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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취업 한파에 귀화 선수까지' 여자배구 신인 선발 뒷이야기

[취재파일] '취업 한파에 귀화 선수까지' 여자배구 신인 선발 뒷이야기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20.09.22 18:58 수정 2020.09.22 19: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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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신인 선수를 뽑는 '2020~2021 한국배구연맹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오늘(22일)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이어 여자 신인 드래프트 역시 비대면 화상으로 개최됐습니다.

드래프트의 묘미 중 하나인 '지명 순서' 결정부터 이변이 속출했습니다. 지난 시즌 2위에 올라 4%(구슬 100개 중 4개)의 확률에 불과한 GS칼텍스가 1순위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GS칼텍스에 이어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흥국생명, 현대건설 순으로 지명권을 가져갔습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35%의 확률을 부여받은 도로공사는 4순위까지 밀리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1. 역대 최악의 '취업 한파'…39명 중 13명, 바늘구멍 통과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제출한 선수는 총 15개 학교, 39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수련선수 포함 13명이 프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취업률은 33.33%인데, 역대 최저 기록입니다.

2019~2020시즌 48.57%과 2018~2019시즌 67.85%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치이며, 취업률이 가장 저조했던 2017~2018시즌에도 40%의 선수가 지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명 선수 수 기준으로는 2009~2010시즌 10명을 이어 올 시즌이 역대 두 번째로 적습니다. 그러나 당시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는 20명으로 취업률은 50%에 달했습니다.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취업 한파'는 2라운드부터 불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현대건설이 '패스'를 외쳤고,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도 지명권을 포기했습니다. GS칼텍스,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은 3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배구 전문 캐스터' 이호근 아나운서가 6개 구단 감독들에게 읍소에 가까울 정도로 '지명권 행사'를 호소했지만, 4라운드에서는 전 구단이 '패스'를 선언했습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에서 수련 선수를 뽑아 가까스로 취업률 30%를 넘겼습니다.

여자 구단들은 '예년에 비해 눈길을 끄는 자원이 부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선수들 기량을 점검하는 것이 어려웠다' 등 여러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취업 한파에 KOVO는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선택 받지 못한 26명의 선수들은 인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습니다.

2. 트라이아웃에서 바뀐 '전체 1순위 영광'

앞서 언급한 대로 GS칼텍스는 4%의 확률을 뚫고 전체 1순위의 행운을 잡았습니다. 차상현 감독은 제천여고 세터 김지원을 선택했습니다. 경해여중을 졸업하고 제천여고에 재학 중인 김지원은 키 173.1㎝, 몸무게 68.2㎏의 체격 조건을 가진 세터입니다. 세터가 1라운드 1순위로 선정된 사례는 2017-2018시즌 한수진(GS칼텍스), 2008-2009시즌 염혜선(현대건설)을 이어 김지원이 역대 세 번째입니다. 제천여고에서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를 배출한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김지원은 "GS칼텍스가 믿고 뽑아준 만큼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차상현 감독은 "우리 팀에 날개 자원이 많아 세터와 센터 영입에 초점을 맞췄다"며 "토스 위치, 볼을 잡는 위치를 잘 잡는 선수로 평가했다. 팀 적응이 끝나는 대로 3라운드부터 투입할 계획"이라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GS칼텍스에는 안혜진, 이원정, 이현 등 세터가 3명이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세터 김지원을 뽑은 건 지난 주 6개 구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트라이아웃이 영향을 끼친 걸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여자 고교 배구는 대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구단들은 선수들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머리를 맞댄 구단들은 지난 19~20일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비공식 트라이아웃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제출한 39명 중 35명의 선수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습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 가운데 구단들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습니다.

여기서 김지원이 차상현 감독의 눈에 확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실 김지원은 일주일 전만 해도 영입 명단에 있지 않았다"며 "트라이아웃에서 보여준 기량이 감독님의 마음을 움직인 거 같다. 1순위를 차지하는 행운까지 더해져서 김지원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귀띔했습니다.

3. 여자배구 두 번째 귀화선수 탄생…주인공은 '현무린'

흥국생명은 1라운드 지명 뒤 2~4라운드에서 '패스'를 선언했습니다. 더 이상 선수 지명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던 순간 박미희 감독은 '수련 선수'로 세화여고 출신 현무린을 지명했습니다. 율리야 카베스트카야에서 우리 이름으로 개명한 현무린은 벨라루스 출신으로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신장 167cm로 작지만, 체육교사이자 유도 선수 출신 어머니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아 수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KOVO에 따르면 여자배구에선 인삼공사 이영(중국 출신) 다음으로 두 번째 귀화선수가 탄생했습니다.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현무린은 지난해 SBS 스포츠뉴스를 통해 얼굴을 비춘 바 있습니다. 당시 프로 무대 입성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는데,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현무린은 "끝에서 두 번째로 이름이 불렸는데, 제 이름이 나오는 순간 너무 떨렸다"며 "지금까지 이끌어 주신 감독님과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프로에 가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김연경과 한 팀에서 뛰게 된 현무린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김연경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선배님들을 보고 배워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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