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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쿠팡 위너' 때문에 스트레스"…쿠팡, 해명은?

[취재파일] "'쿠팡 위너' 때문에 스트레스"…쿠팡, 해명은?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작성 2020.09.20 13:09 수정 2020.09.20 13: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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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터, 오픈 마켓에서 여성의류를 파는 한 판매자는 "내 사업은 '별 따기'"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평가, 별점이 곧 판매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별을 따내는 게 사업의 본질이라고 부를 정도라는 것이다. 상품 구매만이 아니다. 배달 주문, 청소, 세탁물 맡기기 등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다른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후기는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국내 최대 오픈 마켓 '쿠팡'에서는 여러 판매자들에 대한 별점과 후기를 한 곳에 몰아준다. '위너', 승리자로 부르는 판매자가 이 모든 걸 가진다. 보통은 단돈 1원이라도 싸게 물건을 내놓은 판매자가 이런 승리의 보상을 누린다. 쿠팡 이용자는 '이 상품의 다른 판매자'라는 버튼을 클릭하지 않는 이상 이 위너의 상품만 볼 수 있다. 1원이라도 비싸게 팔면 소비자에게 노출 자체가 안 되니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쿠팡 위너 시스템의 원칙은 명료하다. '값을 낮춰라, 그래야만 팔 수 있다."

장훈경 취파용
● 이용자 헷갈리게 하는 '위너'

얼핏 좋아 보이지만 쿠팡 이용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많은 별점과 후한 후기, 정말 내가 사려는 물건에 대한 평가가 맞을까. 쿠팡에서 6만 원대에 여성 코트를 내놓은 한 판매자는 고객 평가가 좋아지며 매출도 늘었다. 금세 가격을 낮춘 다른 판매자들이 나타나 위너 경쟁이 시작됐다. 판매자가 6명까지 늘더니 나중엔 최초 판매가의 절반도 안 되는 2만 8천 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그간의 좋은 평가는 여섯 번째 위너의 페이지에 그대로 노출됐다.

판매자는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는 가격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실제 그랬다. 한 이용자는 "6만 원 정도를 주고 산 코트가 마음에 들어 2만 원대까지 떨어져 망설임 없이 다시 샀는데 이번엔 쓰레기 상품이 왔다"는 후기를 남겼다. 쿠팡에서 상품에 대한 문의는 판매자별로 답변이 나뉘어 보이지만 별점과 후기는 모든 판매자에 대한 평가가 분류 없이 구매자에게 노출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위너 시스템을 알든 모르든 어떤 후기가 위너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좋은 후기가 많이 달렸지만 실은 그 판매자가 물건을 처음 파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쿠팡은 위너가 바뀌어도 대표 이미지는 최초 판매자가 올린 게 계속 유지된다. 대표 이미지에 있는 A라는 상품을 선택해 상세 설명을 봤는데 A 대신 B가 있는 경우는 그래서 생긴다. 쿠팡 위너 시스템은 판매자끼리도 설정할 수 있지만 쿠팡이 자체적으로 골라 같은 상품으로 결합시켜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 판매자들은 "가격 차이가 두 배가 넘는데도 같은 상품으로 결합된다"며 "실제로는 다른 상품이 같은 것처럼 묶일 때도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모두 소비자 혼란이다. 내가 살 물건은 대표 이미지에 있는 건지 아님 상세 설명에 있는 상품인지 헷갈린다. 심지어 무리하게 가격만 낮추다 보니 대표 이미지나 상세 설명과 다른 질 낮은 상품이 배송될 수도 있다.

장훈경 취파용
● 판매자 "스트레스에 우울증약까지 먹는다"

판매자들의 불만은 더하다. 다 빼앗긴다는 것이다. 대표 이미지는 물론 공들여 관리한 고객 문의에 대한 응대, 별점, 후기 등도 모두 위너가 가져간다고 하소연한다. 아예 판매량이 높은 상품만 눈여겨 봤다가 위너를 가져가는 것만 전문으로 하는 판매자들이 있다고 토로한다. 한 판매자는 "위너를 뺏기면 쿠팡에 알림이 뜨는데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하루 생활이 안 된다"며 "주변에는 우울증약을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위너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저작권마저 쉽게 빼앗긴다는 불만도 크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한 쿠팡 판매자는 정식으로 여성 모델에게 비용을 들여 초상권 계약을 맺고 상품 대표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금세 위너에게 빼앗겼다. 새로운 위너는 여성 모델과 아무런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는 "위너가 된 판매자가 다른 대표 이미지를 넣어도 초상권이 있는 내 이미지가 나온다"며 "쿠팡이 명백한 초상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에선 판매자들의 각종 '분풀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위너가 바뀌어도 대표 이미지는 최초 판매자의 것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위너를 뺏긴 최초 판매자가 대표 이미지를 수정해 버리는 것이다. 멀쩡히 하나씩 제대로 팔고 있는 위너의 상품 대표 이미지를 '불법' 상품이라거나 '품절'됐다거나 '1+1'이라고 소비자에 허위 정보를 줘 위너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다. 어차피 대표 이미지를 바꿔도 위너가 아니면 노출도 안 돼 판매가 안 되니 이런 식으로 자기 것을 앗아간 위너를 향해 화풀이라도 하는 것이다.

