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부터 고발하라"…대구 의대 교수 250여 명 피켓시위

대구지역 4개 대학병원 교수진 250여명이 31일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실태 파악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비수도권 지역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현장 조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파되자 경북대병원 교수 79명은 본원 1층 로비에 피켓을 들고 모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하나둘씩 로비에 모인 교수들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두 줄로 나란히 선 채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피켓에는 '코로나 시국에 밀어붙이는 4대 악법', '하루 파업에 내려진 전공의 면허 취소' , '피 같은 건강보험 불명확한 한약 급여', '국민 혈세 남발하는 지역이기주의 공공의대'라고 적었습니다.

김상걸 경북대 의대 교수회 의장(칠곡경북대병원 외과 교수)은 "빌미를 제공한 건 정부다"며 "잘못된 정책을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문제가 예상됨에도 밀어붙이는 것에 전공의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교수로서 봤을 때 정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병원 진료 공백이 없었는데 범죄자 취급하고 고발을 위협하고 실제로 고발하는 건 굉장히 가슴 아프고 과도하다"며 "(전공의에게) 어떤 처벌이 가해진다면 전국 모든 대학과 연대해 합법적인 범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위에 나선 교수들은 당일 진료가 없고, 시위를 위해 연차를 쓴 교수는 없다고 경북대병원 측은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2명은 오전 11시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1명과 경북대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교수들은 이들이 의과대학 건물 2층 접견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동해 침묵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낮 12시 42분쯤 접견실에서 나와 현장을 떠났습니다.

한 교수는 "교수 여러분 저희 전공의 제자, 전임의 제자들이 울고 있습니다"라고 소리쳤습니다.

이번 실사는 지난 28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 업무 인력 현황을 중점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실사 때는 교육수련실과 진료행정과 등 전공의 주무부서를 방문해 관련 자료를 받아 갔습니다.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앞에도 오전 10시 20분쯤부터 피켓을 든 교수 60여 명이 모였습니다.

피켓에는 경북대병원에 나온 내용 외에 '수련 포기 고발되는 이 나라는 정상인가', '제자들은 그냥 두고 교수부터 고발하라'는 내용이 더 있었습니다.

교수들은 정부 관계자가 병원을 나설 때 복도 바닥에 가운과 청진기 등을 벗어두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 "가운을 밟고 지나가라고 했더니 진짜 밟고 지나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병원 관계자가 비공개로 연합뉴스에 제공한 사진에는 정부 관계자가 가운 사이 틈새를 찾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방문한 오후 2시쯤 교수 40여 명이 피켓 시위에 나섰습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당일 진료가 잡힌 교수들도 잠깐씩 시간을 내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시각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70여명도 '돈 없어 의사 줄이더니 논의없이 의사 늘려?', '최신항암 비급여에 한약 급여 웬말이냐', '중요한 건 여건이다'는 내용을 담아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정부는 이날부터 비수도권 수련병원 응급실·중환자실 10곳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진=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