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는 게 번거롭다 보니 주로 손으로 출입명부를 쓴다"며 "예전에 한 카페에서 QR코드를 찍으려는데 5분 넘게 헤맨 경험이 있어 바로 쓸 수 있는 게 편해 손으로 적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QR코드 없이 수기로만 출입명부를 작성한다는 서울 은평구의 한 주점 직원 A 씨는 "QR코드보다 (수기 작성이) 더 편해서 직접 적는다"며 "손님들이 펜을 돌려가면서 쓰는 것도 불안하고 해서 직원이 체온도 재고 개인정보를 물어본 후에 명부를 작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다른 카페에서 수기 출입명부를 작성한 손님 정 모(41) 씨는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띄우는 것보다 그냥 직접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게 편하다"면서도 "글씨를 흘려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만약 확진자가 나오면 출입 명단 파악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등을 위해 대부분의 음식점, 카페, 술집 등에서 QR코드와 함께 수기 작성식 출입명부 시스템을 이용하는 가운데, 거짓으로 정보를 기재하거나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게 적는 경우가 있어 구청과 보건소 등에서 출입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분증 대조 등의 절차가 없어 개인정보의 진위를 알기 어렵고, 단체 손님의 경우 대표자 한 명만 기재하기도 해 출입자 모두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모두 적지 않거나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씨를 휘갈겨 쓰기도 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 나갔을 때 명부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매번 확인하기도 어렵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기재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경우에 출입명부에서 일차적으로 확인이 안 되면 GPS나 사용된 카드 번호 등의 정보를 요청해 정확한 연락처를 받아내야 해 번거로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수기로 작성된 출입자 명부는 방역당국에서 파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은 영세 자영업자 등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QR코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의 별도 안내가 없어 출입명부 작성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업소도 상당수입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카페는 출입구 앞에 출입명부가 놓여 있었지만, 직원의 안내가 없다 보니 출입 시각을 적지 않거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알아보기 힘들게 적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몇몇 손님들은 이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출입명부를 아예 적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별도 안내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입니다.
은평구의 다른 주점에서 일하는 김 모(22) 씨는 "최대한 손님들에게 안내하려고 하지만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신경을 많이 못 쓰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일행이 먼저 (주점에) 와 있고 중간에 합류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새로 온 사람인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명부 작성을 위한 별도 인력을 요구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감신 이사장은 "수기 명부 작성의 경우 글씨를 못 알아볼 수도 있고, 허위 정보를 쓸 수도 있는 위험이 있지만 쓰는 사람이 정확하게 해 줘야 하는 것"이라며 "서로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출입명부 작성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