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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휴일' 받은 택배기사들 "감격…쌓여있을 물량은 걱정"

'첫 휴일' 받은 택배기사들 "감격…쌓여있을 물량은 걱정"
'첫 휴일' 받은 택배기사들 "감격…쌓여있을 물량은 걱정"
28년만의 택배기사 첫 공식휴가…"분류작업에 인력투입 등 과로사 방지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12년 만에 아내랑 처음 여행을 왔어요. 둘이 포항에 들러서 물회 한 그릇 했습니다."
12년차 택배기사 박석환(51)씨는 휴일을 처음 맞았다. 그동안 한 번도 휴가를 받아 쉬어본 적이 없다.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늦으면 오후 9시까지, 아침과 점심을 거르며 300여개의 택배를 배달했다.
박씨는 "휴가가 생기니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면서 "내일은 또 어디를 같이 가볼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10년차 택배기사 최요나(52)씨는 "10년 만에 거의 처음으로 처가에 간다"며 "늘 고생만 시키고 대접도 못 해준 아내와 처가에 오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은 국내에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 만의 첫 공식 휴일이었다.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주자는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제안에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 한진, 로젠택배 등 4개 택배사가 응해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정하고 배송 업무를 중단했다.
평소에는 토요일에도 근무했던 택배기사들은 주말을 포함해 사흘 휴가를 받았다. 임시공휴일인 17일은 다시 정상 근무한다.


택배기사들은 일을 시작한 뒤 처음 맞는 소중한 휴가에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17일 다시 출근하면 사흘간 밀린 택배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았다.
4년차 택배기사 김별(38)씨는 16일 "그동안 딱 하루의 휴가를 얻기 위해 싸워 왔는데 이렇게 휴가를 받으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택배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1박 2일 가족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내가 쉬는 동안 고객들은 계속 택배 주문을 하고 있을 텐데 돌아오면 얼마나 많은 물량이 있을까 싶다"며 "주변에서도 이 문제로 고민하는 택배기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요나씨도 "돌아가면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텐데 사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며 "과로의 주원인인 분류작업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들은 오전 7시께 출근해 오후 1∼2시께까지 물류터미널에서 배달 물량을 분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물량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분류작업 시간도 늘어나 퇴근 시간도 늦어졌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없다.
택배기사들은 배달이 이뤄진 건에 대해서만 수당을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은 공짜노동인 셈이다. 택배노조는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분류도우미를 한시적으로 투입하자고 주장했으나 이는 이번 협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올 상반기 택배기사 12명이 과로로 숨졌다.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휴가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문제와 과로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첫걸음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면서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고 정부·택배사와 논의를 지속해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와 7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정부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한편, 택배사에 당일배송을 강요하지 말고 지연 배송을 공식적으로 허용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늦어도_괜찮아_챌린지"를 시작했고 많은 시민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김별씨는 "이 챌린지가 전파되는 모습에 큰 힘을 얻는다"면서 "오늘까지만이라도 택배 주문을 자제해주시고 늦어지는 택배 배송을 양해해주신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쉬고 올 수 있겠다"고 말했다.
zer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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