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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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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58 :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가 듣지 못했던 말을 모두 털어냈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2020년 9월 20일, 북적북적의 책은 허지웅 작가가 최근에 펴낸 에세이집 '살고 싶다는 농담'입니다. 허지웅 작가는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2018년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그 다음해까지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지난 해 말 다시 방송과 저술 활동으로 돌아왔고요.

'하루만 고통 없이 잠들 수 있다면' 이라고 기도하게 됐던 시간을 거치며, 저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죽겠다는 결론'에 묻혀 죽음만을 생각하다 '살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바뀌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절망과 분투하기를 포기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습니다.

여러분의 고통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건 기만이다. 고통이 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겐 천 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아파보니 알겠더라'가 아니라, '여러분의 고통을 안다고,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기만'이라고 합니다. '모두에게 각자의 천장과 바닥이 있다'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큰 위로를 받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위로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 많고, 다들 미리 준비한 듯 '당신은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살고 싶다는 농담'이 요즘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건 그래서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진 것일 수도 있고요.

…망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을 돌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평안하기를.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이 책에 실린 글 중 일부는 한겨레 신문에 저자가 연재하던 칼럼이기도 합니다. 신문의 칼럼을 챙겨 읽으며, 이 글이 얼른 모여 책이 되어 나오길 저는 기다렸습니다. 이런 문장에 밑줄을 치고 노트에 옮겨적으면서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년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바보같이' 라는 마음이 앞섰다. 마흔 두 살의 나는 점점 '그때의 나라면 지금 이렇게 안 할 텐데 바보같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이 책에는 투병하면서 느낀 점을 담은 글 외에도 영화ㆍ예술가들에 대한 글, 투병 과정에서 알게 된 평범한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지요.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진, 그래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보조바퀴를 파는 곳을 찾을 수 없고, 뒤에서 잡아줄 아버지가 없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휘청거리다 이제는 자전거를 탄다는 일 자체가 지긋지긋하다며 전부 다 그만두겠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절망과 분투하기를 포기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낭독을 허락해주신 허지웅 작가님과 웅진지식하우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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