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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부하가 인사위에…외교부의 미흡한 뉴질랜드 성희롱 대응

가해자 부하가 인사위에…외교부의 미흡한 뉴질랜드 성희롱 대응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대사관 현지인 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그간 대응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통해 상세히 드러났습니다.

인권위는 외교부의 사건 처리에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A 외교관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을 전부 수용하지는 않았습니다.

● 피해자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가해자 "성추행은 누명"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피해자)은 A 외교관이 2017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엉덩이, 허리 벨트와 배, 성기를 만졌고, 대사관에 이를 알린 뒤인 2017년 12월 21일에도 가슴을 더듬어 2차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지만, 대사관이 분리조치, 휴가처리, 의료비용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며 개선과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진정인은 7만781 뉴질랜드 달러(약 5천500만 원) 상당의 의료비 확인서를 인권위에 제출했습니다.

A 외교관은 대사관 근무 당시 진정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1차 성추행을 사과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대사관 조사에서 신체접촉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서는 "서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안하다고 한 것이지 성추행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며 "성추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쓴 자체로 고통을 느껴야 했고, 가족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대사관에 제출한 소명서 등을 근거로 신체접촉을 성희롱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성기 접촉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에 이러한 주장을 해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진정인은 2017년 12월 4일 대사관, 2018년 10월 31일 외교부 감사관실, 2018년 11월 27일 인권위에 이 사건을 진정할 당시 성기 접촉을 언급하지 않다가 2019년 8월 27일 처음 주장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 가해자 부하직원 등으로 인사위 구성…"공정성 담보한 매뉴얼 마련" 권고

인권위는 외교부가 진정인의 신고 접수 이후 한 조치에 대해 "외교부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교부는 2017년 12월 21일 A 외교관이 필리핀으로 전출될 때까지 2개월간 진정인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하고 A 외교관에게도 강제 휴가명령을 내렸습니다.

진정인에게 전문의 상담을 권유하고 인권위와 고용노동부 등 구제기관을 안내했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진정인이 휴가에서 복귀한 직후인 2018년 1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진정인과 A 외교관이 같이 근무하는 등 충분한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사관이 A 외교관을 상급자로 둔 공관원들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A 외교관을 경고 조치한 것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성희롱 피해자인 진정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교부는 대사와 공관원 2명, 대사관 고충담당자 등 총 4명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전체 공관원이 A 외교관을 포함해 5명뿐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진정인에게 1천200만원을 지급하고,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 시 조사 및 구제에 대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급병가를 사용했으며, 올해 5월 14일부터 무급병가 중입니다.

외교부는 진정인과 계약서상 성과평가 연속 2회 최하등급을 받으면 (고용)계약을 해지하게 돼 있는데 진정인이 최근까지 연속 4회 최하등급을 받았음에도 2019년 6월 26일 계약을 1년 재연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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