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3기 신도시는 패닉바잉을 잠재울 수 있을까?

아파트, 부동산, 전세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주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적어도 한국감정원 통계(서울 아파트값 4주 연속 0.01% 상승) 상으로는, 김 장관 말처럼 안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매수세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101.5보다 5.3p 내려간 '96.2'를 기록했습니다. 13주 만에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 부담 강화 등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부분적으로나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같은 수요 억제 정책은 작용보단 반작용이 더 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지역 주변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와 대출 제한선까지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키 맞추기', 최근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로 일단 사고 보자는 '패닉 바잉' 현상까지… 수요 억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정부 실패' 사례를 골고루 다양하게 보여줬습니다.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수요 억제를 넘어 공급 확대로

이 같은 부작용이 이어지자 정부도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지난달 4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수요 억제뿐 아니라 시장에서 값을 정하는 또 다른 축, 즉 공급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공급 확대 정책의 핵심은 바로 '3기 신도시'였습니다. 신도시는 말 그대로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1기 신도시, 2003년 2기 신도시가 들어섰고, 이번에 3번째 신도시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남양주와 하남, 인천, 고양, 부천, 과천, 안산 등 수도권에 30만 가구가 들어섭니다. 상대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곳에 대단지 주택을 공급해, 특히 3040세대의 치솟는 내 집 마련 수요를 완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3기 신도시는 젊은 층의 '패닉 바잉' 현상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 달라진 위상·높아진 관심

시작은 불안했습니다. 3기 신도시 입지가 처음 발표됐을 때 시장 반응이 냉담했습니다. 서울 도심 특히 거주 수요가 집중된 강남과는 거리가 멀어 수요 분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강남과 가까운 과천 과천지구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수준이었습니다. 교통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퇴근 뒤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1기·2기 신도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3기 신도시 홈페이지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입니다. 3기 신도시 홈페이지에는 한 달 여 만에 100만 명(9월 17일 기준)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을 정도입니다. 청약 일정을 문자로 전달받는 알림 서비스 신청자도 18만 명에 달합니다.

청약 알림 신청자를 분석해 보니, 40대 이하가 78%(20대 10%·30대 38%·40대 30%)나 됐습니다. 그만큼 3기 신도시에 대한 젊은 층의 기대가 커진 것입니다. 특히 95%가 본인 거주 목적을 선택해 3040세대가 3기 신도시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너무 올라버린 서울 대신 교통망과 생활여건이 갖춰질 3기 신도시로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신청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33%에 달한 점도 고무적입니다. 그만큼 서울 주택수요 분산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3기 신도시는 민간·공공분양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저렴하다. 청약방식도 추점제는 물론 신혼부부, 생애 최초 특별공급, 청약저축 가입기간 등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가점제까지 다양하다. 소득에 따라 연령대별로 무주택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남 교산지구 일대 3기 신도시 (사진=연합뉴스)

● 성패의 핵심은 '교통'

3기 신도시가 이 같은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줄지 여부는 결론적으로 '교통인프라'에 달렸습니다. 실제로 '편리한 교통'이 집값을 제치고 3기 신도시 선호 이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직장과의 거리도 3위에 올라, 집-직장을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강남지역과 접근성이 좋은 하남 교산지구, 과천 과천지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부동산 경제학연구실)도 "도심에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안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교통망을 잘 갖춰 접근성을 보완한다면 3기 신도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신도시 설계 때부터 교통망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1·2기 신도시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교통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광역교통개선대책이 확정된 하남과 과천은 도로사업 실시설계에 들어갔고, 남양주와 고양, 인천, 부천도 올해 안에 교통대책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또 제때 교통망이 완공될 수 있게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 절차도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입주 초기 지하철 준공 전까진 사업시행자가 광역버스 운행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돼야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3기 신도시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위험하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습니다.

"아직 토지 보상도 안 된 상황에서, 첫 입주까진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5~6년은 걸린다. 그동안 전세를 2번은 더 돌아야 한다. 집값도 과연 내려갈지도 의문이다. 지금처럼 계속 우상향 하면 그때는 평생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지금 사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원래 계획은 저렇게 다 잘 짠다. 그런데 계획만 잘 짠다. 교통대책이 실제 제대로 된 적이 있는가? 개통일 맞춰서 개통한 사례를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돼야지 되는 것이다."

"7~8년 뒤 입주하면 이미 40~50대다. 자식들은 클 만큼 컸는데 1·2 신도시처럼 교육 인프라도 제대로 안 갖춰진 곳에서 우왕좌왕할까 봐 두렵다" 등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반대하는 과천 시민
3기 신도시 계획에 반대하는 과천 시민

지역 주민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태릉 등 서울 내 반발은 제외하더라도, 당장 과천시는 시장이 직접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상태입니다. 주택 공급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2만 명의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청사 이전 뒤 이미 자족 기능이 떨어졌다. 서울의 집값을 잡는데 아니 왜 우리가 수단으로 쓰여야 하느냐"라고 반발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정부가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신속한 실행력과 진정성 있는 설득으로 불신과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교통망 구축은 장기 사업인 만큼, 예산을 포함해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정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시장 불확실성 해소까지 이어지려면 실제 공급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이뤄져야 한다. 현 정부가 과연 그럴 능력을 갖췄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확신이 불편한 이유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테틀록 교수는(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재밌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전문가 284명에게 미래의 정치·경제·국제 정세·사회 등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고, 훗날 실제 얼마나 맞췄는지 분석해본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 침팬지가 다트를 던져 찍은 것보다도 낫지 않았습니다 (1)
테틀록 교수의 저서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
그렇지만 이 실험에서 더 흥미로운 사실은 전문가 중에서도, TV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전문가들의 예측력이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목소리는 크지만 귀는 막힌, 확고한 신념만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반대로 잘 맞힌 전문가들은 귀를 열어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전문가들의 예측력은 더 뛰어났습니다. (테틀록은 이런 결과를 담은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책을 썼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2)

시장의 기대심리가 안정되면서 가격 안정세도 더욱 공고해질 거란 홍남기 경제부총리, 3기 신도시가 패닉바잉을 막고 부동산 하향 안정화에 기여·서울 집값 하락을 이끌 것이란 김현미 국토부 장관·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발언. 터틀록 교수가 이 '확신에 찬 발언'을 들었다면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1. Everybody'S an Expert,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05/12/05/everybodys-an-expert

2. Tetlock, P.E. (2006-08-20). Expert political judg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Princeton University Press. ISBN 978-0-691-12871-9.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