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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산해야 할 적폐" 국책연 윽박지른 이재명…"정치적 의도 없다" 반박

[취재파일] "청산해야 할 적폐" 국책연 윽박지른 이재명…"정치적 의도 없다" 반박

지역화폐 놓고 '조세연 vs 이재명' 설전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작성 2020.09.19 13:22 수정 2020.09.19 16: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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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청산해야 할 적폐" 국책연 윽박지른 이재명…"정치적 의도 없다" 반박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온통대전…. 이름도 다양한 이 지역화폐들을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현 정부 들어 확대된 이 정책을 놓고 국책연구기관이 효과를 비판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진 기관"이라며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두고 경제학계에서는 '입맛에 안 맞는다며 연구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내년엔 15조 원까지 그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인 만큼, 그 효과와 부작용을 잘 따져보고 토론하는 것은 긴요한 일입니다. 본 보고서가 80쪽에 달하는 만큼 그 내용을 다 살펴보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그 내용을 쉽게 간단하게 정리한 이런 기사도 나왔습니다. ▶ [취재파일] "얼빠진 기관" 조세연의 지역화폐 연구, 내용을 알아보자

어제도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논쟁은 지역화폐 제도의 효용성보다는 '정치적 흑막이 있니 없니, 국책연이 이래도 되니 안 되니, 정치인이 이래도 되니 안 되니'하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논박의 쟁점을 정리하고 연구를 담당한 책임자 송경호 조세연 연구위원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취파용 2
● 무슨 일인가?

지난 9월 15일 12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조세재정브리프 105호>를 발간했습니다. 여기에는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연구의 요약본이 실려 있었습니다. 본 연구 보고서는 다음 달 발간 예정으로 기재돼있었습니다.

위에 링크된 설명 기사에서 한 줄만 인용하면 "지역화폐는 부작용이 많지만, 좋은 점도 있는데, 그 좋은 점은 온누리상품권으로도 달성할 수 있으니, 그쪽을 더 활성화하자"는 내용입니다. 연구를 소개하는 기사들 가운데는 이번 연구를 '국책연구기관이 이재명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재명 때린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역화폐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이재명 지사는 당장 SNS를 통해 "얼빠진 기관"이라며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한 정책을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유로 근거 없이 비방한다"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압박했습니다.

발표일 이튿날까지 모두 3건의 SNS 게시글을 올리면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간 이 지사의 주장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지역화폐는 효과가 입증됐다. 행정안전부 산하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도 그렇다.
- 정부가 채택한 정책을 비방하는 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하지 않다. 정부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 실증연구가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8년 전까지 자료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현재 지역화폐 정책의 시행 시기와 맞지 않는다.
- 기재부와 협의해 과제를 선정하는 조세연이, 시의성도 맞지 않고 내용도 틀리고, 정부 정책 기조와도 어긋나며,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를 무시한 연구 결과를 내놓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세연에 입장을 물었습니다.

이재명 페이스북
● 조세연의 항변 "정치적 의도 없다"…1문 1답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 후보가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하자 조세연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는데도 아직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지 않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연구를 담당한 송경호 조세연 연구위원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면서 연구의 배경과 취지, 그리고 이재명 지사의 지적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Q. 연구 동기는? 정치적 고려나 기재부의 요청에 의한 연구 아닌가?

A. 자체 발굴한 과제고, 외부 펀딩이 없는 과제다. 기재부 용역 보고서도 아니고, 연구원 자체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했다. 아마 경제학 교수님들에게 지역화폐에 대해 물어보면 객관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다들 대답할 것이다. 사실 지역적으로 장벽을 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문제 인식이 안 될 수가 없는 구조다.

연구를 착수할 당시에는 3조 미만의 규모로 운영되던 제도였는데, 3조에서 6조로 늘어나고 올해는 9조로 늘어났다. 이건 좀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실제 결과를 좀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너무 당연한 것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건데 원문을 좀 봐주시면 좋겠다. 괜히 여기에 이재명 지사를 끌고 들어와서, 그분을 공격하는 의도로 우리 보고서를 왜곡한 측면이 있다.

Q. 발간 시기를 문제 삼는데, 아직 발표되지 않은 논고를 브리프로 미리 출고한 건 이상하지 않나?

A. 우리가 연구를 하면 브리프, 재정포럼, 본 보고서 등 세 가지 형태로 외부에 소개된다. 각각의 출판 프로세스 밟다 보니 전체 본 보고서가 더 딜레이 된 것뿐이다. 본 보고서는 10월 출간 예정이다. 브리프를 당겨서 출고했다고 보면 안 되고, 속도 차이가 나는 거다. 본 보고서는 80페이지 정도 되다 보니까 교열 등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본 보고서는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상황입니다)

