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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숨진 그 놀이터…3년 만에 나타난 '뜻밖의 증거'

내 아이 숨진 그 놀이터…3년 만에 나타난 '뜻밖의 증거'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20.10.06 21:10 수정 2020.10.06 21: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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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7년 11월, 저희는 서울 서초구의 한 놀이터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 사고를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8시 뉴스 내용 먼저 잠시 보시겠습니다.

[(2017년 11월) 한 아이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더니 잠시 뒤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이는 잠깐 걷다가 주저앉더니 결국 드러눕습니다.]

미끄럼틀에서 떨어졌던 이 6살 아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다섯 달 뒤에 숨졌습니다. 저희는 오늘(6일) 이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전형우 기자 리포트 보시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아이를 허망하게 보낸 뒤 가족의 삶은 삶이 아니었습니다.

[성훈 군 아버지 : 모든 시간이 그때 멈춰버려서 진행을 안 하는 거 같습니다.]

사진과 유품만 거실 한 구석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훈 군 어머니 : 그 때 받은 충격으로 (놀이터에 함께 있었던) 큰 아이도 한참 동안 상담을 해왔고.]

아이 부모는 안전검사를 하지 않은 채 놀이터를 개방했던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말 나온 1심 판결은 원고 패소.

구청이 안전검사 전 놀이터를 개방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사고 직후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놀이터 충격 흡수재 등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습니다.

항소를 한 부모는 업계 내부의 제보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심 판결의 근거가 된 안전검사는 사고 발생 닷새 뒤 실시된 것인데, 그 이틀 전에 1차 검사가 이뤄졌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1차 검사 종합판정은 '불합격'이었습니다.

1심 법원에는 2차 검사 '합격' 결과만 증거로 제출됐던 것입니다.

[성훈 군 아버지 : (구청이) 굳이 이 불합격은 알릴 필요성이 없어서 안 알렸다고 합니다.]

안전검사 수행 기관은 1차 부적합 판정 후 미끄럼틀 주변이 아닌 다른 곳을 보수한 뒤 2차 검사를 벌여 '합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검사업체 관계자 : 흔들놀이기구 주변에만 불합격 난 상황이어서 그건 충분히 (이틀 만에 보수가) 가능한 거죠.]

하지만 1차 검사에서는 일부 바닥 충격 흡수재에서 머리상해지수, HIC값이 안전기준인 1,000을 넘어 '부적합'인 것으로 돼 있습니다.

바닥에 고르게 까는 충격 흡수재의 특성상 한 지점이 기준에 부적합하면 다른 지점도 위험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배송수/한국놀이시설안전기술원 원장 : 한 곳에서 HIC 1,388이 나왔다고 하면 다른 곳도 사실 의심을 한 번 더 해보고. 1,388은 아이가 사망할 가능성이 10% 이상 되는 HIC 값이라고 보시면 되죠.]

서초구청에 1차 부적합 검사 결과를 밝히지 않은 이유 등을 물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새로 드러난 1차 검사 결과가 2심 재판부에 제출됐지만, 1차 검사 결과와 구청의 과실, 그리고 아이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판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성훈 군 아버지 : 진실을 알려야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한테 떳떳할 것 같고요.]

2심 재판은 오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강동철·김학모,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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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전해 드린 전형우 기자와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Q. 취재 경위는?

[전형우 기자 : 취재를 시작했던 사고 직후에는 이제 성훈 군이 뇌사 상태였습니다. 이후 끝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2년 넘게 재판에 매달려온 부모가 이제 숨겨진 증거가 있었다면서 최근에 연락을 해왔고요. 그래서 다시 취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아이 부모는 이 사고의 안전 책임이 제대로 밝혀져서 또 다른 아동 사고가 생기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Q. 1차 검사 결과…항소심 재판 영향은?

[전형우 기자 : 제가 법원에 제출된 이 2차 검사 결과 보고서랑 또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1차 보고서를 같이 가져와봤습니다. 무엇보다 서초구청이 이 1차 검사 결과를 굳이 밝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좀 석연치 않은데요. 이 1차 보고서는 사고 직후에 경찰 내사 단계에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보고서입니다. 보시면 1차 때 불합격이었던 것이 합격으로 바뀌었고요, 그다음 머리상해지수 그러니까 HIC 값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측정 지점별로 편차가 좀 큽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새롭게 드러난 1차 검사 결과 때 HIC 값이 좀 더 크게 나오는 것인데요, 그래서 해당 전문가도 전반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서초구청이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사고가 났던 놀이터를 전면 보수공사를 실시했고, 그래서 재검증은 불가능해졌습니다.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1차 안전검사와 구청 측의 조치, 그리고 성훈 군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원고, 그러니까 성훈 군의 부모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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