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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용으로 영상 올렸어도 공연자에게 돈 줘야 하나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공연계는 '유일한 살 길'로 거론되는 영상화로 더욱 급속히 내몰리고 있다. 한때 이러다 말겠지 하는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얼마나 이렇게 갈 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보니, 공연을 영상화 할 때 지적재산권 등 각종 권리관계를 이해관계자 간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를 놓고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 규정과 숫자를 따져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공연분야 종사자들로서는 낯설고 궁금한 점 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가 SBS보도본부 팟캐스트 <커튼콜>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총 5회에 걸친 전문가 심층토론 중 4회차의 주제는 <공연예술 영상의 지식재산권>. SBS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이 분야 법률 이슈의 전문가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이지형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대표,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가 참여했다.

1시간 반에 걸친 열띤 토론 내용을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 기사는 전반부의 요약이다.

커튼콜 기사용

● 예전 공연 때 찍은 영상을 이번에 올리려는데… 발생하는 문제는?

김수현 : 공연예술의 '영상'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대두된 문제다. 현장에서 궁금했던 점을 많이 물어봐 주시면 좋겠다.

이길준 : 어린이공연과 가족공연을 제작하고 해외 유통과 투어 공연, 라이센싱 사업 등을 한다. 저작권은 항상 어려운 문제였는데, 공연을 못 하는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고려하는 영상의 저작권 문제는 더욱 까다롭더라. 먼저, 공연에서의 저작권과 영상에서의 저작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처럼 공연을 만들다가 영상 제작으로 전환했을 경우 유의해야 할 상황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이지형 : 우리 회사는 K-POP, 드라마, 영화 음악 작곡가 매니지먼트, 각종 영상매체 음악제작 및 라이센싱, 음반제작 및 세계 디지털음원 유통 등을 담당한다. 이 대표님 사전질문지를 보고 이 문제를 좀 다르게 생각해 봤다. 공연물에서 파생될 수 있는 2차 저작물 및 그에 대한 저작권은 매우 다양하다. 공연을 찍은 영상도 있을 수 있고, 대본집 형태로 출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리메이크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술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2차저작물로 나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는 없다.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지?' 하고 어려워하는 것 보다는 처음에 원천 콘텐츠를 만들 때부터 저작권과 관련한 밑그림을 잘 그려 놓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포괄적이고 융통성 있게, 하지만 같이 일하는 창작자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된다.

● 영상은 더 이상 '단무지' 아냐… 별도로 계약해야

김수현 : 지금은 비상시국이라… 영상화로 인한 공연자의 권리 침해가 발생해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을텐데, 이와 관련한 상담도 늘어나지 않는지?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법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지식재산보다 위에 있는 민사법에서의 개념인데,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해서,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이나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면 안된다는 기본 원칙이다. 4월 정도만 해도 공연 영상을 24~48시간 한시적으로 올린다는 곳들이 있었고, 무대 공연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젠 안 그렇다. 상황이 달라졌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계약의 모든 부분을 재구성해야 한다. 원천적으로 기존 계약의 행사가 불가능해졌다면 아예 기존계약을 해소하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공연계약과 영상계약은 이제 별도의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전에 공연을 하면서 그걸 기록해 두는 수준으로 영상을 찍을 때는, 비유하자면 라면 시킬 때 단무지 주는 수준으로 영상화 부분을 계약에 반영했다면, 이제는 영상 자체가 주 메뉴가 되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더 이상 공연계약서 안에서 아카이브 목적으로 영상화를 허락하는 계약조건이 아니라, 별도로 영상에 대한 출연료 정산과 사용수익 분배 계약을 맺어야 한다.

또, 공연 출연 계약시에는 출연 횟수에 따라 1회당 얼마 입금으로 정산 기준을 마련했다면, 영상 제작 계약시에는 어떤 플랫폼에 얼마나 영상을 올려 둘지를 고려해 이용허락 계약서를 별도로 써야 하는 필요가 발생했다. 그러므로 기존의 계약서는 해제하고, 코로나 현 상황을 반영하고 공연자의 생계를 고려한 영상 허락 계약으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

● 영화를 CGV에 걸든 마을회관에 걸든…

이길준 : 유료화해서 돈 버는 게 아니라 공연 홍보용으로 공연영상을 올릴 때도 공연참가자들과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나?

