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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제조 가능' 위험 약물, 주문 하루 만에 "택배요"

처방없이 택배로 받는 '고위험 약물'…관리는 구멍

<강민우 기자>

[헬스장 화장실을 살펴봤더니 일회용 주사기 2개와 피 묻은 거즈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이 주사기에 들어 있던 액체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성분.]

지난해 3월 SBS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전문 의약품이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당국의 단속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취재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 마약으로 가공될 수도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주사제가 여전히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전문 의약품 유통 관리 체계에 구멍이 난 건데 그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헬스장.

화장실 변기에 주사기나 주사약 병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공지가 사진과 함께 붙어 있습니다.

사진 속 주사약은 천식, 감기 치료에 주로 쓰이고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 에페드린.

무분별하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흔적인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해당 약품을 판다는 글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판매자와 텔레그램으로 접촉해 구매를 시도했습니다.

원하는 제품과 수량을 말하고 입금하자 바로 다음 날, 에페드린 주사액 수백 개가 든 택배 상자가 도착했습니다.

유통 과정 확인을 위해 포장에 부착한 무선인식 표식 RFID와 바코드는 도려냈습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페드린염산염

물건을 받은 뒤 판매자를 만나보려 했지만, 전화번호도,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배송지로 적은 주소도,

[판매자 주소 거주자 : 여기로 나온다고요? 아닌데, 전혀 아닌데.]

전부 가짜였습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유통해도 되는 약품일까,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직접 구매하셨단 건가요?]

[김광준/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장 : '고주의' 약물이거든요. '고주의' 약물을 일반적으로 구입하게 놔둔다? 전 상상조차 못 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고합니다.

[김광준/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장 : 제일 무서운 거는 부정맥입니다. 심장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거라서요. 급사할 가능성이라든지….]

더 큰 문제는 마약 제조에도 이 약품이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명규/이화여대 약학대 조교수 : (에페드린에서) 산소 원자 하나만 떼어내면 바로 메스암페타민이 되거든요. 누구든지 화학적인 실험의 지식과 그리고 논문만 있다면 합성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한복판의 호텔 방에서 에페드린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약을 만든 제약사는 혹시 불법 유통 경로를 알고 있을까.

[제약업체 관계자 : 저희는 도매상까지 납품하는 거로 끝나요. 도매상에 들어가고 난 이후에 그때부터 단계별로 있어 가지고 빠져나가면 빠져나가지….]

도매상에 납품한 뒤 유통 단계에서 누군가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할 뿐, 불법 유통 경로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서동철/중앙대학교 의약업경제정책연구소장 : 중간 유통 과정에 있는 여러 도매상도 될 수 있고, 브로커도 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이제 서로 불법으로 협의 하에….]

전문 의약품은 공급량과 사용량이 모두 기록되는 만큼, 유통 단계를 분석하면 어디서 물량이 갑자기 사라졌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 특별사법경찰이 이를 주로 담당하는데 3년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119건 가운데 전문 의약품 불법 유통 사건은 11건.

같은 기간 불법 의약품을 유통한 인터넷 사이트 차단 건수가 6천 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제 유통 사범 적발 성과는 저조한 편입니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전문 의약품이 헬스 보충제로 탈바꿈해 시중에 나돌기도 합니다.

[전문 의약품 불법 판매 피해자 : '부스터'다, 보충제다 뭐 이런 식으로만 자기 노하우인 것처럼 해서 팔아가지고…그게 클렌부테롤(천식치료제)이더라고요.]

[서정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철저한 단속과 함께, 강한 부작용이 있는 전문 의약품 불법유통에 대해서 마약류 수준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절실합니다.]

당국의 허술한 유통 관리 속에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품들이 오늘(25일)도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설민환·최대웅, 영상편집 : 장현기, CG :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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