● "쿠팡 약관은 불공정"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혼란과 불만을 주는 위너 시스템은 쿠팡의 약관에 의해 집행된다. 쿠팡 약관은 판매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쿠팡은 물론 다른 판매자들까지 쓸 수 있게 한다. 심지어 해당 판매자가 쿠팡에서 영업을 중단해도 그가 제공한 콘텐츠는 쿠팡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게다가 그 콘텐츠로 쿠팡이 제3자에게 법적인 조치를 당할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판매자가 진다. 플랫폼 쿠팡은 모든 걸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쿠팡의 약관이 약관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쿠팡이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 많은 거래가 일어나는 데만 신경 쓸 뿐 저작권이라든가 소비자가 양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수적인 문제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쿠팡을 상대로 판매자들과 위너 시스템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쿠팡 "가져가는 게 아니라 공유…일방 주장"

쿠팡은 이런 내용의 SBS 보도가 나가자 정정을 요청한다며 해명 자료를 보내왔다. 취재할 당시에는 "위너 시스템은 대표 이미지조차 촬영이 어려운 영세 판매자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방식"이라고 전했는데 보다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쿠팡은 위너 시스템이 기존 오픈 마켓과 달리 "소비자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광고비 등 판촉비를 지급한 상품들을 우선 노출하는 다른 오픈 마켓과 달리 가격, 고객 경험 등을 모두 고려해 선정된 '위너'를 안내한다는 것이다. 판촉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영세 판매자들에게는 판매 기회를 주는 좋은 시스템이란 건데 무조건 싸다고 위너가 되는 게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 이행, 배송, 고객 응대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위너를 선택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광고비 많이 냈다고 우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종합적인 평가가 반영된 '위너'가 안내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최적의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 해명 자료
위 사진은 이런 설명이 담긴 쿠팡 해명 자료에 담긴 것이다. 9천 원대의 상품이 두 개가 있는데도 1만 원대 상품이 위너가 된 사례다. 쿠팡은 "이처럼 최저가가 아닌데도 위너로 선정되는 사례는 많다"며 "위너 선정은 고객 경험을 종합하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판매 방식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쿠팡 화면
실제 그런지 해당 상품을 쿠팡에서 검색해봤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저가가 아닌 상품이 위너가 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상품 가격이 높은 게 위너가 된 경우는 있었지만 배송비를 감안하면 단돈 1원이라도 더 저렴한 게 위너가 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애초에 쿠팡 해명대로 '판매자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 위너가 선정됐다면 이렇게 많은 판매자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언론에 제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쿠팡 "모든 건 판매자의 책임"

쿠팡은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판매자의 책임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초상권 계약서까지 쓰고 만든 대표 이미지를 아무 권리가 없는 위너에 뺏겼다는 판매자 사례에 대해서는 "쿠팡의 정책상 대표 이미지는 모델 등 개별적 요소를 올리는 게 금지돼 있고 오로지 상품 그 자체에 대한 이미지만 올리도록 한다"며 피해를 판매자 탓으로 돌렸다.

해당 판매자의 말은 다르다. 이런 정책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초상권을 가진 대표 이미지를 새로운 위너에게 뺏긴 후 쿠팡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바로 잡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저작권을 빼앗긴 많은 판매자들이 쿠팡에 항의하면 결국 시정은 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매출이 급감하는 게 문제"라며 "쿠팡의 말처럼 오로지 상품 그 자체에 대한 이미지만 올리도록 한다는 정책은 처음 듣는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위너가 고객 문의와 후기를 모두 가져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가져가는 게 아니라 '공유'라고 했다. 다른 오픈 마켓처럼 '판매자별'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품별'로 안내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평가는 하나로 그저 공유될 뿐이라는 것이다. 후기를 믿었다가 이상한 제품을 받게 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해당 판매자의 잘못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후기를 믿고 사는 책임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뜻이다.

쿠팡은 "많은 오픈 마켓 채널이 있음에도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점해 이런 공유 방식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며 판매 방식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약관의 불공정함을 따지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쿠팡은 그 결과는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후기 등 콘텐츠가 그저 공유될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판매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기사에 남긴 댓글로 답을 대신한다. "후기는 제품에 관한 것뿐 아니라 배달이나 AS등 판매자의 노력도 포함된다." 판매자들에게 후기는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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