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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영상 켜 놓은 그대, 실은 라면 끓이는 중?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공연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뭔가 해 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영상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보라고 올리는 걸까?

올들어 공연의 영상화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정작 '수용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가 SBS보도본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커튼콜>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더아프로>는 국내외 산재되어 있는 공연예술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주요 소식과 현황을 제공해 해외 진출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마련된 플랫폼이며, 팟캐스트 <커튼콜>은 SBS보도본부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연 전문 채널이다.

총 5회에 걸친 심층 토론 중 지난 10일 열린 2회차 토론의 주제는 "공연 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 SBS보도본부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김관호 올댓플래닝 대표, 김세규 LGU+ IPTV서비스 기획 책임, 김지원 EMK 뮤지컬컴퍼니 부대표 겸 EMK 인터내셔널 대표가 참여했다. 1시간 40분에 걸친 토론 내용을 2회로 나누어 요약, 소개한다.

커튼콜-예술경영센터

김수현 SBS 정책문화팀 선임기자 (공연예술 전문기자) : 각자 몸담고 계신 분야에서, 공연 예술 영상화의 현황은 어떠한지?

김관호 올댓플래닝 CEO (공연예술 전반 콘텐츠 기획) : 공연의 영상화는 7~8년 전부터 글로벌 트렌드였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외력(外力)에 의해 시장 문이 열린 셈이다.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자 관점에서의 논의는 부족한 상태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 관객들은 이미 세계 수준의 공연 영상에 익숙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공연 영상이란 기록(아카이빙) 용도이거나 해외 프로모션 용에 국한된 수준이었다고 본다. 이번 상황을 차별화 계기로 삼고 있다. 공연 풀 버전을 보여주는 것 외에, 현대무용에 원래 자리 잡고 있던 '댄스 필름'이라는 형식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김세규 LG유플러스 IPTV서비스 기획 책임 : 공연 영상을 포함한 영상 콘텐츠 소비 자체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디바이스와 네트워크의 발달, 요금제 다양화 등을 요인으로 들 수 있고, 52시간제 확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지원 EMK 뮤지컬컴퍼니 부대표 : EMK인터내셔널의 대표로서 '브로드웨이 온 디맨드'라는 미국 플랫폼의 'K-씨어터' 프로그래밍 디렉터 역할도 맡고 있다. 브로드웨이는 공연을 영상으로 보여주면 오프라인 티켓 판매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영상화에 보수적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K-씨어터 플랫폼을 통해서는, 영상 유료화 수익을 거둔다기보다는 북미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 조회 수는 높았는데… 얼마나 오래 봤을까?

김수현 : 네이버나 유튜브가 온라인 공연 플랫폼으로 주로 쓰이는데, 해 보니 어땠는지?

곽아람 : 국립현대무용단은 4월 예정돼 있던 <봄의 제전> 공연을 유튜브와 네이버 채널로 해 봤는데, 온라인 조회 수가 오프라인 관객 수의 7배 정도 됐던 것 같다. 다만, 평균 시청 시간이 그리 길진 않더라. 충성도 높은 시청자는 유튜브 채널 쪽에 많았다. 반면 네이버는 불특정 다수의 많은 이용자에게 현대무용을 처음 선보이는 효과가 높더라. '처음 본다' '신기하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김관호 : 조회 수가 높은 반면 시청 지속시간이 짧다는 걸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회 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우리 작품을 선택해 줄 의지가 있는 관객층, 즉 잠재적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체류시간이 짧다는 건 그런 잠재적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적중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반성하면 된다.

김지원 : 뮤지컬 제작사들의 90%는 온라인 영상을 오프라인 티켓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도구로 생각할 것이다. 온라인에 공연 영상을 풀면 사람들이 그것만 보고 극장에는 안 올 거라는 불안도 많았다. 그런데 대학로 소극장 공연인 <팬레터>가 처음으로 네이버에 전막 무료 공개를 하고 나니 오프라인 현장 티켓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최근엔 <마리 퀴리>가 재연에 들어가면서 네이버에서 무료로 영상 중계를 했는데, 네이버에서 공연으로는 역대 최대 조회 수가 나왔다더라. 네이버에서 영상을 본 사람의 10%가 실제로 와서 공연을 봤다고 하고. 영상 공개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김세규 : 우리 IPTV에서 중간 일시 정지나 이탈 없이 끝까지 보는 지속시간을 체크해 보면, 공연 영상이 특정 장르의 다큐나 영화보다 오히려 길게 나온다.

# 화면엔 공연이 흐르지만… 시청자는 라면 끓이는 중?

김관호 :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영화의 경우 시청자가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보려면 일시 정지 눌러놓고 다른 일을 처리하지만 공연 영상의 경우 몰입도가 약하기 때문에 그냥 화면에 켜둔 채로 다른 일을 보는 것 아닐지? 라면도 끓이러 가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김수현 :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장르에 따라 그런 면이 있다. 서사가 있는 장르는 잠시 다른 일 하느라 흐름을 놓쳤다가도 다시 되돌려서 챙겨보는데…

