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아파트 앞산이 '와르르'…주민 코앞 산사태에 '아찔'

강력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경남에 근접한 오늘(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오전 7시 5분쯤 6개 동 460여 가구의 이 아파트 단지 106동 바로 앞 절개지 산이 흐물흐물 거리다가 순식간에 산사태가 났습니다.

천둥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토사 수십여 톤이 아파트 쪽으로 쏟아졌습니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하이선'이 몰고 온 비구름 영향으로 거제시에는 어제 0시부터 오늘 오전 9시까지 189㎜의 비가 퍼부었습니다.

105동 2층 입주민 서 모(68) 씨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주민들 비명이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기억했습니다.


나무와 함께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토사와 나무는 바로 앞 주차 차량 3대를 덮친 후 약 8ｍ가량 떨어진 106동 현관 앞에까지 들이닥쳤습니다.

흙더미가 쏟아지는 것을 막고자 옹벽에 세운 철망은 그물처럼 찢어져 너덜너덜해졌습니다.

토사를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토사 때문에 입구가 막혀 빠져나오지 못한 일부 106동 입주민은 소방서가 도착해 사다리를 놓아주고서야 창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106동 주민 박 모 씨는 "창문을 통해 사다리를 타고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입주민들은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운'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서 씨는 "절개지에서 흙탕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관리사무소에서 '대피해라'는 안내방송을 몇 번 했다"며 "대피 방송이 나간 후 흙더미가 쓸려내려 왔다"고 말했습니다.

거제시와 관리사무소는 지난 3일 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불과 며칠 만에 또 강력한 태풍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106동 주민을 중심으로 이 아파트 주민 75가구 90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사진=거제시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