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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된 축사 · 농경지는 자갈밭…시름 깊은 한가위

<앵커>

올여름 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서는 수확의 기쁨 대신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수마가 할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추석을 맞이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유영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경기도 이천시 산양1리 마을은 지난 장마 때 저수지 둑이 터지면서 집이며 논밭이 모두 흙탕물에 잠겼습니다.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 흔적은 뚜렷합니다.

저수지는 처참히 붕괴된 모습 그대로이고, 가축 없는 축사는 폐허가 됐습니다.

하류의 농경지는 자갈밭으로 변했습니다.

이 농가는 쓰레기와 진흙이 7개 하우스를 덮치면서 가을 농사를 포기했습니다.

[수해 농민 (이천시 산양1리) : 8월 달에 1년 중에 채솟값이 제일 비싸요. 그래서 8월에 돈을 조금 해 놔야 그나마 쌀 때 버틸 수가 있는데 (수해로) 여태 놀았어요, 여태.]

과수원 피해도 심각합니다.

6년을 키운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물에 잠겨 죽었습니다.

[이종진/이천시 산양1리 농민 : 나무가 안 죽었으면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농사 못 지었다 생각하고 내년에 수확을 보면 되는데, 나무 자체가 죽었으니 앞으로 6년을 더 키워야 수확을 볼 수 있는 거죠.]

이천과 함께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용인시 백암면 일대도 수해 상처가 여전합니다.

논은 모래에 잠겨 있고, 벼는 제대로 영글지 못해 쭉정이가 됐습니다.

[안원섭/용인시 백암면 농민 : 복구를 해야지. 이거(논) 그냥 뭐 쓸 수가 있어요? (벼도 수확 못 하나요?) 벼도 못 써요. 이거(벼) 잘라 가지고 뭐 해요.]

재난지원금은 부족하고 일손도 모자라 언제 복구가 될지 기약 없는 상황.

수해 마을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을 잊은 채 시름 깊은 한가위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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