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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영은 빨랐지만 행정은 느린 최윤희 문체부 차관

[취재파일] 수영은 빨랐지만 행정은 느린 최윤희 문체부 차관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08.27 09: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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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수영은 빨랐지만 행정은 느린 최윤희 문체부 차관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제2차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의 수영 스타였습니다. 15살이던 지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배영 100m, 200m, 개인혼영 200m를 석권하며 최초로 3관왕에 오른 데 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배영 100m와 200m를 모두 휩쓸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까지 누렸습니다.

30여 년 전 수영 선수로는 남들보다 훨씬 빨랐던 최윤희 차관이 행정에서는 너무 느리다는 평가가 체육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체육계 인사 A 씨는 "차관을 10년쯤 하는 거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세월만 보낼 수 없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터졌을 때도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 눈에 띄는 자신의 철학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주어진 일정은 소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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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체육인으로부터 '늑장행정'과 '우유부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첫 번째 이유가 스포츠윤리센터 개점휴업 논란입니다. 스포츠계 비리 척결과 선수 인권 보호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5일 박양우 문체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 개시식을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폭력과 성폭력 등 스포츠 비리 신고와 조사 업무는 조만간 해체될 운명인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가 여전히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클린스포츠센터의 업무를 스포츠윤리센터에 넘기면 클린스포츠센터는 없어지고 상담사와 조사관들은 체육회를 떠나게 된다. 그런데 문체부로부터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일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직원들은 내일 그만둘지 아니면 몇 달 뒤에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포츠선수 인권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개점휴업 논란에 대한 문체부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등 기존 신고접수 기관의 미처리 신고사건 분석 및 인수, 신고처리시스템 정비·시험가동, 조사관·상담사 교육 등의 준비를 거쳐 신고·조사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신고접수 및 조사업무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윤리센터가 신고접수 및 조사업무를 시작하는 시점까지 대한체육회(클린스포츠센터)가 당분간 기존 업무를 유지하도록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문체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주된 업무는 스포츠비리 신고 접수와 조사입니다. 업무 개시식을 개최한 뒤 곧바로 본업을 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주된 업무를 할 준비가 되지 못했다면 업무 개시식을 개최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식당이 새로 개업했는데 20일이 지나도록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음식을 팔지 못하면 개업을 한 게 아니고 개업을 해서도 안 됩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출범은 국민체육진흥법」개정(20. 2. 4. 공포)에 따라 이뤄졌고 문체부는 지난 6개월간 설립추진단(실무지원반)을 가동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8월 5일부터 바로 업무를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늑장 행정은 4개월이 지나도록 대한체육회 정관 개정에 대한 승인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한체육회는 지난 13일 최윤희 차관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직접 정관 승인을 빨리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입니다.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가운데)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연합뉴스)
최윤희 차관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어난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 7월 28일 취재기자단 전원에게 문자를 발송해 7월 30일에 최 차관이 직접 '스포츠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뒤에 전격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 달이 흘렀지만 '스포츠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 발표 여부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문체부 제2차관의 주된 업무는 한국의 스포츠행정을 총괄하는 것입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인 출신도 아니고 이렇다 할 체육행정 경험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최윤희 차관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탠 최 차관은 지난해 12월 깜짝 발탁됐습니다. 8개월이면 문체부 행정에 적응하면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에 부족한 시간이 아닙니다. <논어>에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란 말이 있습니다. 일은 민첩하게, 말은 신중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최윤희 차관은 말을 매우 신중하게 합니다. 앞으로 일도 민첩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실제 행정에서 빨리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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