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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의 불길한 전조…미국 서부의 '붉은 하늘'

[취재파일] 기후변화의 불길한 전조…미국 서부의 '붉은 하늘'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20.09.11 14:24 수정 2020.09.11 14: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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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기후변화의 불길한 전조…미국 서부의 붉은 하늘
● 붉은 하늘에 쏟아지는 재, "마치 지구의 종말 같았다"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았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재가 뒤덮으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버클리 등의 하늘은 오렌지색, 아니 심한 곳은 붉은색이 됐다.

"산불이 난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연기와 재가 자욱해 햇빛을 완전히 가렸습니다. 마치 밤 같았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 주민들은 한 낮인데도 밤처럼 변한 짙은 붉은색 하늘을 보면서 전등을 밝혔다. 산불은 32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지만, 샌프란시스코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세일럼(Salem)이나 오리건(Oregon) 같은 다른 지역에서도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것과 같은 붉은 하늘이 나타났다.

산불은 거대한 적란운을 만들어냈다.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발생한 산불에서 뿜어낸 연기와 숲이 타면서 나온 재는 사상 유례없이 광범위한 지역의 대기 질을 악화시켜 25일 연속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대기 오염 경보'가 발령됐다. 사상 최악의 상황이다. 이전 기록은 2018년 산불 당시 14일 연속 '대기 오염 경보' 발령이었다.

김용철 취재파일
연기는 카메라 렌즈의 필터와 같은 작용을 했다. 연기 입자들은 해가 뜨고 질 때처럼 햇빛을 굴절시켰다. 짧은 파장의 푸른색과 녹색 빛은 산란해 보이지 않게 하고, 파장이 긴 붉은색과 노란색 빛은 통과시켜 마치 무엇에 홀린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CNN의 기상 전문가인 저드슨 존스는 "대기를 뒤덮은 입자로 녹색과 청색이 차단되면서 하늘이 마치 일출이나 일몰 때처럼 보이게 된다"면서 "산불에 가까이 갈수록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지 못해 한밤중처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치 화성에서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40년 이상 살았지만 이런 하늘은 처음이다. 오전 10시가 넘었지만 마치 밤 같았다. 이상하게도 하늘이 어두운 것이 아니라 짙은 붉은색이었다. 마치 지구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불길한 징조는 아닌지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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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서부 대형 산불만 40여 건…7명 숨져

미국 서부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10일 저녁 현재 미 서부 해안가의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3개 주에서 산불로 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곳곳에서 숨진 사람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주 북부 오커나건 카운티에서는 한 가족이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1살 아기가 숨지고 부모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오리건주에서는 세일럼 시내 차량에서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포함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현재 미 서부에서 진행 중인 대형 산불만 85건이 넘고, 이 가운데 40여 건이 미국 서부 해안에 나란히 맞붙은 워싱턴과 오리건, 캘리포니아 3개 주에서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이들 산불로 수십만 에이커의 땅이 불탔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35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인 오리건주에서는 30만여 에이커(약 1천214㎢)의 땅이 불탔고, 디트로이트·블루리버·비다·피닉스·탤런트 등의 일부 마을이 "사실상 파괴됐다"고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는 밝혔다.

인구 7천 명 규모의 피닉스 지역에서는 1천 채가 넘는 주택이 소실됐고, 인근 탤런트에서도 수백 채의 집이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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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올해 산불로 불탄 면적이 220만 에이커(약 8천903㎢)로 이미 연간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14.7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의 제시 밀러 대령은 폭염과 강풍, 낮은 습도, 가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을 거론하며 "아마도 캘리포니아가 경험한 가장 도전적인 산불 시즌일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산불은 북쪽부터 멕시코 국경까지 1천287㎞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중부 마데라·프레즈노카운티의 '크리크 파이어'는 지난 4일 시작해 15만 2천 에이커(615㎢)를 태우고 최소 360동의 구조물도 파괴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대낮에도 어두워 조명을 켜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풍경에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다'고 불안해하며 외출을 삼가고 있다. 길가에 주차해둔 자동차 지붕과 보닛 위에는 새카만 분진이 잔뜩 내려앉았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핵겨울'(Nuclear Winte)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국립기상청(NWS)의 기상학자 크레이그 슈메이커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일대에 발생한 '베어 파이어'로 인한 대량의 매연이 밤새 12㎞ 높이까지 날아올라 가며 재와 얼음이 뒤섞인 거대한 먹구름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일원에서는 '밥캣 파이어'가 발생해 1만 300에이커(약 42㎢)를 태우면서 LA 동북쪽의 패서디나 일부 지역 등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발생한 '엘도라도 파이어'도 피해 면적이 1만 1천 에이커(약 45㎢)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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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에서는 최근 12차례의 산불 시즌에 불탄 면적보다 더 많은 땅이 지난 7일 하루 동안 소실됐다고 제이 인슬리 주지사가 밝혔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이 33만 에이커(약 1천335㎢)다.

