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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바람 사투…기자가 직접 쫓은 '태풍 14시간'

<앵커>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빠져나가 오후에 중국 내륙에서 소멸했습니다.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했지만 제주와 서해안 곳곳에 피해를 남겼는데 SBS 취재팀이 어제(26일)부터 오늘 새벽까지 실시간으로 태풍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서해안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강민우 기자입니다.

<기자>

강한 비바람이 부는 전남 목포 북항.

태풍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지만, 어민들은 배를 떠나지 못합니다.

[반병출/어선 선원 : (지금 어떤 작업하고 계신 거예요?) 비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가지고 밧줄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태풍을 쫓아 취재팀도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텅 빈 도로에는 강풍에 부러진 나뭇가지들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바람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하자 바다 근처에 설치됐던 천막이 강풍에 반쯤 무너져 내린 현장이 나타납니다.

지금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칠산대교 앞 전망대 근처입니다.

제가 이렇게 봉을 잡고 있지 않으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제 아래에는 그걸 보여주는 강한 파도가 계속 치고 있습니다.

위험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정종배/전남 영광군 : 물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어민들은 배가 생명이다 보니까….]

저희는 태풍 이동 경로를 따라서 전북 군산 비응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지금은 태풍 영향으로 이렇게 강한 바람이 계속 불고 있습니다.

항구 주변 가게 입간판이 길가에 쓰러져 있고 쓰레기봉투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삶의 터전을 지키려 비바람과 싸우는 어민들이 있습니다.

[홍정표/전북 군산시 : 걱정되죠. 이 배들은 다 위로 올려놓고…. 이제 부선(작업선) 때문에 나왔는데, 이거 위험하잖아요.]

새벽 3시가 넘어서자 충남 전역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보령항입니다.

이곳 역시도 태풍 영향으로 많은 비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날 오후부터 배를 지키려고 하얗게 밤을 새운 어민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고영복/충남 보령시 : 10시간째 있는 거예요. (피곤하시겠어요?) 피곤하죠.]

어느덧 날이 밝고 태풍은 북한 황해도에 상륙했지만 서해안 곳곳엔 아침까지 강풍이 계속됐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태풍 피해가 없기를 바랐던 14시간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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