박정인 : 그렇다. 공연자에게 줘야 하는 영상 출연료는 그 영상이 무료로 공개되느냐 유료로 공개되느냐 와는 상관 없다. 그 영상이 유통되는 동안 해당 출연자는 공연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오히려 많은 영상출연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영상으로 버는 돈이 없어서 당장 줄 수 없다면, 약간의 계약금을 준 다음, 영상의 유통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그때 다시 정산해 주는 식의 수익분배 방식을 택해야 한다. 영화를 찍었는데, 그걸 CGV에서 상영할지 마을회관에서 상영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안 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이지형 : 예전에 공연할 때 자료화면용으로 찍어둔 거라도 유튜브에 올려야 되지 않나? 이것으로 돈 버는 것도 아닌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별도의 '이용허락 계약'을 해야 한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경제산업규모가 큰 쪽에서는 일찍부터 수익을 몇 대 몇으로 나눌지, 권리는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질지 등 계약서를 잘 써 온 편이다. 공연 쪽에서도 여러 직능단체들이 모여서 표준계약서를 만들면 좋겠다. 외국에는 사례가 많다.

● 저작권법 29조의 함정

박정인 : 그 문제로 가자면,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다. 음악은 음반산업협회나 음악저작권협회 등이 있어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공연 부문은 공연만 권리신탁하여 공연 사용료를 받아다 주는 단체가 없다. 불법복제물이 영상으로 돌아다닌다든지 하게 되면 이걸 관리단속하고 사용료를 걷어올 단체가 필요한데, 공연 부문에는 그런 단체가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저작권법 29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항이 있다.

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그동안 공연료를 징수해 오는 단체가 없는 현실과 맞물려, 우리 공연시장을 척박하게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연극 극본을 학교나 동아리 등에서 제 마음대로 고치고 자기들 이름을 붙여서 돌려도 권리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도 이와 관련이 있다. 공연저작권자가 자신의 시놉시스를 보호할 궁극적 보호조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14년 만의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에도 29조 개정안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문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다른 부문에서는 사전에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사용했으면 보상금을 주도록 해서 해당 시장을 보전해 주는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복사하면 그 책을 안 살 것 아닌가? 그래서 도서관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준다. 공연에는 그런 것도 없다. 공연예술계가 힘을 합쳐서 이런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

이 대표님이 지금 공연 영상을 OTT사업자에게 팔아 수익을 내려고 사업자를 고르는 중이신 것 같은데, 각 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익분배 비율을 잘 고려해 보시라. 보다 출연자에게 사후 수익을 챙겨줄 수 있고 내 옵션도 좀 더 챙길 수 있는 곳인지. 그 플랫폼에게 독점을 줄 것이면 가격을 올려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상을 넘기고 나면 영상물 등급 심의나 플랫폼 측의 편성 운용 사정상 영상이 가위질 당할 수도 있다. 이게 법에서는 원 영상제작자의 권리를 해치는, 동일성 유지권 침해라든지, 새로운 각색을 금지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등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디까지 허용해주고 수익분배율을 받을 수 있을지도 따져 보는 것이 좋겠다.

● '당신은 얼마나 기여했는데?'를 푸는 법

이길준 : 뮤지컬 공연은 단순하게 하나의 저작권으로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 여러 저작권들이 복합돼 있는 것 같은데. 누가 작품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간을 하기 어려울 때, 한 작품에서 저작권 수입의 배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지형 :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주변이나 과거에서 선례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예전에 사례가 있었다고 해서 그게 꼭 옳은 건 아니다. 오류도 많다. '아 이거 어떻게 하지?' 싶을 때 주변에서 선례를 찾기보다는 이해당사자들끼리 충분히 서로 협의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저작권법이라는 게 모든 상세한 경우마다 기준을 잡아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영상물 특례조항'이라는 게 있다. 영상은 결합 저작물이고 종합예술임을 감안해서, 영상 제작자에게 다른 제작자보다는 저작권법상 특별한 지위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시나리오 쓰시는 분들, 음악감독, 미술감독 등에게는, 여전히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 영상의 제작자에게는 이러한 권리들을 결합하여 열심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이용 허가를 해 준 개념이다. 그러니, 그들 모두와 함께 영상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다는 개념을 갖고 일을 풀어가야 한다. "제작을 내가 했는데…?" 라는 식의 마인드는 곤란하다.

