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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내 갈 길 간다' MZ세대 직장생활 이해하기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인-잇] '내 갈 길 간다' MZ세대 직장생활 이해하기
"이 메일 정말 보내요?"

나는 다시 한번 A 지점장에게 확인차 물었다. "예"라는 대답을 듣고 내키진 않았지만 전송 버튼을 꾹 눌렀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히 후회할 거야. 하지만 대단하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한 대리를 내놓다니. 일 잘하는 직원은 보통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는데.' 그리고 며칠 뒤 한 대리는 정기 인사발령에 맞춰 본사의 한 부서로 전근을 갔다.

그 뒤 무탈한 날이 계속되다가 어느 날 흉흉한 소식이 들렸다. 본사 어느 팀 과장과 사원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티격태격하던 중 결국 그것이 드러나 관련 보직자들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인사팀까지 나섰으니 진상이 밝혀지는 대로 누구 하나는 경력에 생채기가 날 것이고 이 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과 설문이 실시될 것이다. 나 같이 옛날 사고를 가진 보직자나 팀 내 선임자들은 '혹시나' 하며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됐다. 나는 컨퍼런스 콜을 소집해 "지점장님들, 우리는 문제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점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원들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는 없고 막막합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 무서워요. 참는 게 없습니다. 상전이예요", "어디로 튈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불만 섞인 답변을 쏟아냈다.

이 때 A 지점장이 말했다. 자기는 최근 석달 간격으로 신입 2명을 받고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지?' 하며 심히 걱정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염려와 달리 이상하지 않다는 것. 약간의 생각 차이는 있지만 그들도 기본적으로 과거 우리가 말단일 때와 마음가짐이 크게 틀리지 않다고 했다. 즉 상관에게 인정받기 위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잘못한 업무에 대해 지적을 받아도 자기들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쿨하게 받아들인다고.

B 지점장이 반박한다.

"운 좋게 좋은 직원을 잘 받았네요.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친구들은 너무 똑똑해요. 기존에 정립된 틀을 인정하지 않고 따지고, 또 어떻게 하든 손해는 보려고 하지 않죠. 동기들 외 직장 선후배들도 별로 신경 쓰지도 않고요. 이러니 조직 내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러자 A 지점장은 또 응수한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 그들만 그런가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단지 우리 때까지는 평생 직장이나 회사 우선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그 불편함, 억울함을 참고 지내고 지낸 거죠.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개인 우선이 되었고 또 결정적으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졌어요. 아시다시피 지금 회사는 상시 구조 조정을 하며 평가를 통해 언제든 직원을 퇴출시킵니다. 반대로 직원 역시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망하는 기업이 하도 많으니 한 회사에 평생 있으리라 기대도 안할 거예요. 현실이 이러하니 그들이 직장생활하면서 우리처럼 미래의 성공을 위해 굳이 참을 필요가, 헛되이 희생을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의 회사 정책이나 팀장의 판단이 자기한테 이익이냐 아니냐, 공평하냐 아니냐, 권리를 침탈 당했냐 아니냐를 더 정확하게 따지는 거죠. 어쩌면 이것이 현실에 맞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일 겁니다."

C 지점장도 말한다.

"그건 A 지점장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젊은 직원들 중에서도 이 회사를 다닐만하다고 생각한 직원 혹은 인정받고 있는 직원은 조직에 적응하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그러나 B 지점장은 "속은 알 수 없죠. 너무 믿으면 안 돼요. 우리도 언제 신고 당할지 몰라요"라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A 지점장은 또 반박했다. "예. 뒤통수 맞을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의 애로사항을 잘 파악하고 들어주면 그럴 일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 한 예로 최근 전근 간 한 대리의 경우 만약 이번에도 그의 전근 요청을 거절했다면 그는 우리 지점에서 잠재적 문제아가 되었을 것입니다. 필수 인원이라는 이유로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한 대리를 붙잡아 놓았으니 더 이상 그의 인내심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거죠. 물론 그가 없으면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저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대리를 억지로 잡았다면 지금 회자되는 그 문제 직원 때문에 겪는 고통을 어쩌면 지금 제가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말에 맞네, 틀리네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내가 "어쨌든 상황에 맞게 직원 관리 잘 합시다. 직원들 고충에 '그랬구나' 하는 공감 멘트도 좀 하고요. 이런 일 생기면 정말 골치 아프고 망신입니다"라고 말하며 끝냈다.

회의를 끝내고 잠시 A 지점장의 말을 곱씹어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김 사원이 일이 있음에도 정시 퇴근하려는지, 왜 박 대리가 하필 프로젝트 막바지에 휴가를 냈는지, 왜 오 사원이 막내 사원이 했던 이런저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지, 왜 정 과장이 추가되는 업무를 한사코 거절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확실한 생존환경에서 그들에게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것은 미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이익), 공평함 및 자기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난 짧은 호흡만 하는 것 같은 그들을 보며 "이상하다, 정말 이해가 안 되네"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그것을 밖으로 표출했으니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오해와 갈등만 키운 셈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젊은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자기들 딴에는 자기들 시대의 가치 및 관계 정립 방법과 한참 상이한 사람들을 상사로 모시면서 어떻게든 슬기롭게 지내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일 텐데 나는 그것을 이기적이라고,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앞을 내다보며 살지 못한다고 매도했으니 말이다. 아! 나 같이 이렇게 젊은 직원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회사 간부들이 많다면? 불협화음을 통해선 조직과 사업이 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 임원이 MZ 세대* 직원을 멘토로 모시는 '리버스 멘토링' 제도를 도입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먼저 전향적인 자세로 그들이 중요시 하는 가치와 회사 생활 방법을 "그랬구나" 하며 이해(존중) 해야겠다. 바로 A지점장처럼 말이다. 그것이 우리 지사에서 세대간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는 첫 단추요, 궁극적으로는 직원간 협력관계를 강화시켜 성과창출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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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 세대 :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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