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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가계대출 역대 최대↑…다 어디로 갔나?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 기자, 지난달 8월 가계대출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요?

<기자>

네, 지난달에 가계대출 관련해서 여러 가지 기록이 나왔습니다. 일단 8월의 가계대출 전체 7월보다 한 달 만에 무려 11조 7천억 원이 늘었는데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로 최대 기록입니다.

지난 2분기 더 나가서 7월까지만 해도 가계대출이 1분기보다는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1분기에는 코로나 여파가 전반적으로 컸죠.

그런데 한 5월 정도까지는 보시는 것처럼 가계대출도 가계대출이지만,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돈을 확보할 수 있을 때 확보해 두자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참 다급했죠.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 전까지 코로나 상황은 비교적 안정되고 기업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이 어느 정도 끝난 6월부터는 기업대출은 이제 확실히 증가세가 꺾였는데요, 가계대출은 3분기 접어들면서 다시 코로나 첫 번째 확산기보다 더욱더 대폭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앵커>

보니까 주택담보대출도 꽤 되지만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꽤 가파른 것 같은데 왜 이런 것일까요?

<기자>

지난달에 늘어난 가계대출 중에서 전세대출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증가한 것이 6조 1천억 원입니다.

그리고 기타 대출이 나머지 5조 7천억 원을 차지하는데요, 이것도 한 달 만에 늘어난 규모로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타 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이랑 4천억 원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원래 보통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기타 대출이 뭐냐, 이중에 93%가 신용대출입니다. 그만큼 최근에 개인들이 신용으로 대출을 많이 낸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는데요, 일단은 금리가 낮습니다. 정확히는 소득이 안정적인 고 신용자에게는 금리가 낮습니다.

8월 들어서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의 금리가 사람에 따라서는 더 낮아지는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신용 등급이 1등급이거나 2등급이고 소득이 안정적인 사람들은 1금융권 은행에서 2% 초중반대 금리로도 신용대출을 억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초저금리 시대에나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담보도 없는데 신용만으로 더 싼 이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낮은데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같은 담보 설정 비용 같은 것도 안 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고 신용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더 괜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전자금융 경쟁도 한몫합니다. 건강보험 자료 같은 것으로 은행들이 대출자를 만나보지 않고도 신용을 빠르게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너 나 할 것 없이 비대면 서비스 경쟁을 하다 보니까 휴대폰으로 몇 번 클릭하다 보면 저금리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이 받은 대출 다 어디로 갔습니까?

<기자>

일단 투자 수요가 크고요, 생활자금으로도 들어 간 것으로 한국은행은 보고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증권사 계좌에 모여 있는 돈, 주식 예탁금이 63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은 생각할 것도 없이 사상 최대입니다. 작년 말의 2.5배 수준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을 이미 54조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그것 말고 또 대기하는 돈이 지금 이렇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까지 이른바 '영끌' 해서 내 집 마련한 30대 직장인들 신용대출로 쉽게 낼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메꾼 경우들 보입니다.

생활자금도 한국은행 얘기처럼 늘었지만 대출 폭증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걸로 분석됩니다. 그야말로 신용이 높아야 저금리로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신용대출이니까요.

그보다는 가수요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요새 직장인들이 모인 데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받아뒀다" 그런 이야기들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규제가 잇따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신용대출도 언제 막힐지 모른다. 그래서 마치 2분기에 현금 확보에 몰두했던 기업들처럼 지금은 대출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들이 전에는 상대적으로 덜 썼던 만기도 짧은 신용대출로 몰린다는 것이죠.

어려운 상황입니다. 돈을 쉽게 빌려서 많이 쓰라고 금리 내린 것이거든요. 이렇게 하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빚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는 사실 힘듭니다.

그렇다고 신용대출마저 죄면 돈을 많이 빌려서 썼으면 하는 정책 목표는 멀어집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소득이 안정적인 고 신용자만 유리하다, 이런 불만이 안 생기기도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목표들을 동시에 잡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앵커>

네, 어렵고 복잡한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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