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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놓고 자리 뜨자 '찰칵'…현대중공업, 연구개발에 활용

<앵커>

7조 원 규모의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건조 사업을 사실상 수주한 현대중공업이, 해군에서 군 기밀 자료를 도둑 촬영해서, 연구 개발에 활용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해군 장교가 기밀 설계도 꺼내놓은 채 자리를 떴고, 그사이 현대중공업 직원이 이것을 촬영한 것이어서, 군과 현대중공업이 서로 짰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4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당시 기무사의 불시 보안감사였습니다.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비밀 서버에서 해군 기밀을 포함한 문서 삼사십만 건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민감한 기밀이 바로 한국형 스텔스 이지스함 건조 사업인 KDDX의 개념 설계도입니다.

기무사 수사 결과, 현대중공업 직원 서너 명은 2013년 초부터 1년 간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했고 해군 A 중령이 기밀 자료를 갖다 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기밀을 동영상으로 찍고 가 문서로 편집한 겁니다. 

2013년 4월에는 KDDX 개념설계 토의자료, 2014년 1월에는 KDDX 개념설계 최종 완료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이른바 도둑 촬영해 갔습니다.

개념설계도는 함정 내외부 구조와 이지스 전투체계, 동력 체계 같은 함정의 핵심 구조, 성능, 부품 등을 상세하게 담은 도면이자 보고서입니다.

A 중령은 기밀 유출 혐의로 현재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 중이고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울산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 참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고, 비밀이든 아니든 그런 차원을 떠나서 비도덕적이라고 보거든요.]

2018년 혐의가 드러난 이후로 수사와 재판이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사이 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KDDX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경쟁업체를 총점 100점 중 0.056점 차이로 따돌리고 최종 사업자로 사실상 결정됐습니다.

울산지검과 국방부 검찰단은 현대중공업 서버에서 나온 나머지 기밀들의 유출 경위와 활용 범위, 그리고 유출 대가 등을 밝히기 위해 장교 서너 명과 현대중공업 직원 10여 명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전체 삼사십만 건 중에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건 1천 건 이내이고 해군으로부터 위법하게 취득한 건 100건 미만이라고 SBS 취재팀에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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