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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반려동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무섭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코로나19 전파가 정점을 찍지 않았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모두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방역당국의 지시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문득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까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물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감염 사례가 적고 임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최초의 동물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홍콩에서 나왔다. 지난 2월 26일, 코로나19 확진자 여성이 기르던 17살 포메라니안이 양성 결과를 보인 것이다. 해당 개체는 현재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노령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이후 홍콩에서는 개 2마리, 고양이 5마리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되며 현재까지 8마리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우한 코로나 강아지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동물 감염 사례는 벨기에, 미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러시아, 영국, 일본 등으로 이어지며, 8월 현재까지 11개국에서 총 32마리의 감염 보고가 있었다. 고양이가 19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개가 두 번째(11마리)였다. 개, 고양이 외에는 사자 1마리, 호랑이 1마리 감염 사례가 있었는데, 미국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던 야생동물이었으며, 지난 4월 초에 감염이 확인된 바 있다. 이외에도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밍크사육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발생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동물들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개체는 무증상이었고, 일부 개체에서 호흡기 증상 등이 확인됐을 뿐이다.

이전 칼럼에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언급하며 '동물 감염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으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몹쓸 짓이 제발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동물들의 감염 가능성은 사람보다 훨씬 낮고, 일부 양성 사례는 '환경 오염에 의한 양성 검사 결과'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특히,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고,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감염 보고 사례도 없다. 마이클 라핀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원헬스위원회 의장은 "현재로서는 개, 고양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일상적인 노출로 감염된다고 보기 어렵다. 주된 확산 경로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5일을 기준으로, 홍콩에서 확진자가 기르던 개 30마리, 고양이 17마리, 햄스터 2마리를 검사했지만, 3마리(개 2마리, 고양이 1마리)만 양성이 나왔을 정도로 동물 감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반려동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이는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워낙 변이가 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으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동물 감염 사례가 없으니까 괜찮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검사 체계가 다르므로, 감염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여 실제 감염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홍콩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확진자가 기르는 모든 반려동물을 14일간 격리하면서 검사를 시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동물까지 의무적으로 검사하지는 않기 때문에, 동물 양성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반려동물도 우리처럼 거리두기를 해보면 어떨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반려견과 산책할 때 모르는 사람과 동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자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에서 같이 살지 않는 모든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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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반려견 강아지 개 (사진=픽사베이)

1. 동물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 감염이나 전염성 여부에 대한 동물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며,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수의사회(AVMA)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람이나 기타 동물에게 전파 확산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2. 코로나19 의심 증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자제하세요.

반려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자가격리 중이라면 동물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다른 가족들이 대신 돌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확진자가 부득이하게 반려동물을 돌봐야 하거나 안내견과 함께 생활해야 할 경우 접촉 전후에 반드시 철저하게 손을 씻어야 합니다.

3. 반려동물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 동물 병원 방문 시에는 먼저 전화로 이를 알리세요.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발열, 기침, 호흡 곤란 등 이상 증세를 보여 동물 병원을 방문할 때는 전문가에게 먼저 전화로 상황을 알리고 정확한 증상을 설명해주세요.

4. 가벼운 산책을 유지하는 것은 반려견과 견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나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은 반려견과 견주의 건강과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가벼운 산책을 권장합니다. 단, 산책 중에는 다른 사람과 동물로부터 최소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사람과 동물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다수의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것보다 1:1 산책을 권장합니다.

5. 반려동물의 위생관리에도 특별히 신경 써주세요.

산책 후 집으로 돌아오면 반려견의 입과 코 주변, 발을 씻고 먼지를 털어주세요. 또한, 사료와 물그릇, 침구류 및 장난감을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6. 집에서 반복 학습이 필요한 간단한 교육을 시도해보세요.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도 반려동물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퍼즐 장난감 놀이나 간단한 교육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반복 학습이 필요한 '악수하기,' '기다려' 등 간단한 교육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7. 함께 지내는 시간을 조절해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세요.

코로나19 개선 상황을 꾸준히 살피면서,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을 적절히 관리해 주세요. 재택근무 등이 종료되어 집에서 함께 보내던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이는 반려동물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8. 반려동물의 면역력을 높이고 기타 질환도 사전 예방하세요.

반려동물의 면역력 강화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기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 밖에도 피부질환 치료제, 심장사상충 예방약, 항생제, 바이러스 백신 및 의약품을 통해 심각한 질병과 기생충, 피부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이상 증상을 보일 경우 가까운 동물병원의 전문가와 빠르게 상담해 주세요.

9. 모두가 예민한 시기, 이웃을 조금 더 배려합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모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염려도 높아졌습니다.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이나 동반 외출 시 목줄, 배변 처리 등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해서 이웃 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합시다.

* 참고자료 : 코로나19 대비 '슬기로운 반려동물 생활 가이드 9가지' (한국조에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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