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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체부 "8월 말까지 체육회 정관 승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대한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결정지을 방침입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물론 각 경기단체 회장 선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번 달 안에 승인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10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했습니다. 정관 개정안의 골자는 제24조 회장의 선출 관련 부분에서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체육회는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해 90일 전 회장직 '사직' 대신 '직무 정지'로 정관 개정을 통과시켰습니다. 체육회는 종전 정관이 보장된 회장의 임기(4년)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국제 현안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회장직에 공백이 생기면 원활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났는데도 문체부는 승인 여부에 대해 입을 닫아 왔습니다. ( [취재파일] 체육회 대의원들 "문체부 시간 끌기" 성토 참조) 문체부가 이례적으로 4개월이 넘은 시점에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까닭은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한체육회의 요청대로 정관 개정을 승인할 경우 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유지한 채 내년 1월 중순에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현직 체육회장의 프리미엄에다 오랫동안 쌓아온 인맥, 여기에 현직 IOC 위원이란 점을 활용하면 재선이 유력하다는 게 국내 체육계의 중론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기흥 회장의 재선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는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체육회 뜻대로 정관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기흥 회장이 사실상 다른 후보들보다 몇십m 앞에서 뛰는 격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훤히 아는 문체부가 승인을 해주면 그 원성은 고스란히 문체부 쪽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체부가 정관 승인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정관 승인을 거부할 경우 이기흥 회장이 출마하려면 임기 만료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퇴와 함께 IOC 위원직을 곧바로 상실하게 됩니다. 이 회장이 재선에 성공해도 IOC 위원에 자동 복귀할 수 없는 데다 다른 인물이 체육회장에 당선된다 해도 IOC 위원이 되는 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IOC 위원 한 명을 새로 배출하기가 극히 힘든 상황과 국익을 고려하면 이것도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체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인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세종 청사(사진=연합뉴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중립성을 담보할 확실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기흥 회장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문제를 삼지 않을 만큼 선거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관 개정을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합의한 선거 중립 방안의 요지는 선거 운동 일수 확대와 선거인을 완전히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입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한 사람은 12일 동안 공식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이를 20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기흥 회장을 제외하고 새로 체육회장에 나서는 후보도 자신의 포부와 능력을 스포츠계와 선거인들에게 충분히 알릴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됩니다. 반대로 이기흥 회장이 갖고 있는 현직의 유리함이 줄어들게 돼 선거 중립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은 각 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거인을 선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각 단체장이 특정 회장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인 후보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인 후보를 정할 때부터 추천이 아니라 추첨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작위 추첨을 하면 선발된 선거인이 어느 회장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거 중립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체육계의 한 인사는 "문체부가 정관 개정을 거부하기보다는 승인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힘들게 배출한 IOC 위원을 국내 규정 때문에 허망하게 날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대한체육회가 좀 더 양보해 중립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래야만 문체부와 체육회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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