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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빌라 3층 화재로 창문에 매달린 집주인...바닥에 스티로폼 깔아 구한 행인

절망에서 희망으로, 기적의 구조 시리즈 ⑥

빌라 창문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한 남성이 창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빌라 3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안에 있던 주민이 불길을 피해 창밖으로 나와 창틀에 매달려 있는 겁니다. 

때마침 '불났다'는 외침을 듣고 한 시민이 화재 현장에 다급히 달려왔습니다. 62살 오성균 씨는 업무차 근처를 방문해 주차장에 막 차를 세우는 중이었습니다. 오 씨는 큰길로 나와 "어디 불났어요?"하고 소리를 쳤고, 주민 50살 장 모 씨는 "나 좀 살려달라"고 외쳤습니다. 

오 씨는 먼저 주민 장 씨에게 119에 신고했는지부터 확인한 뒤, 젖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낮은 자세로 문밖으로 대피할 것을 유도했습니다. 그러나, 문쪽에서 불이나 대피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장 씨는 "이미 유독가스를 많이 마셨다"며 "창문으로 밖에 탈출을 못한다"고 외쳤습니다. 

이에 오 씨는 장 씨가 창밖으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도록 깔아둘 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는 "매트리스 같은 걸 찾으려고 쓰레기 버려둔 데 몇 군데 다녀도 쓸만한 게 없었다"며 "난감한 상황에서 얼핏 시멘트 폐석자재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 저게 제발 스티로폼이길' 하고 마음속으로 진짜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와서 딱 만져보니까 스티로폼이었다"며 "압축된 스티로폼이 아닌 푸석푸석한 (부드러운) 스티로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오 씨는 가까스로 찾은 스티로폼 더미를 창틀에 매달린 주민 바로 아래쪽에 쌓아두었습니다. 곧이어 장 씨는 뜨거운 열기에 괴로워하며 소리 치다가 창틀에서 손을 놓았고, 스티로폼 더미 한가운데로 떨어졌습니다. 
 
그는 "주민이 탁 떨어지는데 정말 고맙게도 스티로폼 세 덩어리 중에 한 가운데 떨어졌다"며 "119 구급대원들이 곧 도착해서 목 보호대를 하고 병원으로 옮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오 씨가 깔아준 스티로폼 덕에 장 씨는 손에 화상 말고는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스티로폼은 충격을 흡수해 잘게 부서졌습니다. 

그는 "집에 가면서 제발 탈 없이 무사하시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며 "큰 부상 없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비로소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오 씨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했지만, "당연한 일인데, 알리지 말아달라"고 소방관들에게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당연히 누구라도 그 상황 되면 그렇게 했을 테고 서로 사람 간에 그런 게 기본적인 마음이고 도리인데 이런 거 취재 응하는 것도 제가 부담스럽다"고 소방관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 분의 의지가 강하셨기 때문에 그래도 큰 부상 없이 구조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실 부끄럽다"면서 "작은 일이지만 뉴스를 통해서 국민들이 새 희망을 갖고 서로 마음을 하나로 엮어간다면 코로나19보다 더 한 것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을 전했습니다. 

불은 장 씨 집을 모두 태운 뒤 출동한 소방에 25분 만에 꺼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충전 중이던 전기 자전거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장 씨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글·구성 : 조을선 기자, 취재 : 안희재 기자, 편집 : 한만길, 이홍명 기자, 영상 제공 : 송영훈·박정민·대전서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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