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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관에서 녹화하면 위법…공연장 '밀캠' '밀녹'은?

공연 영상화 추세 맞춰 저작권법 개정해야

[취재파일] 영화관에서 녹화하면 위법…공연장 '밀캠' '밀녹'은?
요즘 많은 공연 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공연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광염소나타'가 지난주부터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하고 있고, 국립극단의 연극 '불꽃놀이'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 뮤지컬 '모차르트! 등이 차례로 유료 온라인 공연에 나섭니다. 뮤지컬 장르가 가장 앞서가고, 재정 지원을 받는 국공립 단체들도 '시장 형성'을 위해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 밀캠, 밀녹 문제 해결해야

이렇게 공연 영상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불법 공연 영상 문제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 등은 '밀캠' '밀녹'으로 불리는 공연 무단 촬영 문제가 심각합니다. 몰래 촬영한 영상이나 음원 목록을 블로그에 올리고, 댓글로 문의를 받아 거래합니다. 공연장에서는 몰래 촬영하는 관객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많은 뮤지컬 제작사들이 밀캠, 밀녹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뮤지컬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자사 제작 뮤지컬의 밀녹. 밀캠 거래자에 대해 제보를 받고 대응에 나섰는데요, DVD나 OST 불법 복제도 있었지만, 공연장에서 몰래 찍은 영상이나 음원을 유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무려 800명의 '서로이웃'이 있는 '밀캠 블로거'가 자신이 객석에서 찍은 초고화질 영상을 이 공연의 R석 티켓 가격과 비슷한 고가에 파는 일도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 알앤디웍스는 불법 판매자 14명을 확인해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실물 증거 확보를 위해 직접 밀캠 블로거와 접촉해 영상을 사서,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 13명 중 2명은 증거불충분, 5명은 저작권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나머지 6명은 50만 원에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알앤디웍스의 '고소'는 밀캠, 밀녹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치였지만, 그리 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밀캠 밀녹 거래는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전에 적발된 경력이 있는 사람이 거래를 재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공연이 많아진 요즘, 시중에 돌아다니는 불법 공연 영상은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주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넷을 잠깐만 검색해 봐도 공연 밀캠, 밀녹 영상을 판매한다는 블로그 글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인기 뮤지컬들은 다 이런 불법 영상이 돌아다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예전에도 밀캠 밀녹이 있었지만, 소수에 국한된 문제였고, 공연과 영상은 다르다고 생각해 방치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연 영상화가 활발해지면서 불법 영상도 함께 늘고 있다. 유료 공연 영상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밀캠 밀녹을 비롯한 불법 영상 문제를 반드시 초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온라인공연

● 공연장 '밀녹' '밀캠' 행위 처벌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저작권법 제 104조의6은 영상저작물 녹화 등의 금지 조항입니다.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하여 녹화하거나 공중 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하면 벌칙조항인 제13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러니까 영화관에서는 밀캠 밀녹 같은 행위가 처음부터 금지되어 있는 겁니다.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고요.

그런데 공연저작물에 대해서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현재 공연장에서 밀캠 밀녹 행위를 현장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고, 공연장 관계자가 '카메라 꺼주세요'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한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들의 관극에 방해가 될까 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나 혼자 보려고 찍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밀캠 밀녹의 결과물이 시중에 유통되는 단계에 가서야 저작권법 침해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건데, 그렇게 해도 알앤디웍스의 고소 건에서 보듯, 현재는 처분이 엄격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찍는 행위만으로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말이죠. 영화에 비하면 공연의 저작권 보호 제도나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은 현행 저작권법이 공연의 영상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104조6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는 불법 공연 영상을 유통 단계에서 막고 있지만, 공연을 몰래 녹화하는 행위를 처음부터 금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연저작물 녹화 금지를 명시하고, 영화상영관뿐 아니라 공연장에서도 녹화 행위는 금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야겠죠. 또 위반에 대한 처벌도,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해 영상저작물에 비해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중에 도는 공연 무단녹화 영상과 음원

●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 공연 영상 조기 차단해야

저는 며칠 전에도 몇몇 뮤지컬 제작사가 '밀캠' '밀녹'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정인 소장은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견되면 먼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 접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저작권법에 근거해서 불법 복제, 전송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온라인 사업자에 청구하고, 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 저작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말 그대로 저작권 분쟁에 대한 '조정안'을 내줍니다. 재판까지 가면 어떤 판결이 나올지 전문가들의 판단을 미리 받아보는 거죠. 그러니 바로 고소하기보다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이미 존재하는 행정기구와 제도를 먼저 활용하는 게 편리합니다.

18일부터 유료 온라인 공연 중인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불법 복제 문제를 걱정하다가, 영화 저작권 보호 전문회사인 미디어스토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불법 영상 복제와 유통을 방지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회사입니다. '광염소나타'는 공연 송출 직전에 화면을 통해 저작권 보호에 대한 공지를 전달하고, 불법행위로 적발되면 민, 형사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공연이 영상 콘텐츠가 되는 세상. 이제부터라도 공연 산업을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 영상'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연 촬영을 가볍게 여기는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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