김관호 : 우리가 일상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백그라운드 뮤직'인 경우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화면에 나오는 게 조성진 쯤 되면 시청자도 터치 하나하나 집중해서 보겠지만, 장면적 요소가 음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음악은 소리로 들으면서 설거지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곽아람 : 사실… 현대무용의 경우, 라면 끓여 먹고 와도 화면에 별일 안 생긴다.(일동 웃음) 내용상 서사가 없는 경우도 많고. 장르 특성상 일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김관호 : 문화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펀(fun)이냐 펑션(function)이냐, 그 둘 중 하나는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 무용 영상물 같은 경우, 그 자체에 흥미를 느껴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fun을 제공) 무용 전공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 배우려는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경우는 function을 제공). 지금까지의 공연영상이, 작품 전체가 올곧이 패키징되어 있는 완결된 구조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소구 대상의 특정한 목적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서 (즉 function의 충족을 위해서) 콘텐츠를 가공해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소비자가 '시간'이라는 재화를 투입할 만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으면, 영상이 유료든 무료든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무용은 영상화의 전망이 단기적으로는 좋은 편 아닐지. 원래부터 무용은 다른 종류의 예술이나 기술을 결합시키며 발달해 왔지 않나.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메시지 전달을 위해 좀 더 많은 장치나 도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세계적으로 봐도, 무용이 영상을 매우 많이 활용해 왔다. 무용의 비언어적 (non-verbal) 특성은 해외수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만, 영상 미학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 후반작업 소요도 많고 제작비도 더 들어갈 것이다.

# 알아야 찍는다… '편집 지옥' 피하려면?

곽아람 : 우선 무용을 잘 이해하는 영상 제작자가 필요하다. 아직은 안무가의 무용 언어, 무용수의 동작과 연기를 이해하는 영상 제작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관호 : 공연 예술 전반의 기획업무를 하다 보니 공연 잘 찍는 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데, 소개해 드릴 수가 없다. 제가 야구에 비유해서 이렇게 말한다. "규정타석 미만"이라고. 다들 경험치가 부족한데, 몇 작품 해본 거 갖고 공연영상 잘 만든다고 말하기 어렵거든.

2시간짜리 공연을 영상으로 찍는다고 할 때, 크레인 쓰고 드론 날리고 하다 보면 카메라 20대 들어간다. 그러면 무려 40시간 분량의 영상이 나온다. '편집 지옥'이 펼쳐진다. 후반 편집 비용도 너무 많이 들게 된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애시당초 찍을 때부터 굉장히 디테일한 '콘티'가 나와 있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한 장면씩 채워가지 않으면 영상물을 만들기도 어렵고, 나중에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어렵다.

*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SBS 골라듣는 뉴스룸'으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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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객석을 재현? No!

김수현 :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의 영상을 일본에서 유료로 상연했는데… 어땠는지?

김지원 : 아이돌 온라인 공연의 가격을 보는 비용이 3만 원 대인 점을 감안해 일본 온라인 상연의 가격을 책정했다. 세 명 캐스트를 다 보는 건 9천 엔, 한 명 보는 건 6천 엔 정도로 했는데, 일본 관객들이 비싸다는 반응은 전혀 없더라. 한국에 공연 보러 오는 것보다 덜 드니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뮤지컬 관객층의 연령대가 훨씬 높고 60대도 많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액수 자체보다는 플랫폼 회원가입과 온라인 결제 등을 낯설어하시는 게 더 문제였다. 다행히 일본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경우, 영화관인 메가박스에서 상영해 본 바 있다. 재연 들어가기에 앞서서 한 달 간 스크린에 올린 건데, 2위를 했다. 1위가 무려 겨울왕국이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직접 공연장 가서 보겠다는 피드백도 많았다.

이런 종류의 모범사례로 자주 얘기되는 게 역시 브로드웨이의 '해밀턴(Hamilton)'인데… 해밀턴의 영상물은 무대공연과는 독립된 또 하나의 장르로서 완전한 경쟁력을 갖는다는 리뷰를,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많은 매체가 실었다. 이 작품을 영상에 담기 위해 촬영팀이 두 달 동안 대본을 연구해서 화면을 설계하고, 실제로 찍을 때는 사흘간 9대의 카메라만 갖고 아주 효율적으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디즈니 대표가 "최고의 객석을 (영상으로) 옮긴 게 아니라 극장에 없는 좌석을 만들어 냈다"고 칭찬했을 정도로 그 자체로 뛰어난 작품이 나왔다. 본격적인 유료화를 하려면 이런 정도의 완성도와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수현 : 네이버의 V-Live는 대중음악 한류 콘서트에 특화된 플랫폼인데, 순수예술 분야의 공연을 올리고 과금을 하기에는 어떤지?

곽아람 : 네이버 쪽에서 먼저 국립예술단체들에게 제안이 왔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공연을 보면서는 '관람료'를 내는 게 아니라 '후원'을 하게 되어 있다. 저희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 네이버TV를 통해 VOD를 판매하는 걸 기대했었는데 시스템적으로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무용단 자체적으로 VOD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 '댄스필름+ 공연+ 예술가와의 대화'를 한 패키지로 묶어서, 우선 극장-영화관에서 시험적으로 오픈하고, 그 패키지 영상과 공연, 토크를 연계해 본격 유료화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11월에 오픈할 '볼레로 만들기'라는 현대 무용 콘텐츠가 저희 무용단으로서는 첫 번째 유료화 모델이 될 것이다.

김관호 : 콘텐츠에 대한 감상이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시점에서, 공연영상 유료화는 소비자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고 해서 무료로 시작한다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영상에 돈을 안 받으면) 부차적인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모델 -예를 들어 광고라든가 - 에 기댈 수밖에 없고, 나중에 바로잡을 수도 없어질 수 있다. 결국은 영화 VOD의 가격 체계를 참고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곽아람 : 뮤지컬이나 상업적 연극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순수예술에 대해서는 돈 내라고 하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정서도 있다. 순수예술 입장에선,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준비단계로서 영상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영상 유료화의 전망은, 장르 안에서도 작품별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것 같다.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https://youtu.be/NUJ3kDXg6K4

● 토론회 제작지원 :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 [다음 토론회 보기] 실시간 공연은 빨리 감기가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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