워싱턴주 동부의 몰든에서는 산불이 마을을 덮치며 주택과 소방서·우체국·시청·도서관 등 공공 인프라의 80% 이상이 파괴됐다. 인슬리 주지사는 "이 산불들 거의 전부가 어느 정도 사람에 의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기후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영향권에 든 인원이 3천만 명이 넘는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주 등 5개 주 일부 지역에는 적기(red flag) 경보가 내려졌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연기는 4천 km 떨어진 5대호 상공에서도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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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자연재해 광풍…"10년 뒤엔 '좋은 시절이었다' 회고할 것"

기후 과학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덮친 가뭄과 대형 화재, 54.4℃를 기록한 데스밸리의 이상 고온, 한국과 일본을 강타한 태풍을 뛰어넘는 자연재해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발생할 것"이라며, "10년 뒤에는 지금이 좋은 시절이었다고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킴 콥 조지아 공대 기후학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연이은 재난을 맞이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할 자연재해는) 상상력에 도전하는 수준이며, 미래를 아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속 기후학자인 캐시 델로는"10년 전부터 늘 해왔던 얘기지만 지금 벌어지는 자연재해의 규모는 당시에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후학자 조너선 오버펙 미시간대 환경학 학장도 "기후 변화로 대기가 달궈지면서 30년 내로 지금의 2배의 달하는 자연재해가 닥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화재와 폭염이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 수석 과학자인 왈리드 압달라티 콜로라도대학교 환경과학과 학장은 "화석연료의 연소가 기후변화나 재해를 악화시킨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총장은 "더 많은 열을 대기에 가두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상 현상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한 것"이라며, "이는 열대성 폭풍의 세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는 가뭄으로, 또 다른 지역에는 폭우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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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도 온실가스 '최악'…지구 기온도 '사상 최고'

코로나19에도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높아지고,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초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대비 17% 줄어드는 등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봉쇄 조치가 대부분 해제된 6월 초에는 배출량이 거의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체류기간이 길기 때문에 올해 배출이 7% 준다 해도 온실가스 농도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WMO는 지난 7월 지구의 CO2 농도는 414.38 PPM으로 1년 전 411.75 PPM보다 2.63PPM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안전선이라고 보고 있는 1988년의 350PPM보다 한 참 많은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1도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보다 평균기온이 섭씨 1.5도에서 2도 정도 더 올라가면 가뭄과 강한 폭풍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유엔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5년은 지구의 온도가 가장 높은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할 경우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3.5도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매시간 기후변화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는 9일 발간한 보고서 '2020년 생태 위협 기록부'(ETR)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와 물, 식량부족으로 전세계 인구의 10%인 10억 명이 난민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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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화재 삼림 파괴 사상 최악…환경의 역습 우려

대부분 자연적으로 발생한 미국 서부의 산불과 달리 브라질의 아마존은 인공적인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경지와 목초지, 광산개발 등을 위해 불을 질러 삼림이 파괴되는 것이다.

9월 첫 주 보고된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의 화재는 8천723건으로 1년 전 같은 시기의 2배로 늘었다고 브라질 국가우주연구소(INPE)가 밝혔다. 지난 8월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의 산불은 하루 18건이 발생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9월 들어서는 하루 5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아마존의 산불은 이미 개간된 지역이 아닌 새로운 숲에서 발생하고 있어 우려는 더 크다. 로이터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9월에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의 27%가 처녀림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8월의 13%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파괴는 산소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막대한 온실가스와 연기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생물의 종을 위협하고 질병의 공포를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원은 최근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20에서 지난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지구상의 척추동물 수가 68%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남미 열대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척추동물의 수가 9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구생명보고서는 1970년대까지 인간의 생태계 침해는 지구의 자원 재생산능력보다 작았지만, 이제는 지구자원 재생산능력의 50% 이상을 더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삼림과 초지 등을 파괴해 농경지로 전환하면서 지구 토양의 3분의 1, 담수의 4분의 3이 식량 생산에 쓰이고 있으며, 해양어류자원의 75%가 남획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동물 서식지의 감소로 사람이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인수공통 감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파괴에 따른 온실가스의 배출 증가와 지구 온난화는 대규모 자연재해를 가속화하는 환경의 역습을 초래하고 있고, 그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과 한 달에 세 번이나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강한 태풍, 미국 서부의 유례없는 산불 피해는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 보전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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