강한 총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全)세대형 전략입니다. 실제로 '론-야스'를 모방해 '도널드-신조'를 매칭시킨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퇴임 전에도 20, 30대 젊은 층에서 50대 이상 중년층을 앞서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의 이런 의도적 '이미지 만들기'가 상당 부분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친구처럼 서로 이름을 부르던 트럼프-아베 두 정상의 관계가 미일 관계에 정말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얻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주일미군의 주둔비 협상,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이지스 요격시스템 도입 등에서 일본이 퍼부은(혹은 퍼부을 예정인) 돈과, 안보상의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물음표'가 남는다는 분석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앙겔라'에게 감사를 표한 어제, 마침 스가 신임 일본 총리가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도쿄에서 만났습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가하는 4개국 외교장관 회의(일명 '쿼드Quad')의 2년 차 회의가 도쿄에서 열렸는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것입니다. 쿼드 회의는 중국의 유라시아 전략인 '일대일로', 특히 그 가운데 남방의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견제하는 공동 전선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국경절 연휴 중인 중국은 공식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불편했을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스가 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스가 총리를 만날 때, (동양적 전통을 중시하는 듯)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목례를 했고, 스가 총리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주먹 인사'를 제안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스가 총리는 상당히 세게 폼페이오의 주먹에 주먹을 맞댑니다. 취임 이후 첫 '대면 외교', 그것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는 자리, 내외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자민당 총재 출마 초기부터 외교 면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줄곧 의식해 '총리가 된 이후에도 외교는 아베 총리의 자문을 구하겠다'고 사실상 경험 부족을 인정한 스가입니다. 집권 후에도 특히 외교는 '아베 노선'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스가 총리가 폼페이오를 만나 교환한 강한 '주먹 인사'를 보고 저는 스가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을 때 전임 아베 총리처럼 그를 '도널드'라고 부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알려진 대로, 아베 총리는 세습 정치 가문에서 자라났습니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로 유명합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어를 공부했고, 고베 제강소에 입사한 뒤에는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유복한 정치가 가문 아들인 데다 미국 경험...종합하면 총리가 된 이후 서구의 지도자들과 만났을 때 서양식의 평등한(평등해 보이는) 관계를 만드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 '론-야스'라는 전례가 있고, 그 전례가 일본의 외교적 이익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이르면 서구 지도자와 서로 이름으로 호칭하는 사이가 되는 것을 어찌 보면 스스로의 자산을 내친김에 살리는 '생존 전략'으로 삼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데 스가 총리는 전임 아베 총리와는 배경부터 다릅니다. 물론 스가의 아버지가 경영한 아키타현 유자와시의 딸기 농가가 상당한 성공을 거둬 아버지도 이른바 '지역 유지'였고, 누나 두 명도 당시로서는 드물게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다는 걸 보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 입문 이후 총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스가는 아베보다 꽤 어렵게, 고생해가며 올라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11년 동안의 중의원 비서관, 9년 동안의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마침내 중의원에 입성했을 때, 스가는 이미 50을 바라보는 나이였습니다.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시작해 아버지 사망 후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아 40세가 되기도 전에 중의원이 된 아베 전 총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외교, 특히 서구 강대국과의 외교에서는 비교적 활달하고 친밀하며, 때로는 재미있는 인상을 보이려 노력해 왔습니다. 서구 정상들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 외에도, 골프장에서 벙커 턱을 넘다가 뒹굴어도-그게 카메라에 찍혀 전 세계로 퍼져도-개의치 않았고, 정상들이 VIP석에서 관람하는 리우올림픽 폐막식에 게임 캐릭터인 '마리오' 복장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강대국의 정상들과 친밀한 관계임을 늘 강조했고, 관계 유지에 큰돈을 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게 외교적 실리보다는 국내 지지층에 대한 '어필'이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베식(式) '친교'를 받아들이는 서구 정상들에게 분명 나쁜 인상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베 외교 노선'을 이어받겠다는 스가 총리지만, 아베 전 총리의 이런 서구적 외교 스타일까지 이어받을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지난달 20일 신임 스가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미일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스가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하고 회담을 한 뒤 그를 '도널드'로, 트럼프는 그를 '요시(요시히데를 줄여)'로 부를지도 아직은 안갯속입니다만, 트럼프 본인마저 코로나에 걸리는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일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자리는 당분간은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스가가 만나서 불러야 하는 이름이 '도널드'가 아니라 '조(바이든)'가 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꽤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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