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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부부가 함께 하는 전투, 그 이름은 육.아.

[인-잇] 부부가 함께 하는 전투, 그 이름은 육.아.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8.22 11:03 수정 2020.08.24 15: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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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기술, 결혼은 실전, 육아는 전투다"

예비군 훈련받을 때 어떤 교관님이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는 미혼에 싱글이어서 '피식' 웃고 넘겼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니 이 말이 계속 떠오른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숨기고 싶은 면은 감추고 좋은 면만 보여줄 수 있었다. 나를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고 그게 어느 정도 통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이런 기술이 영 통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어떤 걸 숨기고 무엇을 드러낼지 생각하고 움직일 수가 없다. 생얼은 물론이고 눈곱 낀 부시시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아침 인사를 하기 다반사이니 꾸미고 차려입은 모습은 외부 약속 있을 때나 가끔 볼 수 있다. 어차피 결혼하면 민낯에 목 늘어난 티를 입고 보게 될 텐데 연애할 때 뭘 그렇게 애써 꾸몄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샤워 후 알몸까지 보는 사이니 말 다 했다. 이처럼 결혼을 하면 서로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된다. 모습뿐만 아니라 성격, 식성, 습관, 잠버릇, 재산까지 실제 있는 그대로를 본다. 결혼은 정말 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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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기술, 결혼은 실전, 육아는 전투다.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이건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고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재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간다. 육아가 전투라는 말을 수백 번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육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투적인 육아는 분명 부부 사이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내와 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다. 아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흥분하지 않고 잘 전달한다. 나도 내 주장을 모두 하는 편이라 우리 부부는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잘 풀어 왔다. 그렇게 연애도 결혼 생활도 문제없이 잘 해왔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의 대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 누군가 한 명은 계속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대화와 생활 패턴도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부부가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겨우 한 시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시간마저도 아이를 재우다가 누구 한 명이 지쳐 잠이 들면 가질 수가 없다. 요새 코로나가 심해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아내가 더욱 피곤했는지 아이와 함께 잠이 들어 부부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 한 번 하지 못하고 며칠이 흘러가 버렸다. 온종일 같이 있었는데도 서로 바빠 "잘 지내지?"하고 농담 삼아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대화를 거의 못하다 보니 불만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주에는 깊어진 감정의 골이 터지고 말았다. 점심때였다. 아내가 딸아이 밥을 먹이는데 무릎에 앉혀 놓고 먹이길래 내가 한 마디 했다.

"애가 혼자서도 밥 먹을 줄 아는데 무릎에 앉혀놓고 먹이는 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아내는 내 말이 서운했는지 바로 받아쳤다.

"무릎에 앉혀서 먹이는 게 뭐 어때서? 애가 밥 잘 먹잖아."

"자기 자리에 앉아서 먹게 해야지. 여보가 계속 받아주니까 애가 요즘 더 치대잖아."

"애니까 치대지. 얘가 커서도 치대겠어? 자기는 사람이 좀 유연해질 수 없어? 애한테 기준이 너무 높아."

아내가 그렇게 나오자 나도 마음이 확 상해버렸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 나는 말 안 할 테니까 알아서 해."

그 이후 나는 아내가 애를 보는 동안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또 간섭이라 생각할 것 같아서 아예 말을 하지 않기로 맘먹었다.

사실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나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이었다. 문제는 이 기준을 아이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적용하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와 달리 매우 유연한 성격인데 내가 아이한테 '안 돼!'라고 하는 것을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고 여길 때가 많았다. 이 기준의 차이에서 우리 둘의 마찰이 계속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의외로 이 기준이라는 것에 부딪힐 때가 많다. 아이 행동에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가 분명치 않다.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매우 모호하다. 그리고 밥을 어디서 먹는지, 잠은 몇 시에 재우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이기에 기준을 세우기 애매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인이 된 어른들은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차곡차곡 쌓인 기준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고 이는 육아를 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국 서로에 대한 불만(정확히는 상대의 육아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우리 부부는 마음이 틀어지는 일이 있으면 보통 하루를 넘기지 않고 바로바로 풀곤 했다. 하지만 아이가 종일 집에 있으니 감정을 풀만한 대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며칠을 냉각 모드로 지내야 했다.

그렇게 우리의 육아는 각개전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육아라는 전투에서 따로따로 싸우고 있자니 이건 정말 전쟁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조부모님 찬스를 쓰기로 했다. 잠시 동안이지만 아이와 떨어져 우리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 만의 대화에서 우리는 함께 울었다. 하나의 생명을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아이만 보느라 우리 부부는 지친 서로를 돌봐주지 못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맘속의 응어리를 풀고 앞으로는 육아의 기준도 함께 세워가기로 했다.

육아는 각개전투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하는 전투다.육아는 이를테면 '적이 없는 전투'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의 울음과 짜증을 막아내야 한다. 아내가 아이를 잘 본다고 해서 내가 동떨어져 있으면 결국 나도 아내도 고립되고 말 것이다. 육아가 혼자 싸우는 각개전투가 되지 않으려면 유일한 전우인 아내와의 협동이 가장 중요하다. 부부가 소통하고 함께 작전을 짜야만 겨우 헤쳐나갈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육아 전투에서 기권하면 그와 동시에 부부관계가 함락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아는 각개전투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하는 전투다. 우리 부부를 비롯해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부들의 애정 전선에 건투를 빈다.

파파제스 네임카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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