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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체조는 안 되고, 복싱은 되고 '코로나 복불복'

[취재파일] 체조는 안 되고, 복싱은 되고 '코로나 복불복'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08.26 13:58 수정 2020.08.26 14: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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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체조는 안 되고, 복싱은 되고 코로나 복불복
제 주변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결혼식 날짜를 8월 15일(토요일)에 잡은 사람과 1주일 뒤인 8월 22일(토요일)로 정한 사람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15일 결혼식은 수백 명 하객의 축복 속에 성대히 치러졌지만, 22일 결혼식은 다소 썰렁한 데다 웨딩업체와 위약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신랑-신부와 그 가족들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한국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한체조협회가 비상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대학교 수시원서 접수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내 대회를 지금까지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애초 체조협회는 고등학교 선수의 대학 진학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태릉선수촌에서 전국체조대회 고등부 경기만을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전국대회 실적이 없으면 체육특기자로 진학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대회를 이틀 앞둔 19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에 걸쳐 2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2단계로 격상되면 50인 이상이 실내에 집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조협회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50인 이하로는 대회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해 일단 취소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도마 요정' 여서정 선수(경기체고)도 출전할 예정이었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여서정의 경우 그동안 국제대회와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에서 쌓은 성적으로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선수들입니다.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오는 9월 23일까지 코로나19로 대회가 치러지지 않으면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의 올해 실적은 없게 됩니다. 각 대학에서 2019년 성적을 기준으로 합격 여부를 가릴 수도 있지만 만약 지난해 부상과 부진 등의 이유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는 사실상 대학교에 진학할 방법이 없어 눈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체조협회는 심판진이 전국의 고등학교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회를 치르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즉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 시·도에서 따로따로 대회가 열리면 50인 이하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체조 경기장은 물론 체조기구도 제각각 다를 수 있어 채점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집니다. 그래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대한체조협회와 대조적으로 대한복싱협회는 운이 좋았습니다. 복싱협회는 체조협회보다 3일 빠른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충남 청양에서 전국시도대항 복싱 고등부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체조처럼 코로나19로 대회를 치르지 못하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뒤늦게 개최한 대회였습니다.

복싱이 체조와 달리 대회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회 장소가 수도권이 아니어서 대회 첫날인 18일부터 2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시작된 것은 대회 마지막 날인 23일입니다. 복싱협회는 이날에는 50인 이내로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실외에서 대기하다가 자신의 경기 시작이 될 때만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등 선수와 코치, 심판을 포함해 50인이 넘지 않도록 했다. 물론 무관중으로 진행해 간신히 대회를 마쳤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소 수그러졌을 때 대회를 치른 경기 단체도 있고
체조처럼 불운하게도 며칠 차이로 대회를 취소한 단체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하필 대회 직전에 이뤄질지 체조협회가 미리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대한체조협회는 수시원서 접수가 끝난 뒤인 10월이나 11월에 치러지는 대회 성적도 입시에 반영하는 특단의 대책을 교육부와 대학당국이 내려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입시 일정상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조만간 급격히 줄어드는 기적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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