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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배우가 나를 터치?! 영국의 신박한 공연들

코로나19로 공연장에 사람이 모일 수는 없고, 공연은 해야겠고… 고민 끝에 영상화로 내몰리기는 하지만 이게 사는 길인지 아닌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나라, 공연 선진국 영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와 SBS보도본부 팟캐스트 <커튼콜>이 8월 초부터 한 달 간 '코로나19 시대의 공연 예술 영상화'를 주제로 매주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이 시리즈의 대미는 영국 공연계 사정을 두루 꿰고 있는 전문가와의 대담으로 마무리한다. SBS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와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I Love Stage)대표가 영국의 공연 영상화 발전 과정과 실험, 시사점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싣는다.

커튼콜용

김수현 : 영국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준영 : 월간 한국연극에서 매달 영국 공연소식을 전하고 있고, 웨스트엔드(West End)에서 공연 콘텐츠 개발과 티켓 플랫폼인 아이러브스테이지( https://www.kr.ilovestage.com/)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공연을 한국에 소개하거나 한국의 작품을 영국에 소개하기도 하고, 영국의 공연예술가들과 한국 예술가들의 협업을 중재하기도 한다. 웨스트엔드 공연들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한글 온라인 사이트도 운영한다.

김수현 : 영국은 공연 산업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 아닌가.'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공연을 매우 중시하는 나라인데, 공연의 영상화 관련해서는 최근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

● 런던 올림픽이 촉발한 나비효과

김준영 : 먼저 영국에서 공연의 영상화, 디지털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 경과를 짚어보자. 주목할 만한 계기는 2007년에 BBC에서, 디지털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아이 플레이어 (i player)라는 모바일 앱을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공연 영상물의 가능성이 알려지게 되고 지금과 같은 수익모델로서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2010년을 전후해서 일어난다. 2012 런던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영국 정부 예산 지원이 올림픽에 집중되자, 공연계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2009년 세계최초로 만들어진 '디지털 씨어터( https://www.digitaltheatre.com/consumer)는 그런 흐름의 산물이었고, BBC iplayer를 개발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공연계에서 유명한 NT Live (영국 국립극장 National Theatre의 공연영상 생중계 서비스)도 이 시기에 나온다. 영국 국립극장의 미션은 <관객에게 즐거움과 지적 탐구, 그리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서 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전 국민에게 보여줄 방법은 온라인 영상화 밖에 없다. 그래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지금은 영국 국내 700개 극장 11,000개 스크린, 해외 60개국 2,500개 스크린에서 공연을 상영할 정도로 수익성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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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Live의 성공은 공연계 뿐 아니라 영국 정부에도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다. 그런데 영국 공연계 전반을 디지털 기술에 적응시키려고 보니 자금과 스태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그래서 BBC와 영국 예술위원회가 2012년에 '더 스페이스(The Space)'라는 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https://www.thespace.org/

2015년부터는 '영상화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까?'라는 실험이 본격화된다. AR, VR, 이머시브 (Immersive,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을 공연 속에 몰입시키는 방식의 공연)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작품들이 나온다. 블래스트 씨어리 (Blast Theory)사에서 제작한 <카렌(Karen)>, 사이먼 맥버니와 콤플리시테 극단(Simon McBurney | Complicité )의 <더 인카운터(The Encounter)>등이 그런 흐름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다.

최근의 영상화 논의에 대해 한국의 공연 현장을 지키는 분들이 우려를 많이 하더라. 이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느냐는 것부터, 이러다가 공연이라는 장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그런데 영국과 유럽 나라들의 공연계는 이미 영상 찍히는 것에 익숙하다. 공연 시장 기능이 있는 에딘버러 축제 등에 나가서 홍보를 하기 위해 이미 비디오 테이프 시절부터 영상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영상화 흐름에 대해서도 반감이 별로 없다.

김수현 : 새로운 경향을 잘 보여주는 예시 작품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김준영 : 카렌(Karen)이라는 작품은, 드라마와 퀴즈, 게임이 접목된 모바일 앱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가상인물인 카렌은 모바일 앱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앱 속에 들어있는 배우-즉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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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를 받으면 본인의 이름을 입력하고 그 다음부터는 카렌이 매일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거기에 대한 답변을 남기면 그 정보가 계속 서버에 저장된다. 그러면서 카렌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점점 파악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카렌이 전화를 걸어온다. 굉장히 친절하기도 하고 유머도 있고… 카렌과 게임인 듯 현실인 듯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나중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좀 부끄러울 수 있는 질문까지도 훅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카렌과 관객이 아주 묘한 인간적 관계가 설정된다. 실제로 질문들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것이라고 한다.

● 때로는 친절하고 떄로는 당혹스러운 카렌이 말하는 것

제작사인 블래스트 씨어리 (Blast Theory)는 정부나 신용카드 회사,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나를 비밀스럽게 파악해 나가고 있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예술가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 보자는 의도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빅데이터 사회의 낯선 모습을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내려서 경험시키는 것이다. 이 낯선 경험의 끝에는 두 가지 선물이 있다. 하나는, 영국의 지정된 장소에서 딱 하루, 한 시간, 배우인 카렌이 이 관객을 초대를 해서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그동안 나에 대해 모은 데이터를 팔기도 한다. 5천 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다.

