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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과 스피드 전쟁' 코로나19 백신 개발…최종 승자는 누구?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와 확진자 증가 추세

●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룰은 없다"…최종 임상 없이 "백신 완료"

작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중국에서 시작해 유럽과 중동을 거쳐 미국과 남미, 아시아로 확산하더니 이제는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도 창궐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았던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도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면서 재차 국경 통제를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20일 오전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천200만 명, 누적 사망자는 78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30만 명을 넘나들며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염력을 더해가고 있다. 누적 감염자 수 추세를 나타내는 그래프의 기울기는 가팔라지고 있다. 코로나19 2차 확산에 회복하는가 싶었던 전 세계의 경제활동도 다시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위협적인 만큼 이를 퇴치하기 위한 백신 개발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냉전시대였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옛 소련과 미국 사이의 우주 개발 경쟁처럼, 각국은 정해진 규칙이나 예산의 제약을 초월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는 전통적인 기술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과 인공지능(AI) 같은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올해 여름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예견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딸도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곧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백신의 이름은 옛 소련이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본떠 스푸트니크-Ⅴ(Sputnik-Ⅴ)로 지었다.

러시아가 개발했다는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중요한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실험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의료진들도 절반 이상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등 안전성과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사용을 강행하는 것이 러시아만의 행태는 아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월 30을 중국 당국이 인민해방군 군사의학과학원과 톈진 소재 제약사 칸시노바이오로지스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중국 인민해방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AD5-nCoV로 알려진 이 백신은 2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것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용은 아니지만, 임상실험 대상자가 아닌 여러 명에게 대량 접종이 허용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은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백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도 공식 허가를 받을 것에 대비해 연구 중인 백신을 생산해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보도했다.

글로벌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미국과 영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와 9월 인도 가능한 백신 20억 회 투여분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18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바이오의약첨단연구개발처(BARDA: 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도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여러 제약회사에 백신 개발과 제조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BARDA는 노바백스(Novavax), 파이자-바이오앤텍(Pfizer-BioNTech),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모더나-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Moderna-Sanofi-GSK) 연합과도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염병 발생 후 인체 대상 백신 임상시험 착수까지 걸린 시간

● 바이러스는 진화 중…100% 효과 있는 백신은 기대 난망

이 같은 초고속 백신 확보 경쟁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의 조사 결과 백신이 개발돼도 미국인의 66%만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응답했다.

백신 접종을 해도 100%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백신들의 유효성은 100%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 RTS, S 또는 모스콰이릭스(Mosquirix)는 5개월-17개월 된 어린아이들에게는 효과가 39%에 불과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시판이 허가됐다. 말라리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정도의 유효성을 가진 백신도 다른 처방과 함께 사용하면 시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US FDA)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접종의 효과가 50%는 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효성이 그 정도는 돼야 다른 처방과 함께 사용하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완전 퇴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좀 더 통제할 수 있는 전염병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라고 보고 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British Columbia)대학의 하이디 투렉(Heidi Tworek)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다. 백신으로 종식된 질병은 천연두가 유일한데, 그것도 퇴치에 수백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시위

● "6년 걸리던 시험을 6개월에"…과속 스캔들 우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4일 자 특집기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수십억 달러 경쟁의 이면(Inside the multibillion dollar race for a covid-19 vaccine)'에서 백신 개발에는 통상 10-15년이 걸렸고,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 가운데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도 4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러시아 등에서 코로나19 발생 후 1년 만인 2021년 초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백신 개발 경쟁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백신 개발 작업은 일반적으로 초기 연구를 한 뒤 전임상-1상-2상-3상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된다. 각 단계별 연구에 통상 2년 정도가 걸리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연구 단계를 병합하거나 생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초기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백신 후보 물질은 주로 동물에 먼저 투입해 안전성과 면역반응 유발 여부를 평가하는데, 사람과 동물 테스트를 동시에 진행해 개발 시간을 단축한다.

1상 임상시험은 10-50명의 소그룹에 투입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2상 임상 시험은 수백 명에 투약해 백신의 안전성과 부작용 여부, 면역 반응, 투약 분량 등을 시험하는데 수백 명을 대상으로 1상과 2상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해 개발 속도를 더한다.

3상 시험은 나이와 성별, 출신 지역이 다른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데, 진짜 백신을 투입하는 투약 그룹과 가짜 백신을 투입하는 위약 그룹(플라시보 그룹)으로 나눠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한다.

규제당국은 3상 임상 시험 결과를 보고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 라이센싱, 대량생산 여부를 결정한다. 사용 승인 후에도 많은 경우 실제 투약 결과를 검증하는 4차 임상시험을 병행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 단계별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

CNN은 현재 전 세계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은 29개 종류로, 이 가운데 최종 임상시험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은 7개 연구소에서 6개 종류의 백신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종 임상 단계에 있는 주요 백신 후보들에 대한 연구는 미국과 중국, 유럽의 재정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올해 연말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이 나온다면 이 세 나라 가운데 한 곳에서 나올 것으로 CNN은 전망했다.

