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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달걀 훔친 '코로나 장발장'에 징역 1년6월 재차 구형

코로나19이 확산하던 올해 초 고시원에서 달걀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에게 검찰이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지난 6월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동일한 요청을 받고 선고기일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나, 피고인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변론을 재개한 바 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3월 23일 새벽 경기 수원시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새벽에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점, 그에게 상습절도 5차례를 포함해 10여 차례의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특가법을 적용했다.

특가법은 절도 관련 범죄로 3번 이상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를 저질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다만 A씨의 범행 경위 등을 참작해 지난 6월 25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이 재판은 7월 14일 선고기일이 잡히면서 종료되는 듯했지만,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한 언론은 코로나19로 일용직 일자리를 잃고 살길이 막막해진 A씨가 범죄에 손을 댔다가 징역형에 처해질 처지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서울 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형을 요구한다. 이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하기로 하고, A씨의 범행 경위, 범죄전력,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까지 양형 조사를 진행해왔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여러 사람에게 시달려서 용서나 합의 등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별도의 처벌불원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고 조사 결과를 말했다.

검찰은 변론 재개 전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 중"이라며 "피고인은 단순히 '생계형'이 아니라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달걀을 먹으려고 했던 것인 만큼, 이런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변론했다.

A씨는 "죄송하다. 앞으로는 열심히 살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15일 열린다.

한편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통장을 빌려주고, 이 통장에 들어온 550만원을 가로챈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횡령)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다가 올해 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문제의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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