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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땅에 묻혀있다 일주일 만에 구조된 '기적의 강아지들', 그 후 이야기

절망에서 희망으로, 기적의 구조 시리즈 ①

최근 집중호우로 창고 건물이 무너지며 땅속에 일주일가량 파묻혔던 백구 네 마리가 땅을 파며 우는 어미 개의 호소로 구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적은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졌습니다.
 
"전례 없는 폭우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구조에 직접 나선 마을 주민 전영숙 씨는 SBS 취재진에 그날의 일을 차분히 풀어놓았습니다.
 
전 씨는 "폭우에 우리 하우스에 이미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처참했던 수해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수해로 절반이 무너져있던 창고 건물이 있어서 포크레인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 11일 그동안 한참 보이지 않던 마을의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수해로 허물어진 창고에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떠돌이 개는 웬일인지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전 씨는 "그 개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야 하는데 도망가지 않고 머리를 하늘에 쳐들고 슬프게 울기도 하고 짖기도 하고, 앞발로 땅을 파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유심히 보니 개가 젖이 많이 불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전 씨는 마을 주민들과 문득 '설마 새끼가 저 땅 밑에 있어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 주민들과 땅을 파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는 "땅을 파니까 어미 개가 그 주변을 다니면서 아주 슬프게 다급하게 울부짖었다"며 "'여기 분명히 새끼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아지가 다칠까 봐 삽이나 도구는 사용할 수 없고, 장갑 낀 손으로 마을 주민들과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저희가 흙을 긁어댔더니 그 밑에 강아지가 진짜 살아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주변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더 구조할 수 있었고, 두 강아지는 곧 어미 개에게 다가가 젖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 씨가 아침에 어미 개에 밥을 주려고 봤더니 어미 개가 줄을 끊고 사고 현장에 다시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미 개에 끈을 느슨하게 묶어 기둥에 고정해두었는데, 끈이 풀려있고 어미 개는 창고에서 탈출한 상태였다"며 "알고 보니 어미 개가 강아지들을 발견했던 사고 현장에 다시 가서 앉아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묘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동물보호센터 차량이 어미 개와 두 마리 강아지를 싣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차가 고장으로 멈춰 버린 겁니다. 
 
전 씨는 "차가 출발하려고 하는데, 10미터 정도 차가 움직이다가 차가 멈춰서고, 기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차량 시동도 안 걸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견인 서비스를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미 개가 갑자기 그 전날 새끼 두 마리 구출했던 그 자리에 가서 더 다급하게 울부짖고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땅 밑에 새끼가 또 있다고 직감하고, 남편과 자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동원해 땅 이곳저곳을 다시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은 어미 개의 호소를 알아차리고 한 마음으로 구조에 나선 끝에 모두 강아지 4마리를 구출했습니다. 
 
전 씨는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가슴이 짠한 장면 봤다"며 "새끼를 어미 개 근처에 갖다 줬더니 강아지가 아장아장 어미 개에게 가서 둘이 입맞춤을 했다. 저희도 모성애를 느끼면서 감동을 받았다.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상을 보면 먼저 구한 강아지 두 마리는 털 색깔이 하얀데, 이건 저희가 씻겨준 게 아니라 어미 개가 밤새도록 자기 새끼들을 혀로 핥아서 흙을 다 털어준 것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강아지 구조 영상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를 묻자 전 씨는 "‘희망은 살아있다’는 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같이 힘을 내서 코로나19와 수해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 "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내는 어미 개와 새끼가 한 가정에 함께 입양되지 못하면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기적의 구조는 우연이 아닌, 어미 개의 필사적인 호소와 이를 알아차리고 한 마음으로 구조에 나선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편, 기적적으로 구출된 강아지들은 구조된 다음날인 지난 12일 강아지 네 마리와 어미 개는 인근 동물보호센터로 안전하게 옮겨졌고, 이 가운데 강아지 세 마리는 두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첫 번째 입양자는 32년째 경찰로 복무 중인 경찰관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살자는 뜻으로 두 강아지에게 '무병'이와 '장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경찰관이 보내온 영상에서 무병이와 장수는 마당에서 보호자의 신발을 서로 차지하려고 버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입양자는 은퇴한 60대 공직자 부부입니다. 이들은 "강아지가 살아서 돌아왔다"며 '산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소중한 가족으로 맞이했습니다. 부부가 보내온 영상 속 산돌이는 집안에서 장난감을 물고 평화롭게 노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재 어미 개와 강아지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센터 측은 "남은 어미 개와 강아지는 함께 입양할 수 있는 가정을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위더스 동물보호센터 031-882-4381)
 
(구성 : 조을선, 촬영 : 송영훈·송은혜, 제보 : 전영숙, 편집 : 박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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