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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화려함에 감춰진 허망함…전시 '채움의 미학'

[FunFun 문화현장]

<앵커>

호화로운 명품들로 가득 채운 캔버스, 화려함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에 깃든 허망함을 보여주는 전시, 이주상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채움의 미학 / 9월 18일까지 / 비트리갤러리]

화려한 색채와 세련된 소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어들입니다.

꽃무늬 천으로 밑바탕을 만든 뒤 다양한 빛깔의 천 조각 수천 개를 오려 붙이고 그 위에 물감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수억 원짜리 슈퍼카와 수천만 원짜리 명품백 등 세상의 온갖 명품들을 배치해 호화로움을 극대화합니다.

[황세진 : 현대 문명 속에서 갖고 싶고 추구하는 모든 물건들을 화면에 가득 담음으로써 집착이나 갈등 같은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작품의 인물들 역시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근엄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명성황후와 연회에 참석하려는 듯 채비를 마친 미지의 공주, 여기에 베르사유의 장미로 불리는 마리 앙투와네뜨까지 호사스러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도 나란히 선보입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호박 꽃마차, 거울을 보고 있는 백설공주와 사과 등은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려하게 가득 채워진 디테일들과 달리 인물들의 표정은 공허할 뿐입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것입니다.

[황세진 : 그냥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화려함 덩어리 정도로 느껴지게 돼서 그것이 갖고 있는 개개의 가치가 흐릿해지게 됩니다.]

명품들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오히려 그 가치를 느낄 수 없게 한다는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작가에게 화려함의 끝은 허망함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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