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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사청의 'K-11 실패' 출구전략…대법원·감사원 판단도 부정

[취재파일] 방사청의 'K-11 실패' 출구전략…대법원·감사원 판단도 부정
한때 명품 무기라고 치켜세워졌던 K-11 복합소총이 퇴장했습니다. 명중률 저조, 사격통제장치 균열 등의 결함을 해결하지 못해 작년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겁니다.

그동안 들어간 수백 억 대 돈이 있으니 현재는 정산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연구개발과 방사청의 사업관리 미흡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방사청은 모른 척 모든 책임을 양산업체에게 떠넘기고 있어서 K-11의 떠나는 뒷모습마저 흉물스럽습니다.

애초부터 설계와 국방규격이 잘못됐고 또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건 방사청과 ADD 책임이라고 법원과 감사원은 결론을 내렸는데 방사청과 ADD가 내놓은 설계와 규격대로 양산한 S&T모티브에게 금전적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 씌우는 양상입니다. 방사청은 업체에게 응당 줘야 할 다른 무기체계 대금의 지급을 옹졸하게 중단하는 방법으로 K-11 복합소총 손실액을 메우고 있습니다.

김태훈 취재파일용

● 감사원과 법원 "설계·국방규격 잘못됐다"

K-11 복합소총의 설계와 국방규격의 작성은 ADD가 맡았습니다. 방사청은 ADD가 제시한 설계와 국방규격을 군수조달 분과위에 상정해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방사청은 바로 이 설계와 국방규격을 토대로 S&T모티브와 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S&T모티브는 2010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914정을 양산했습니다. 방사청은 착수금, 중도금, 물품대금 등 명목으로 업체에게 약 412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사격통제장치에서 균열이 발생했고 명중률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유효사거리도 충분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국산 명품 무기로 불리던 K-11이 졸지에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누구 책임인지를 놓고 말싸움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모두 업체를 겨냥해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사업을 제때에 완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사청은 S&T모티브에 30억 원의 지체상금도 부과했습니다.

업체의 과오로 마무리되던 분위기였는데 감사원이 작년 말 감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잘잘못이 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사원은 "ADD가 K-11의 운용 성능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국방 규격서를 만들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 규격서가 작전운용성능에 부합되게 작성되었는지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다"고 못 박았습니다. 감사원의 결론은 "이와 같은 국방 규격서를 기초로 구매계약을 체결해 성능이 충족되지 않은 소총을 납품받게 됐다"입니다.

30억 원 지체상금에 대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작년 11월 "업체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상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된 것으로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이 ADD의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용하고 사업 지연의 책임은 업체에게 있지 않다고 본 겁니다.

● 그럼에도 책임은 업체가?

감사원과 법원의 판단은 "K-11 복합소총의 실패 원인은 ADD의 설계와 국방규격에 결함에 기인하고 방사청이 제대로 사업관리를 못했다"입니다. 국가의 권위 있는 사법 및 감사 기관의 크로스 체크로 사업 실패의 뿌리가 드러난 겁니다.

그렇다면 K-11 사업 실패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정부가 당당하게 책임져야 하는데 방사청의 심술이 발동했습니다. 방사청은 양산 과정에 들어간 모든 돈을 물어내라고 S&T모티브를 압박하는 겁니다.

방사청은 이미 지급된 착수금, 중도금, 물품대금, 계약이행보증금까지 모두 뱉어내라며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S&T모티브도 맞소송에 나섰습니다. 얽히고설킨 소송의 규모는 3천200억 대가 됐습니다.

소송 판결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방사청은 업체에게 줄 별건의 돈을 거둬들임으로써 선제적인 상계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S&T모티브는 군에 K-4 고속유탄발사기를 공급했고 물품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방사청이 돈을 주지 않는 겁니다.

작년 감사원 감사 결과와 대법원 판결로 K-11 복합소총 실패의 원인은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ADD가 설계와 국방규격을 잘못 작성했고 방사청이 검증을 제대로 못해서 업체는 허술한 설계와 국방규격에 따라 양산을 하게 된 겁니다. 과오의 소재가 규명됐으면 그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됩니다. 나랏돈과 업체 돈을 낭비하면서 소송과 상계라는 꼼수로 시간 끌고 책임 떠넘기는 방사청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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