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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람 지옥에 던진 꼴"…위험 떠안은 '돌봄 노동'

<앵커>

추석 연휴에도 요양 시설에서 어르신들 옆에 있는 돌봄 노동자들은 평소처럼 일을 해야 합니다.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한 위험부담까지 모두 감내하고 있는데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석 달 전 돌봄 일을 그만둔 60대 요양보호사는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일하던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시설 전체가 폐쇄됐는데 닷새 동안 사실상 갇힌 상태로 24시간 일했습니다.

평소의 세 배 되는 어르신들을 혼자 돌봐야 했습니다.

[요양보호사 A 씨 : 열두 분을 저 혼자서 본 거예요. 전혀 그 어르신들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강화된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정신적, 육체적 노동 강도는 한층 컸습니다.

[요양보호사 A 씨 : 정말 생사람을 지옥에다가 집어 던져놓은 꼴이에요. 저는 그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고령에 지병들도 많은 소위 고위험군과 밀접 접촉해서 일하지만, 마스크나 손 소독제마저, 돌봄 노동자 개인이 부담합니다.

[김미숙/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 어르신 식사 드리고 목욕 시켜 드리면 마스크가 흠뻑 젖어요. 하루에 두세 장씩 필요한데 개인이 다 사서 써야 하니 마스크를 걸어서 햇볕에 말려서 이틀씩 삼일씩 쓰고 하는….]

자가격리 등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도 많아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60대 장애인 활동보조사 : '코로나19 때문에 좀 쉬었다가 좀 잠잠해지면 합시다' 이렇게 된 건데. 새로 일자리 구하려고 해도 나이가 있다고 해서 또 꺼리고.]

사회 안전과 직결된 노동자들이지만 상당수가 저임금에,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는 돌봄 종사자 등 '중단할 수 없는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이준호, VJ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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