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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까지 날아든 벌레떼…뜨거워진 한반도의 경고

<앵커>

기후 변화로 한반도 기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갑지 않은 병해충도 늘고 있는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해충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속보도, 오늘(18일) 첫 순서로 갑작스레 골칫거리로 떠오른 '돌발 해충' 이야기입니다.

손형안, 최재영, 권영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손형안 기자>

충주의 한 아파트 단지 옆 야산.

산책로 주변 나무 여기저기에 누런 물체가 붙어 있습니다.

[방제단원 : 저기 참나무에도 (알집이) 달린 게 있잖아. (네, 저기도 많네요.)]

매미나방의 알집입니다.

[이영준/충주시 산림보호팀장 : 일반 소나무 같은 데 평평한 데 그런 데다 (알을) 많이 낳죠.]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한 매미나방은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키는 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훈/어린이집 원장 : 소나무에 정말로 너무 많이 붙어 있었어요. 우두둑 떨어질 정도로. 이게 교실까지 기어서 들어 왔었어요.]

특히 애벌레들은 나뭇잎을 마구 갉아먹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여의도 20배가 넘는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최수복/충주시 병해충방제단장 : 알집은 제거를 하면 한 3일 후면 또 생깁니다. 우리가 박멸한다는 거는 사실 무척 어려울 것 같아요.]

경기 연천군은 미국 선녀 벌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녀 벌레는 발견된 지 6년 만에 연천 지역을 휩쓸었습니다.

[송종덕/경기 연천군 주민 : 옆(야산)에서 자꾸 오니까요. 꼭 진딧물같이 작물을 빨아먹으면 나중에 (식물이) 고사하더라고.]

서울 도심에서는 대벌레떼가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현성원/서울 은평구 주민 : 길옆에 나무에 그냥 그렇게 달렸더라고. 엄청 많은 거야. 조금 있으면 이야기도 안 하고. 줄을 엮어서 있다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눈에 띄지 않던 벌레들이 이렇게 늘어났을까?

지난 겨울 전국 평균 온도는 3.1도,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겨울에 얼어 죽는 해충들이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남영우/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1월 2월의 영하 일수가 40일밖에 안 돼요. 보통 50일 전후였는데, 올겨울 영하 일수가 굉장히 낮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돌발 해충의 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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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

방금 '돌발 해충'이라는 낯선 단어를 들으셨을 텐데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돌발 해충은 평상시에는 수가 많지 않아서 별로 피해를 주지 않다가 갑자기 폭증해서 피해를 주는 해충을 말합니다.

먼저 보신 매미나방, 선녀 벌레, 대벌레 모두 돌발 해충에 해당합니다.

이런 돌발 해충이 등장하는 건 기후 변화 탓이 가장 큽니다.

매년 5종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벌써 4종이나 발생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돌발 해충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없던 아열대 지방 해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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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 기자>

전북의 한 사료작물 밭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밖에서는 잘 자라고 있나 싶었는데 안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잎들이 여기저기 나옵니다.

잎이 거의 다 사라진 것들도 있습니다.

[와, 얘는 엄청 뚱뚱하다.]

모두 열대거세미나방 유충이 갉아먹은 것들입니다.

이름 그대로 열대지역에 사는 열대거세미나방은 지난해 처음 전북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올해는 피해 면적이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윤한글/전북 병해충예찰팀 : 열대거세미나방이 먹는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띄어요. 그런 부분만 봐도 확실히 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아열대 곤충이면서 감나무에 피해를 주는 갈색날개 매미충.

10여 년 전 발견된 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최재명/전북 병해충방제관 : 저희가 어느 정도 방제 대책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죠.]

게다가 추운 겨울이 사라지면서 해충들이 아열대 지역처럼 몇 번 더 번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해충 증가 속도 예측 모델을 보면 진딧물의 경우 2050년에는 3번 더 번식하고 2090년에는 6번 더 번식해서 개체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모기처럼 질병을 옮기는 매개 해충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준호/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생리 대사 기능이 증가를 하기 때문에 (해충들의) 발육이 빨라지게 되고, 성장도 빨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산란 수도 증가하게 되고요.]

지난 100년간 한반도는 평균 1.8도 더 뜨거워졌습니다.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00년대 후반에는 한반도 평균 온도는 최대 4에서 6도까지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발간된 정부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이런 온도 변화에 따른 곤충 연구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노인식,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 VJ : 정영삼·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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