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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공연은 빨리 감기가 안 되나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장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 요즘, 공연예술 단체들은 온라인 영상을 통해서라도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공연을 영상으로 어떻게 보여줘야 사람들이 반응을 하고, 심지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을까?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가 SBS보도본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커튼콜>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총 5회에 걸친 전문가 심층 토론 중 2회차 토론의 주제는 "공연 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 SBS보도본부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김관호 올댓플래닝 대표, 김세규 LGU+ IPTV서비스 기획 책임, 김지원 EMK 뮤지컬컴퍼니 부대표 겸 EMK 인터내셔널 대표가 참여했다. 1시간 40분에 걸친 토론 내용을 2회로 나누어 요약, 소개한다. 이 기사는 토론의 후반부를 다뤘다.

# 무대 밖 예술가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

김수현 :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무대 위의 완결된 공연을 영상으로 담은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평소 볼 수 없었던 것'을 제공해 줄 때 눈길이 가더라. DG가 유튜브에서 진행한 '월드 피아노 데이(World Piano Day)' 가 좋은 사례인데, 피아니스트들이 세계 각지의 자기 집에서 피아노를 치 이걸 유튜브로 중계하지 않았나. 연주도 좋았지만, '집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 조성진의 베를린 집에는 책이 많이 쌓여있던데, 저 책들은 다 뭘까 하는 호기심도 들고, 어느 피아니스트 집에는 난로가 있어서 따뜻하고 아늑해 보이기도 하고… 이런 게 꼭 돈을 많이 들여야 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나.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해서 보여준 것인데.

곽아람 : 올해 초 코로나가 처음 퍼질 때, 국립현대무용단 단원들이 각자 집에서 혼자 춤추는 모습을 짧게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저는 재미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의외로 많은 호응을 보내 주시더라. 무대 밖 예술가의 일상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공연을 온라인 중계하면서 관객 피드백을 받아보니, 앞으로 보고 싶은 콘텐츠로 가장 많이 꼽은 답이 '안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이 보고 싶다' 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민되는 지점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은 미완성 상태의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SBS 골라듣는 뉴스룸'으로 들어보세요.
커튼콜-예술경영센터

# 완성 전의 모습, 창작자는 보여주기 싫어하지만…

김관호 : 그런 거부감을 극복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이 향후에 명성을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공연 영상은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일까, 보완재일까? 공연계는 신문사들이 종이신문을 온라인화할 때 겪었던 것과 같은 딜레마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공연을 소화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알려주는, '공연 읽어주는 사람' 같은 콘텐츠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수현 : 공연영상의 시청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또 있다. 네이버 같은 국내 플랫폼에서 공연 중계하는 걸 보면, 시작하는 줄도 모르게 스윽- 나와서 공연 보여주다가, 끝낼 때는 자기들도 카메라 보고 인사를 해야 하는지 마는지 어색해하면서 끝내는 경우도 있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 같다. 반면, 오래 전부터 유료화에 성공한 해외 유명 단체들의 영상엔 완결성이 있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 체험처럼 구성을 해서, 도입부 인사도 하고, 중간 휴식 시간에는 백스테이지에서 출연진 인터뷰도 하면서 굉장히 생생한 느낌을 계속 전해준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지나가다가 공연을 '목격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개선이 필요하다.

김관호 : 공연을 본다는 것은 공연의 시작과 끝을 목격하는 행위가 아니다. 공연을 감상한다는 것은 '맥락(context)적' 소비다. '공연을 볼까?' 하는 마음이 든 순간부터 뭘 볼까 언제 볼까를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로, 그리고 공연장을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 인터미션 시간에 나와서 느껴지는 공기, 끝나고 나서의 여운, 돌아가는 차창에서 보이는 풍경이 공연의 기억과 오버랩 되는 것…이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공연을 소비하는 행위를 구성한다. 영상으로 공연을 제공할 때는 이런'공연 소비의 '맥락'을 충족시켜 주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해외단체들이 리허설을 보여준다든가,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보여준다든가 하는 게 그런 노력인 것이고, DVD에 수록되는 부록 영상들도 같은 역할을 한다.

곽아람 : 무용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보면, 영상 제작에 들어가는 노력이 공연의 1.5배는 되는 것 같다. 많은 예산과 전문가가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들어가더라.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 실시간 시청하면서도 '빨리 감기' 누르는 요즘 사람들

김세규 : IPTV 팀원 중에 한 명이 "실시간 드라마를 보다가 습관적으로 빨리 감기 버튼을 눌렀다" 고 하더라. 워낙 '온 디맨드'라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생긴 해프닝인데, 시청자가 이미 그렇게 변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은 공연 장소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물리적으로 바뀌었을 뿐 스트리밍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들이 강한데,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보겠다는 시청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

김지원 : 실제 '필드'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현장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뮤지컬의 경우, 촬영 '당하는' 배우들이 영상화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유료화를 할 경우 수익이 나는지, 배분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 정립된 게 없기도 하지만, 뮤지컬 공연의 경우는 (멀리서도 눈에 보여야 하니까) 분장이 과장되어 있고, 땀도 많이 흘리고… TV 드라마처럼 예쁘게 화면에 잡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본인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영상에 남는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거기서 모든 논의가 막혀서 스톱되어 버리는 경우가 90%는 될 거다.

김관호 :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늘 초기 단계에서 변죽만 울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김수현 : 오늘 논의를 정리해 보자면, 공연 영상 콘텐츠 중에 생산자 측면에선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소비자 측면에선 저게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말 이 영상이 누구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지, 아직 이 공연을 안 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걸 보여줄지 등에 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다음 주에는 영상 제작에 관해 보다 깊은 얘기를 나눠 보기로 하자.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https://youtu.be/OQFm65rLkpc

● 토론회 제작지원 :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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