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뒤 차를 몰다 사고까지 낸 운전자보다 동승자에게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습니다.
방조자의 경우 사실상 음주운전을 부추긴 데다 사고가 나자 빠르게 현장을 떠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여성 A 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세종시 한 도로를 지나다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2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0%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차량에는 남성 B 씨가 함께 타고 있었는데, 사고가 나자 B 씨는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사람을 기소한 검찰은 B 씨가 "세종시에서는 절대 단속을 하지 않는다"거나 "지금 피곤하니 운전하라"며 A 씨를 운전석에 앉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B 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상태에서는 A 씨에게 "일단 그냥 나를 모른다고 하라"며 거짓말을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A 씨에게 벌금 800만 원을, B 씨에게는 징역 4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박 판사는 "B 씨는 범행이 발각될 상황에 이르자 그대로 달아나 버렸을 뿐만 아니라 A 씨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했다"며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정에서까지 모든 책임을 A 씨에게만 돌리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음주운전죄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에 이번 사건을 일으킨 점도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법정구속된 B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