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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제대로 쇠려나…침수 피해 비닐하우스·주택 보수는 아직"

"추석?, 분위기가 날 리 없지요. 비닐하우스 정리하느라 바쁘고, 아직 가전제품도 덜 들어왔어요. 정리가 다 돼야 추석을 쇨 수 있을 텐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에서 만난 임모(70)씨가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바삐 오토바이에 오르며 운을 뗐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남원시 금지면의 4개 마을 372가구가 침수됐는데, 하도 마을은 가장 늦게 물이 빠져 침수 피해가 더 큰 곳이다.

50여일 만에 이날 다시 찾은 하도마을은 언뜻 보면 물에 잠겼던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모습이었다.

마을 입구부터 골목마다 길게 늘어져 쌓였던 폐가구와 쓰레기들은 대부분 치워져 있었고, 온통 흙빛이었던 마당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침수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들녘에는 비닐이 벗겨진 채 철골 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은 비닐하우스들이 을씨년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폐가구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지만, 농로 곳곳에는 비닐하우스에서 뜯겨 나온 폐비닐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침수 직후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철골을 보수한 주민들은 비닐을 새로 씌우고 밭을 가는 등 겨울 농사 준비에 분주했다.

겨울에는 겨울 감자, 여름에는 수박 등을 수확하며 생계를 잇는 주민들은 따가운 가을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희망'을 싹틔우고 있었다.

임씨는 "참깨를 심어놨는데 물에 완전히 잠겨 썩는 바람에 (참깨를) 털지도 못하고 죄다 버렸다"며 "추석이고 뭐고 이번 주까지는 계속 일을 해야 겨우 비닐하우스가 예전 모습을 되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모(85)씨는 "많은 자원봉사자 덕분에 마을이 빠르게 복구가 된 것 같다"면서도 "기름이 둥둥 떠다니던 물에 밭이 잠겨서 농사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그러면서 "일단 감자를 심어봐야 알 것 같다"며 "마을 전체가 올해 여름 농사를 망쳐버렸으니 내년에 꼭 실한 겨울 감자를 수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수해 당시 대피소에서 지내던 주민 대부분은 집 안이 마르자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이들은 여전히 마을 회관에서 지내고 있으며, 도배를 새로 했더라도 가전제품을 마련하지 못한 주민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집 정리를 하던 김모(67)씨는 "집 내부마저 물에 잠기면서 세탁기나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죄다 물에 잠겨서 내버렸다"며 "운 좋게 냉장고는 중고로 얻었지만 세탁기 살 돈이 없어서 손빨래하면서 지내고 있다"며 풀이 죽었다.

마을 이장 최회범 씨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는 데만 250만원 정도가 드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7명은 50여일이 지난 지금도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는 보금자리를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걱정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닐하우스 지원금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신속이 지원돼 모든 주민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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