김수현 : 앱이지만, 굉장히 개인화된 일종의 공연이라고 봐야 하나?

김준영 : 그렇다. 1:1이다. 한 달 동안 한 관객이 한 명이 배우와 얘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드로우 미 클로스 (Draw Me Close)>라는 작품도 1:1 방식인데, 이 작품을 설명하려면 먼저 '라이버 (LIVR)' 라는 플랫폼을 소개해야 한다. 라이버는 2019년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온라인 VR 극장이다. 라이브 공연 작품을 온라인으로 VR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우리돈 8천 원 가량을 내고 가입하면 집으로 VR 헤드셋을 보내준다. 주로 소극장 연극, 에딘버러 프린지 공연들, 스탠드업 코메디 등등 우리로 치면 대학로 공연 같은 것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360도로 찍은 느낌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내가 극장 안에 있는 착각이 든다. 처음 써 봤을 땐 너무 신기해서 사방을 돌아보는데, 옆 자리에 앉은 여자가 나를 쳐다봐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 영상 속 배우가 나를 만진다?!

<드로우 미 클로스 (Draw Me Close)>는 이렇게 실제 공연을 VR로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가서 '이머시브(Immersive)'를 결합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무대감독과 스태프가 이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고, 관객은 헤드셋을 착용한 후에 천천히 가이드를 받아서 무대로 들어간다. 등장인물은 단 2명이다. 암 진단을 받은 엄마와 5살 난 아들. 엄마의 25년간의 삶의 기억을 풀어내는 연극이다. 엄마 역할을 맡은 단 한 명의 배우와 관객이 직접 대화하고 함께 움직이는데, 뭣보다 터치가 있다. 배우와 (VR헤드셋을 쓴) 관객이 터치를 한다. 관객이 그 내러티브 안에서 자연스럽게 엄마 캐릭터의 아들 역할을 맡게 되고 1:1 작품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라이브 공연들은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개의 감각에 의존해 왔는데 여기에 촉각을 집어넣었다. VR을 도입하면서 연극에 대한 생각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VR, AR, 이머시브를 결합하고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공연이 만들어지고, 또 전세계적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 이쯤되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공연'에 대한 일반적 관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된 것 아닌가?

김준영 : 영국에선 2016년에, '영상 콘텐츠 개발이 관객이나 제작사 유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국적 조사가 실시되어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 "라이브니스? 별 관심 없어요."

첫째는, 라이브 공연의 관객에게 영상화가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원래 공연장 가서 보던 사람은 그냥 공연장 가서 보더라는 거다. 내셔널 씨어터가 영국내 1만1천 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해도 지방 투어링 공연의 입장객은 줄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영국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을 찾는 관객은 실제 극장 관객층보다 어리고 폭넓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관객들 또한 영상화가 라이브 공연을 대체한다고 믿지 않고, 별개의 예술장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자료들을 보고 놀라웠던 게 이 부분인데… 공연을 만들고 유통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라이브 공연의 '라이브니스(Liveness)', 현장성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나. 그런데 온라인 스트리밍을 찾는 관객들은 그것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경제성이나 편의성에 더 큰 동기를 부여받고 있었다.

관객층도 다르고, 그 관객은 영상을 다른 장르로 인식하고 있고, 영상화로 극장 관객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 조사결과로 나왔으니 영국 공연계는 신규 관객 개발 차원에서라도 보다 긍정적 적극적으로 영상화에 나서게 된다. 제작사의 규모가 클수록 더 이런 경향이 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2018년에 또 하나의 공연 영상 플랫폼이 탄생한다. 바로 마키(Marquee)TV다. https://www.marquee.tv/

이 플랫폼의 창업자 사이먼 워크도 BBC iplayer 출신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16-24세의 젊은 관객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다. 이들은 영화관 공연장을 직접 가는 경우가 별로 없고 처음부터 스트리밍을 즐겼으며 가격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키TV의 월 사용료는 우리돈 1만2천 원쯤 되는데, 그것만 내면 모든 작품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다. 마키TV는 로열오페라하우스,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세계 중계권과 그외 16개 공연단체의 콜렉션을 보유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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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의 가격 모델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T (Transactional) VOD. 한 건당 얼마씩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것이다. A (Advertising) VOD는 시청자는 광고를 보는 대신 돈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보는 방식이다. 마키TV와 같은 구독 모델은 S (Subscription) VOD라고 한다. 1년에 12만 원 정도 내놓고 수준높고 다양한 공연을 무궁무진하게 집에서 편히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플랫폼들의 뒤에는 우리나라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지원 기관이 있다. 바로 더 스페이스(The Space)다. 영국 예술의 디지털화, 영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로, BBC와 영국 예술위원회가 나서서 2012년에 만들었다. 1년에 8백여 개의 단체를 지원한다. 특이한 것은, 영상화를 위한 마케팅과 콘텐츠 유통에 대한 교육까지 시켜준다는 점이다. 더 스페이스의 지원이 결실을 맺은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작품 <더 인카운터(The Encounter)>다.

