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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공장 대형 지붕이 날아와 '꽝'…피해 마을 '날벼락'

태풍에 공장 대형 지붕이 날아와 '꽝'…피해 마을 '날벼락'
"우지끈, 꽝 하는 소리에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밤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낮이었으면 여럿 다쳤을 겁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3일 새벽 울산을 강타하면서 폐공장에서 날아간 대형 철제 패널 지붕이 인근 마을을 덮쳐 쑥대밭이 됐다.

북구 농소중학교 뒤편 마을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동네 주민 20여 명이 마을 도로로 나와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밤사이 강풍이 몰아치면서 마을과 바로 붙어있는 폐공장의 가로 20m, 세로 20m 지붕 패널이 떨어져 나가고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마을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폐공장과 불과 3m 도로를 끼고 붙어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은 철제 패널이 완전히 덮어 폐가처럼 보였다.

주택 2층 옥상 난간은 부서졌고, 계단도 완전히 막혔다.

이 마을에 3대째 거주하는 김준현(62) 씨는 "이런 바람은 처음이다"며 "10년쯤 전부터 방치된 폐공장이 불안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고 혀끝을 찼다.

3일 울산시 북구 농소중학교 인근 마을에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강풍으로 전신주가 넘어지고, 담벼락이 무너졌다. 주민들이 마을 도로에 나와 살펴보고 있다.

이 주택과 맞닿아 있는 다른 주택은 패널에 가려 아예 보이지가 않았고, 또 다른 주택은 전신주가 담벼락을 뚫고 집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지붕 패널 구조물은 20m가량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주택 현관문에 박혔다.

이 집에 사는 김정채(77) 씨 부부는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불을 켰는데 갑자기 '우지끈하는 소리가 나더니 꽝하고 정전됐다"며 "바깥 상황을 살피려고 했으나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꼼짝없이 갇혀 무서웠다"고 말했다.

폐공장 담벼락과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주차된 차량도 파손됐다.

주민들은 완전히 찌그러진 차량에 손을 넣으며 물건을 하나라도 꺼내려고 살폈다.

이 마을에선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 10여 채가 파손됐고, 차량 3대가 피해를 봤다.

3일 울산시 북구 농소중학교 인근 마을에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강풍으로 폐공장 담벼락이 무너져 주차된 차량을 덮친 모습

폐고철을 모아 트럭에 싣고 고물상에 팔아 생활한다는 한 주민은 "전신주에 트럭이 박살 났다"며 "당장 일을 못 하게 돼 막연하다"고 털어놨다.

마을 곳곳에 있는 전신주 10개가 넘어져 정전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낮에 사람이 돌아다닐 때 강풍이 닥쳤으면 큰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 소식에 다른 곳에 사는 자녀가 나이 든 부모를 찾아와 안부를 묻기도 했다.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밤새 울산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1m(기상대 기준)를 기록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는 동구 이덕서에 초속 46m, 울주군 온산읍에 초속 40.7m까지 강한 바람이 불었다.

태풍 마이삭 복구를 시작하지도 못한 마을 주민들은 7일과 8일 마이삭 보다 훨씬 바람이 세고 위력이 강한 태풍 '하이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울산=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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