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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가는 그때 무엇을 했습니까" 자진 월북 발표에 형의 '절규'

공무원 실종 후 배 끌고 바다에 직접 수색 나섰던 친형
"동생 북한에 피살됐다는 소식도 언론보도로 알았다"
"그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개탄스럽다"
"자진 월북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동생 매도...어불 성설"
"자상한 아빠, 각별한 동생, 사명감 가진 직장인이었다"


지난 21일, 북한군에 총격 피살된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 모 씨에 대해 군 당국과 해경이 피살된 공무원의 '자진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표한 가운데, 가족이 "동생을 엉뚱한 방향으로 매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군 당국과 해경은 피살된 공무원 이 씨가 스스로 월북했을 가능성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배에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 놨고 둘째, 구명조끼를 입었으며 셋째, 부유물을 잡고 있었고 넷째, 평소 채무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이 씨 가족은 스스로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정부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근거를 하나하나 반박했습니다. 

● 슬리퍼와 구명조끼, 부유물, 채무...자진 월북의 증거?

형 이래진 씨는 "신발이 그냥 슬리퍼가 두 짝 달랑 있었으니까 자살을 했다는 둥 이것이 월북을 했다는 둥 뭐 라이프 자켓(구명조끼)을 입고 있었으니까 부유물을 잡고 있었으니까 자진 월북이지 않느냐 군에서는 그렇게 발표하지 않습니까"라며 자진 월북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먼저 슬리퍼와 관련해 "선박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하는데, 이 슬리퍼가 밖에 노출된 게 아니다. 밧줄 밑에 있었다"라며 당시 발견된 슬리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바다에 뛰어내리기 전 배 위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둘째, 구명조끼와 관련해 형은 "라이프 자켓은 법적 의무 장비 중에 하나"라며 "당연히 바다에 있으면 라이프 자켓을 입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부유물에 대해서는 "마지막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살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부유물을 잡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며 "이걸 갖고 있으니까 자진 월북이라고 그 얘기를 하는 것도 사람의 인권과 생명에 대해서 완전히 말살하는 행위이자 행동"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채에 대해서도 "몇천만 원 빚 없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빚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 국민이 빚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겠습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고 하느냐"며 반문했습니다. 그는 "왜 자식을 두고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라며 "자진 월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어 그는 "동생이 이 선박에 근무한 지, 이전한 지가 4일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선박의 시스템도 파악도 해야 하고 다른 근무한 선박과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잘못 실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는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형 이래진 씨는 동생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고 바다로 직접 수색에 나섰습니다. "저는 그 실종 그다음 날(22일) 아침 8시, 배로 연평도를 들어갔다"며 "여객선, 쾌속정이 제일 빠르기 때문에 그 배를 타고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승조원들은 브릿지(선박 운항실)에서 찾고, 저도 선박 생활을 해서 그 탑 브릿지에서 쌍안경으로 수색했다"며 "하루종일 뙤약볕 속에서 해 질 때까지 찾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씨는 "중요한 것은 30시간 이상의 해상표류를 했을 때 자국 영해나 해리에서 자국민이 표류를 했다면 군은 경계 시스템에서 제대로 작동을 했느냐"며 "군은 북한 해역에서만 했던 행동만 얘기하지 자국 해리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동안에 군은 뭐 했냐는 거죠"라며 반문했습니다. 

이어 "참담했다. 왜 동생이 총격 사망을 당해야 하는지, 분노스러웠다"며 "그동안 국가는 뭐 했는지 정말 개탄스러웠습니다"고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찢어지고, 진짜 황당하기도 하고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며 "총격 사망 소식은 인간으로서 가장 최악의 심경"이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 동생 피살 소식 언론 보도로 알게 된 가족들 

숨진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놀랍게도 피살 소식을 언론 브리핑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방부와 통일부하고 합참에 전화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알아보겠다'고 말만 했지 그 이후에 통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당국이 언론에)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해놓고, 바로 그 밑에서 우리가 수색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연락도 안 했다"며 "발견되고 사살된 소식 모두 언론 브리핑으로 들었다. 이게 말이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계속 언론에서 나왔던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관찰하고 혹시나 연락이 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락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자상한 아빠, 각별한 동생, 사명감 가진 직장인이었습니다"

형 이래진 씨는 동생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그는 "상당히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였고, 저한테는 각별한 동생이었다"며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동생으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정말 잘 살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방부나 군은, 정부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 동생을 매도하고 이끌어가고 있다"며 "이 부분을 바로잡겠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숨진 이 씨는 최근까지 SNS에는 자녀 사진과 봉사활동 사진, 태극기 사진을 올리고, 지인들과 소통해왔습니다. 

한편, 북한이 오늘(25일) 보내온 통지문에 따르면 공무원 이 씨는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군이 두발 공포탄을 쏘자 그는 놀라 엎드리며 도주할 듯한 상황도 조성됐다고 했습니다. 통지문 어디에서도 그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대목은 없었습니다. 

(글·구성 : 조을선 기자, 인터뷰 : 김덕현 기자, 편집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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