박정인 : 예를 들어 만화저작물의 경우, 그림 작가와 스토리작가가 합쳐서 결합저작물을 만든 것 아닌가? 공연도 똑같다. 이런 경우 등록제도에 등기를 할 때 지분비율을 예를 들어 40:60 이렇게 써 놓지 않으면 둘다 '반반 치킨'으로 본다. 그래서, 저작물 사용료를 얼마 걷어왔든 분배할 때 똑같이 1/n 하게 된다. 만일 공연계 권리신탁단체가 생기면, 공연 사용료를 여기저기서 걷어올 것이다. 이것을 나누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협의가 내부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무대미술조합 등등이 자기네 지분을 요구한다든지… 영상제작자 특례규정 100조에 보면, 양 당사자가 사적자치나 내부협의를 통해 1/n 말고 별도의 규정을 둘 수 있게 돼 있다. '이 무대미술을 공연과 떨어뜨려서 다른 데에도 쓸 수 있다', 또, '이 음악을 따로 떼어서 다른 곳에도 쓸 수 있다' 라고 한다면, "여기서는 내가 1/n만 분배받겠지만, 대신 나가서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을 공연제작자 당신이 나한테 줘야 돼~" 라는 얘기가 가능하다. 그러면 특약을 통해서 자기들 것을 자유롭게 활용할 게- 예를 들어 작가에겐 시나리오 극본집도 낼 수 있게 해 주고, 작곡가는 음반 악보집도 내게 해주고- 이렇게 자유로운 허락을 할 수 있게끔 내부적인 분배규정을 만들면 된다.

● 음악 저작권료 징수가 잘 되는 이유

이길준 : 음악은 유튜브에 올리면, 어느 저작권자의 음악을 사용한 것인지 바로바로 적발하는 알고리즘이 돼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저작권료 징수가 더 잘 되는 것인가?

이지형 : 다양한 예술분야 가운데 음악이 좀 더 저작권료 징수 분배 체계가 잘 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음악 창작자와 권리자들이 모인 신탁단체가 크게 4개인데, 이중에서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악실연자 협회에는 국내 작사 작곡자, 연주하고 노래하는 분들이 대부분 가입을 많이 했다. 이렇게 모이면 힘있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낼 수 있다. 공연은 그게 좀 힘든 게 현실이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등 분야도 다양하고 연출가 제작자 배우 등등 입장도 다르다. 그렇다면 그 각각의 분들이 단체를 만드는 게 좋겠다. 그래서 목소리를 모아서, 정부든 국회든 이렇게 법을 바꿔달라, 이걸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박정인 : 그동안 공연제작자들은 출연자들한테 '어느 공연장에서 몇 시에 너의 공연이, 너의 출연이 소비될 것이다' 라고 명확히 알려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공연영상화가 진행돼서 영상이 플랫폼을 돌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일 출연자와 합의되지 않은 플랫폼에 영상물을 돌리는 경우 공연제작자가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 출연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공연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제공되었는지 알려줄 의무가 있는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플랫폼에 영상이 막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저작권법을 넘어 민법 750조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여러가지 처벌 가능성이 제작자에게는 위험과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공연자들의 신탁단체가 생겨서 공식적으로 공연료 징수 분배에 나서게 되면 제작자들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일을 제작자들만의 부담으로 맡겨두는 건 말이 안된다. 지금도 제작자는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어려운 형국이다. 시장이 형성되면 돈을 걷어 나눠줄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은 국가로서도 공연예술 진흥계획에 넣어야 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제도가 산업을 받쳐주려고 작정을 해서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온 힘으로 붙어야 하는 상황이다.

(2부에서 계속)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됩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7CbUcrgZfM&feature=youtu.be

● 제작지원 :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 [다음 토론회 보기] 커튼콜이나 앙코르 곡도 찍어서 올리면 저작권 침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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