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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껍데기 차로 굴린 가짜 영상"…무너지는 '니콜라 신화'

[월드리포트] "껍데기 차로 굴린 가짜 영상"…무너지는 '니콜라 신화'

'사기'로 드러나는 니콜라 수소전기차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20.09.28 09:19 수정 2020.09.29 06: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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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껍데기 차로 굴린 가짜 영상"…무너지는 니콜라 신화
'사업과 사기는 백지 한 장 차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업가는 교도소 담장을 걸어 다닌다'는 말도 있다. '성공하면 사업이고 실패하면 사기'라는 것이다.

주가에 거품이 낀 회사의 주식을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미국의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지난 10일 보고서 '니콜라: 어떻게 엄청난 거짓말로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와 제휴했나?(Nikola: How to parlay an ocean of lies into a partnership with the largest auto OEM in America)'에서 수소전기자동차 회사 니콜라의 주장은 '뻥'이 아닌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장밋빛 전망을 할 수 있지만, 니콜라의 주장은 낙관적인 주장이 아니라 없는 것을 있다고 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힌덴버그는 100년 역사의 미국 전통 메이저 자동차회사 GM이 지난 9월 3일 니콜라자동차의 지분 11%(47,698,545주)를 20억 달러(주당 41.93달러)에 받고, 니콜라의 수소전기차 생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완전히 뒤처진 절박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GM과 니콜라의 거래는 GM이 니콜라에 전기자동차를 공급하는 대가로 7억 달러를 받고, 친환경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권 80%를 갖는 등 다른 여러 가지 특혜를 약속받아 GM으로서는 믿질 게 없는 장사였다고 힌덴버그는 주장했다. 특히 GM은 첫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도 전에 니콜라 주식을 팔 수 있어 사실상 무료로 콜옵션을 받는 '섹시한 전기차 거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GM이 쌓아온 이름값을 지불하고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니콜라는 아무런 기술도 특허도 없는 회사였다고 힌덴버그는 주장한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힌덴버그는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Trevor Milton)이 지난 2016년 12월 공개한 1천 마력짜리 수소전기자동차 니콜라 원 동영상은 껍데기 자동차를 경사진 언덕길 위로 끌고 간 뒤 밀어서 굴린 가짜 영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 측은 2016년 첫 동영상 공개 이후 2018년에도 니콜라 원에 대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뤄졌고 곧 완성된다고 밝혔지만, 니콜라 원은 첫 공개 이후 아무런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자의 증언이 있었다고 힌덴버그는 밝혔다.

2019년 11월 잽고(ZapGo)와의 획기적인 배터리 개발, 2019년 12월 1천 킬로그램의 수소 생산, 2020년 7월 킬로그램당 16달러가 드는 수소 생산 단가를 4달러로 감축, 8개의 수소 충전 네트워크 확충, 니콜라 Tre 트럭 5대 독일 공장에서 생산, 신형 NZT 오프로드 자동차 공개…. 힌덴버그는 니콜라자동차 측이 그동안 발표했던 이런 내용들이 모두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5일 힌덴버그는 "니콜라 측이 자신들이 질의한 53개 항목 가운데 43개 항목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답변한 내용들도 우리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다. 니콜라의 답변은 암묵적으로 '증권 사기(securities fraud)'를 인정하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니콜라 측은 '2016년 니콜라 원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영상을 발표하면서 자동차가 자체 엔진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여러 번에 걸쳐 니콜라 원은 1천 마력의 힘으로 경사진 언덕길도 올라간다'고 말했다고 힌덴버그는 밝혔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니콜라는 인수합병전문회사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과 합병을 통해 지난 6월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뒤 주가가 장중 한때 93.99달러까지 오르며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시가 총액을 앞서기도 했다. 39살의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힌덴버그의 의혹 제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9월 20일 갑자기 사임했다. 트레버는 사임과 함께 니콜라 주식 490만 주와 2년치 자문료 2천만 달러를 몰수당했지만 여전히 9천160만 주의 니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주식이 3억 6천만 주에 달하는 니콜라의 주가는 현재 19.99달러로 하락했지만, 창업주 트레버 밀턴은 1억 8천만 달러 우리 돈 2조 원 어치가 넘는 니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에 팔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고 미국 CNBC는 보도했다. CNBC는 니콜라가 우회 상장 수단으로 활용되는 스팩과 전기차, 우리나라에서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로빈훗 등 투기적인 거래 분야 3곳에 치명타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묻지마 투자(Dumb money)'들이 사상 최대의 거짓말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버킹험 웰스 파트너스(Bucking Wealth Partners)의 수석연구원 래리 스위드로(Larry Swedroe)는 "모두가 평균적이기를 싫어하고, 시장 평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악용하고 착취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나 투자 기술면에서 기관투자자들을 앞설 수 없습니다. 주식을 살 때는 누가 그 주식을 파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92%의 대규모 펀드들이 지수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낮습니다. 개인의 주식 투자는 되도록 피하되, 한다면 재미로 하시고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십시오"라고 조언했다.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의 사퇴 이후에도 힌덴버그는 '니콜라에 대한 매도 의견을 유지한다. 니콜라는 특허도 없고 수익원도 없다. 니콜라의 핵심 자산은 거짓말과 허풍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재주를 가진 창업자가 있을 뿐이다'"라고 혹평했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보다 시가 총액이 컸던 잘 나가던 핀텍크 회사 와이어카드는 공매도 세력들이 제기한 회계부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산했다. 조사 결과 19억 유로 규모의 회계부정이 밝혀진 것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를 보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한국의 니콜라'는 없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의도적인 주가 띄우기와 거품이 만연하는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돼 금지된 공매도 제도를 부활해 거짓말과 허풍을 검증할 필요는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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