Q. 실증연구 자료가 2018년도까지만 분석해 2019년부터 본격 확산한 정책과는 결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A. 우리 연구는 작년 10월부터 진행해서 상반기에 끝났는데, 그래도 2018년 데이터를 분석에 넣자고 결정돼서 4월 말에 나온 통계를 반영하다 보니 지금까지 늦어진 것이다. 우리가 활용한 자료는 통계청 빅데이터 센터에 등재된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모든 사업체 매출 파악하는 자료다. 올해 4월 말에 2018년 자료가 나왔다. 2019년 자료는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19년에 많이 확대된 건 잘 알고 있다. 내년에 추가 통계가 나오면 이를 업데이트 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Q. 행정안전부 산하 연구기관 등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A. 모두 확인했고, 다 꼼꼼히 검토해서 앞으로 나갈 예정인 전체 보고서에는 지역화폐를 옹호하는 데 사용된 연구들이 얼마나 문제점이 많았는지, 그 내용을 하나하나 지적해 담을 예정이다. 이재명 지사도 보고서 두 개 인용했던데 그 보고서들이 문제가 많다. '이런 연구를 근거로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도 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Q. 이 연구를 통해 가장 지적하고 싶었던 부분은?

A.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보호,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인데, 결과를 봤을 때 소상공인 보호 효과가 너무 제한된 일부 업종에만 집중된 효과가 나타났다. 소상공인이 슈퍼마켓, 식료품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수많은 업종이 있는데 거기에는 아무런 혜택이 없었고, 정부의 전체적인 지원 금액을 일부 업종만 누렸다면 그게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지역 제한으로 여러 효과가 발생하는데 오히려 재정자립도가 낮은 소형 지자체에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자기 지자체만 생각하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지역화폐 찬성하겠지만, 정부는 국가 전체적인 후생을 생각해야 하는데, 모두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최악의 균형으로 수렴해가는 것이다. 그걸 정부가 계속 돈을 써가면서 뒷받침하는 건 문제가 있다. 지자체의 최적 의사결정과 국가 전체의 최적 결정은 다를 수 있다.

Q. 연구에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어서 소비자 후생 효용 떨어뜨렸다'는 말은 공감이 안 됐다.

A. 대형마트가 일반적으로 싸고 다양성도 높다. 덜 다양한 물건을 더 비싼 가격으로 사면 당연히 소비자 후생에 손실이다. 거기에 더해 지역화폐 도입하면서 슈퍼마켓, 식료품점에서 매출이 많이 늘면 당연히 해당 업종의 물가가 오르게 돼 있다. 장사가 잘되면 가격을 올리는 거다. 안 그래도 비싸고, 다양성도 떨어지는데, 물가까지 더 오르면 소비자 후생은 더 떨어진다.

Q. 연구의 검증 과정은 있었나?

A. 조세연의 모든 박사님들 앞에서 두 번 이상 발표했다. 또 외부 교수님, 타 국책연구원 박사들도 평가위원으로 초청해서 검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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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연구자들을 압박한다며 반발이 나왔습니다.

"자기 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연구보고서를 보고 대노? 이 분이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한국판 분서갱유 사태가 생길 듯하군요. 어디 무서워서 연구하고 보고서 쓰겠습니까?"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연구 결과가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얼빠진 기관'이라고 그 기관까지 비난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 자질 부족이다."
-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고 더 바른 정책을 모색해야 할 주요 대권 후보라는 분이 저렇게 학자들을 탄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나만 옳다는 식으로 나서는 게…"
-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그렇다고 조세연 같은 국책연구기관이 늘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는 건전한 비판자로 칭찬받아온 건 아닙니다. 앞서 인터뷰한 조장옥 명예교수도 "대한민국에 많은 국책연구기관이 진정으로 객관적인 결과만을 내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국책연구기관이 지금까지 정부의 사업이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만 했지 객관적으로 그걸 평가하는 일에 좀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되고 그것을 수요자도 받아들여서 정책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냐를 생각하는 그런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세연의 연구가 단순히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게 아니라, 또 다른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가 경기도 등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에 제동을 걸고, 온누리상품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려 한다는 거죠. 이번 연구에서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온누리상품권' 역시 국세가 투입되는 정부 정책의 일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년 예산안 1조 3천억 원이 반영된 지역상품권,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어떻게 나누는지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발행 보조에는 1조 원, 온누리상품권 발행 보조에는 2천700억 원가량이 반영돼있는 상황입니다. 발행 규모는 비슷한데 국고 보조는 지역화폐가 3배 넘게 많습니다. 이번 연구의 결과로 무게추가 온누리상품권에 더 실린다면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로 돌아가는 예산이 커질 것입니다.

확대되는 지역화폐·온누리 상품권
이재명 지사는 18일 오전 다시 한번 SNS에 장문의 주장을 게시하며 비판을 이어나갔습니다. 대신 지역화폐가 "성남에서 시작된 이재명표 정책으로 기본소득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주요 장치"라면서 "매출 타격을 입는 유통 대기업과 카드사를 보호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정치 개입, 두 가지가 아니면 다른 이유를 상정하기 어렵다"며 배경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번에는 "국책연구기관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연구에서 제안한 '온누리상품권'이라는 핵심 대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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