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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대인 기피 시대의 생존전략

[월드리포트]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대인 기피 시대의 생존전략
▲ 미국 뉴욕 125번가의 폐업한 가게

●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K형'…"격차 더 커진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7일 오전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천만 명, 사망자는 94만 4천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2천500만 명을 넘은 이후 18일 만이며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으로 공식 보고된 지 9개월여 만이다.

국가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미국인 682만 명, 인도 511만 명, 브라질 441만 명, 러시아 107만 명으로 이들 4개 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였었던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은 2020년 상반기 세계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2.9%로 73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EU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12.1%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

미국의 CNBC 방송은 올해 들어 애플(App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홈디포(home Depot) 3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나머지 27개 다우지수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고 보도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는 산업별, 기업별, 계층별, 국가별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세계경제의 모습을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로 표현했다.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모습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V, W, U, L 등이 거론됐지만,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을 표현한 'K'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미국 부자 상위 1%의 주식과 뮤추얼펀드 보유 비중

미국에서는 부자 상위 1% 계층이 펀드와 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1% 계층의 재산이 나머지 99%의 재산보다 많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경제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지만, 코로나19 이후 계층 간 부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CNBC 방송은 전망했다.

JP 모건의 투자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비치(Marko Kolanovic)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적인 변화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IT 기기의 사용은 폭증한 반면 항공, 에너지, 쇼핑몰, 사무실, 접객 업소의 이용은 급감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했습니다. 기술 부문 종사자의 자산은 사상 최대치로 증가했지만, 저소득층과 노동자 계층, 원격 업무 처리가 불가능한 계층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8월 업종별 취업자 증가 규모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지난 8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134만 개 증가했다. 8월 실업률도 8.4%로 전달의 10.2%보다 2%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8월 일자리 증가분 가운데 34만 4천 개는 정부 부분에서 증가했다. 인구조사를 위해 채용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23만 8천 개에 달하고, 코로나19로 일시 해고된 근로자들의 복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순수 민간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할지라도 코로나 이후의 경제는 코로나 이전보다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경제 규모는 이전보다 10%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코로나 이후의 경제를 '90% 경제(90% economy)'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로 코로나를 극복해도 대인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El-Erian)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이 같은 거래 상대방 위험(Human Counterparty Risk)을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이런 불확실성은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스크를 쓰고 플라스틱판 뒤에서 음료를 전달하는 스타벅스 직원

● 대인 접촉 기피 확산에 글로벌 외식업체는 변신 중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 두기, 봉쇄조치는 소비행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소비자들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좀 더 쉽게 주문을 하기 위해 레스토랑의 앱을 내려받고, 드라이브 스루 식당을 찾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4월부터 6월까지 드라이브 스루 이용객은 26%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인 미국 외식업체들은 대인 접촉 기피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안전과 편리성을 증대하기 위해 대규모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고 미국 CNBC 방송은 보도했다.

스타벅스는 올해와 내년 모바일로 주문을 하고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모바일 픽업 카페를 크게 늘릴 예정이다. 고객들이 주문을 하고, 주문한 상품을 찾아가는 행태를 분석해 완전히 새롭게 매장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외식업체들도 늘고 있다.

타코 벨: Taco Bell의 모바일 레스토랑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염 브랜드(Yum Brand)는 고객들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드라이브 스루 고객과 주차 고객을 이원화한 매장 디자인을 선보였다.

새로운 '고 모바일(Go Mobile)' 디자인은 원격 주문한 음식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창구를 설치했다. 주방은 직원들이 고객의 주문을 빨리 조리하고, 최대한 빨리 조리한 음식을 고객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알려주는 설비를 갖췄다.

쉑쉑: Shake Shack의 드라이브 스루 차선

쉑쉑도 지난 5월 새로운 매장 디자인을 선보였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으러 오는 고객을 드라이브-업 고객(차를 몰고 온 고객용)과 워크-업 고객(걸어온 고객용)으로 구분해 별도의 창구를 마련했다. 비접촉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픽업 창구도 마련했다. 내년에는 현장에서 주문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차선도 설치할 계획이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버거킹은 기존보다 60% 정도 공간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매장 디자인을 변경했다. 2층으로 된 매장에 드라이브 스루 고객을 위해 3개 차선을 마련하고, 이 가운데 하나는 배달 차량에 배정했다. 드라이브 스루 차선 위층에 주방과 취식 공간을 마련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고객들이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그늘 아래서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 "방역 조치 반대" 시위 로마…식당에 거리 내준 부에노스아이레스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로마의 시민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자 유럽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마스크 착용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등 하교 때나 복도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시위에는 우익단체들과 엄마 클럽, 택시 운전사, 자전거 타기 동호인들은 물론 백신 반대운동가들도 참여했다.

독일과 스위스, 크로아티아 등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자유는 우리의 힘', '부모와 아이는 불행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항의했다.

도로에서 식사를 허용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는 유명 식당가의 도로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서 식당들이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오랜만에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실외에서의 식당 영업이 허용되자 많은 시민들이 몰렸고,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을 수 있도록 시 당국이 도로를 폐쇄하고 식당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는 식당의 테라스와 실내 정원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중앙정부에서 이를 금지하자 절충점을 찾았다. 6개월 동안의 봉쇄조치로 파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시 당국의 조치를 반색하고 나섰다.

사람들 간의 거리 두기를 요구하는 코로나19는 사회적 격차를 확대하고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무서운 감염력으로 특히 취약계층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코로나19를 퇴치할 치료제와 백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태껏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거리를 두며 당분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려 하는 노력만이 코로나19에 맞서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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