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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산산조각 난 '내 집 마련' 꿈…다인건설 오피스텔 공사중단, 그 후

[취재파일] 산산조각 난 '내 집 마련' 꿈…다인건설 오피스텔 공사중단, 그 후
집·주택·부동산·2020년 여름, 대한민국에 가장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입니다. 깨끗하고 아늑한 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그 안에서 가족과 행복한 삶을 꾸리는 것. 모두가 바라지만 모두가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꿈입니다. 여기 힘들여 모은 돈으로 가족의 꿈을 분양받았지만, 공사가 멈추면서 빚과 이자만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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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국회 앞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다인건설 피해자 모임 회원 수십 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다인 건설의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공사 재개, 계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울부짖었습니다. 이들은 "다인 건설 배임·횡령 혐의 압수수색, 과대광고 사기 분양"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0석 거대 여당이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도급 순위 66위인 중견 건설사 다인건설은 경상도를 중심으로 도심 요지에 '로얄팰리스'라는 주거형 오피스텔 건설 사업을 벌이다 경영 악화로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빠르면 이미 2018년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수분양자들은 계약 당시 시행사가 대신 납부해주기로 약속한 매달 70만 원 대의 중도금 이자까지 부담하고 있습니다.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기약도 없는 상황. 멈춘 공사장은 9곳, 계약한 세대는 약 5천 세대에 달합니다.

(자세한 이야기 : ▶ [취재파일] 공사 중단에 끝 모를 이자 부담 "빚만 갚다 죽게 생겨")

보도 이후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자가 늘고 각지의 피해자 모임이 힘을 모아 합동 상경 집회까지 열게 된 겁니다.

다인건설 피해자

● 정부 여당에 '문제해결' 호소했지만…

피해자 모임은 7월 3일 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결의문과 요구사항을 전달했습니다. "다인 건설의 오동석 회장이 만든 가족 경영 회사의 횡령과 비리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거형 오피스텔에도 분양 보증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도 제안했습니다.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미온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도 이후 국토교통부는 관할 지방 국토관리청에 공사 중단 원인과 공사 대금 미지급 현황 등 실태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2월부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공사 중단의 원인인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상의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건과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릅니다. 보통 건설사가 시행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관청에 신고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의 건설회사와 시행사는 모두 다인건설 회장 일가가 경영하는 그룹 계열사입니다. 부산 국토청이 아무리 서류 제출을 독촉해도 다인 측에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이라, 강제력이 없는 행정 조사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유사 피해를 막을 대책도 필요합니다. 수분양자들이 할인에 현혹돼 신탁사가 아닌 곳에 입금했다가는 자칫 건물이 다 지어져도 분양대금 납부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행사의 안내에 따라 잔금을 모두 시행사에 입금해버려서, 입주한 뒤에도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도된 이후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에 협조를 요청해 분양대금 피해 사례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 "민·형사 문제 제기 취하하세요, 이자는 내줄게"

이러는 동안에도 계약 피해자들의 삶은 하루하루 곪아가고 있습니다.

대구 동성로 수분양자들은 이달 말까지 6개월 치 이자 300~400만 원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중도금 대출의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에서 어려운 피해자들의 상황을 참작해 6개월간 이자 납입을 유예하고 이자율도 낮춰주기로 했는데 그 유예기간이 이달 말 끝나는 겁니다. 비교적 싼 분양대금에 매력을 느낀 신혼부부나 노령의 수분양자들이 많다 보니, 이자가 가벼운 부담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행사와 건설사, 새마을금고는 수분양자들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습니다. 8월까지 이자를 전액 감면해준다는 겁니다. 조건은 "시행사의 민형사상 법적 진행 상황, 압류, 가압류 취하 및 해제"에 동의하고 계약한 내용과 다른 설계로 시공하는 것에도 동의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중도금 이자는 시행사가 모두 부담하기로 했던 것인 만큼, 피해자들은 적반하장인 다인 측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동의서에서 건설사는 내년 4월까지 준공을 약속하고 있는데, 여기에 황당한 조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내년 4월 말까지 준공이 안 된다면, 그동안의 이자를 소급해 고스란히 수분양자의 부담으로 돌린다는 내용입니다. 약속을 못 지킨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시행사나 건설사가 부담하겠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이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부 수분양자들은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결국, 건설사가 약속을 지키기만을 믿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하는 겁니다.

노른자위 땅에 번듯한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가 이를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여서 이혼까지도 고민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같은 시각, 어렵게 모은 돈으로 새로 지어진 '내 집'에서 한 번 살아보려는 꿈을 꾸다가 산산이 부서진 사람들, 그래서 이혼을 하거나 예정된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20년 가장 뜨거운 화두 '부동산'을 둘러싼 한 편의 부조리극입니다.

헌법 제35조는 국가가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알려진 뒤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반응은 한가하기만 합니다. 기다림보다는 싸움을 선택한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은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나라가 건설사의 책임을 물어달라'는 2차 서울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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