3상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6종 가운데, 3종은 중국의 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 사이노팜(Sinopharm)이 2종, 민간기업 사이노백 바이오텍(Sinovac Biotech)이 1종을 시험하고 있다.

그밖에 코로나19 백신 2종은 미국의 제약사 파이저(Pfizer)와 모더나(Moderna), 나머지 1종은 영국의 옥스포드(Oxford)대학과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처음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한 제약사는 모더나(Moderna)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염기서열이 규명된 후 2개월 만인 3월 16일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옥스포드대학의 제너연구소(Jenner Institute) 아드리안 힐(Adrian Hill) 교수는 "일반적으로 백신은 3상 시험까지 6년이 걸리는데 6개월 만에 3상 시험에 도달했다"면서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엄청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전문가들은 "맨 처음 나오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라는 보장은 없다. 전염병을 통제하기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백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 BARDA의 로빈슨(Robin Robinson) 소장은 "모든 백신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규모로 나올 것입니다. 에볼라의 경우도 현장 시험 결과 효과가 입증된 여러 개의 후보 백신들이 이용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퇴치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간, 연구기관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 "백신 전쟁 지정학적 위기 촉발 우려"…"국제 협업이 최선"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이 개발된 뒤에도 대규모 항체를 생산해 정제하고, 다른 성분과 섞어 면역 반응과 안정성을 높여 백신 주사액을 만들고 포장하는 등 여러 작업이 필요하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생산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보급 시스템도 요구되고 있다.

2009년 돼지독감으로 알려진 H1N1 인플루엔자 발생 시 선진국들의 백신 사재기로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WHO 발표의 31배가 넘는 57만 5천 명이 이 독감으로 숨졌다고 미국 CDC는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상황의 재연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24일 ACT(Access to Covid-19 Tools) 촉진 기구를 발족하고, 모든 나라가 공정하게 코로나19 검사, 치료, 퇴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선언했지만, 미국과 중국은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1개월 뒤 WHO 탈퇴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6월 말 중증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인 렘데시비르를 9월 생산분까지 싹쓸이 구매했다. 미국은 2021년까지 3억 회 투약 분량의 코로나19 확보를 목표로 모두 123억 달러를 투입했다. 108억 달러는 백신 개발 확보에, 15억 달러는 백신 제조와 공급에 투입한다. 가장 유망한 백신 8개 후보를 선택해 최대한 지원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국방부 주도로 미국인들에게 우선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13일, 제약회사 사노피(Sanofi)의 최고 경영자 폴 허드슨은 미국으로부터 3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면서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게 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백신은 전 세계의 공공재다.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사노피는 오해가 있었다며 백신은 공평하게 보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도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 1월부터 백신 확보에 나서 4억 1천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이라는 계획 아래 유럽 투자은행 등에서 32억 달러를 확보해 유럽 국가들을 위한 백신 확보에 사용한다. 유럽은 독일의 큐어백(Curevac)에 8천800만 달러, 바이오앤텍(BioNTech)에 1억 1천700만 달러를 투입했다.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 사노피는 EU와 3억 회분의 백신 공급 문제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독자적으로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앤텍-파이저 등과 3억 8천만 회 투약 분량의 백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옥스포드대학과 임페리얼 칼리지에 1억 900만 달러를 지원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옥스포드대학으로부터 1억 회 투약 분량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IVA(Inclusive Vaccine Alliance)는 올해 연말부터 4억 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자국민 우선 백신 공급 원칙을 밝히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WHO의 의사결정 기구인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전 세계에 보급되도록 돕겠지만, 그것은 중국에 먼저 공급한 후의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나 EU보다 백신 개발 역사는 짧지만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 국가로 40개 회사에서 연간 10억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진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성공적인 백신 개발 모델은 에볼라 백신 개발 경쟁에서 채택된 협업 모델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에볼라 백신 개발은 캐나다의 공중보건연구소에서 시작돼 미국 바이오 회사로 넘겨졌고, 다시 미국의 다국적 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독일 회사에서 제조됐다.

'호환마마(虎患媽媽)', 호랑이와 함께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을 가장 두렵게 한 천연두를 종식시킨 것은 소에서 유래한 우두(牛痘), 천연두 백신이었다. 지금 창궐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면 1798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발견한 종두법 같은 효과적인 백신이 요구되고 있다.

봉쇄 조치와 사람 간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는 전 세계 과학자와 국가 지도자들의 거리 두기가 아닌 긴밀한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유럽,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치중해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또 다른 지정학적 위기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된 적이 없는 RNA 바이러스 코로나19 퇴치에는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코페티션(Coopetition)의 글로벌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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