● 내 귀 안에 360도 사운드로 전개되는 연극의 탄생

공연 내용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가 아마존 지역을 탐험하다가 길을 잃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이먼 맥버니가 이 작품을 영상화해서 라이브스트리밍을 하고 싶은데 기술과 유통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도와달라고 더 스페이스 재단을 찾아온다. 이 공연은 입체음향으로 녹음을 하고, 그걸 객석에 준비된 개별 헤드폰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면들은 헤드폰을 낀 관객 개개인의 머릿속 상상으로 완성된다. 이 작품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보고 그 창의성에 너무너무 놀랐다.

더 스페이스 재단이 창작자의 도움 요청을 받고 처음 한 일은, 과연 이 극단에 뭐가 필요할까 하는 '니즈(needs)' 파악이었다. 첫번째로 찾아낸 것은 입체 음향 녹음 시스템과 엔지니어였다. 그런데 이걸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가 마침 BBC다. 더 스페이스를 만든 기관 중 하나가 BBC 아닌가. BBC가 360도 녹음 마이크 기술을 접목시켜 주고, 객석 6백 석에 깔아놓을 헤드폰도 지원해 줬고 사운드 엔지니어도 지원해 줬다. 제작자는 공연에 대한 컨셉만 있었지 기술도 경험도 펀드도 없었는데, 이런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거다. 사이먼 맥버니 본인이 '엄청난 교육이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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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이런 식으로 영상과 기술과 접목되어 나온 작품은 기존 공연과 시장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다고 영국에서는 보는건가?

김준영 :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영국 공연 업계에서는, "공연의 영상화는 공연의 미래가 절대 아니며, 미래의 한 부분일 뿐이다" 라고 이해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의 문제로 이해를 하고, '영상화'라는 움직임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공연계가 최상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김수현 : 영국은 공연산업에 대한 지원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사려 깊게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김준영 : 영국의 공연 관객을 다 합치면 프리미어 리그의 2배쯤 된다. 세금 내는 총액이 엄청나기 때문에 공연계의 정치적 파워가 아주 세다. 국회의원 150명 정도 모아서 총리에게 글도 쓸 수 있다. 뮤지컬 대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경우는 총리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연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할 때 자구책을 당장 찾을 순 없겠지만, 공연이 없어지는 방식보다는 일반 공연은 그대로 살아남는 방식으로 (공연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지 않을까 싶다.

김수현 : 코로나 시대의 공연산업 영상화에 대한 오디오/비디오 팟캐스트 시리즈, 지금 이 대담이 마지막인데, 앞선 논의를 영국에서도 들으셨는지?

● 직접 만나지 않고 채팅만으로 연애할 수 있을까

김준영 : 시간만 나면 쭉 들었다. 두번 세번씩 들었다. 엄청난 고민들이 쏟아지더라. 한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중간에 잠시 공연이 열리는 시기가 있었지 않나. 그때 관객도 공연자도 다들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감정이 많은 걸 말해준다. 언택트 시대가 깊어질수록 컨택트에 대한 갈증도 커지는 것이다. 우리가 공연과 연애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애를 하는데 직접 만나는 걸 그만두고 채팅만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지 않을까. 기존의 공연은 공연 대로 살려 나가고 영상화는 새로운 장르로 이해하고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두번째 방송이었나? 공연 영상물 틀어놓고 라면 끓이러 가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나왔는데, 아… 공연이 영상화되면서 좀 사소해 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같은 날 정해진 시간에 한 곳에 모여서 공연장에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의식(Ritual)같은 일이었다. 떠들면 안될 것 같고 전화기 꺼야 하고, 객석 한 줄에 20명 나란히 앉으면 양쪽 끝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싫으나 좋으나 1시간 반 정도는 무대 위의 배우에게 집중해야 되고. 배우의 팬덤은 거기서 나오는 거다. 학교에서 선생님, 교회에서 목사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도 같은 뿌리를 지닌다. 그런데 라면 끓이러 간다니…(웃음) 좀 짠한 생각이 들더라.

김수현 : 공연계가 닥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사람을 길러내는 문제도 많이 논의됐는데, 여기에 의견을 보탠다면?

● 인터파크가 대학 학위과정을 운영한다면?

김준영 : 엄청난 변화와 고민들이 나오는데, 대학교육은 그대로다. 이제는 다양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극장도 있고 투자도 하고 콘텐츠도 개발하고 티켓도 파는 인터파크가 대학 기관과 연계해서 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극장들은 티켓만 팔아가지고는 극장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걸 수십년 전부터 깨달았고, 여러가지 다른 생존전략을 마련했다. 극장에서 실질적으로 교육기관과 함께 학위과정을 운영한 경우가 많다. 공연 대관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파티나 각종 컨퍼런스, 행사에 극장을 빌려 주기도 한다. 마치 호텔처럼. 공연의 횟수가 줄어든다면 공연장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나.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극장들도 고민이 더 필요할 것이다.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됩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  https://youtu.be/gfyF-UOpR9Q

● 제작지원 :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 [이전 토론회 보기] 화질? VR? 관객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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