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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수량과 작은 교량 침수 걱정"…방류 실패 이유도 황당

[취재파일] "강수량과 작은 교량 침수 걱정"…방류 실패 이유도 황당
● 금강 최상류…전북 진안 용담댐

전북 진안에 있는 용담댐은 금강 최상류 지역에 있다. 댐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전북 무주를 시작으로 충남 금산, 충북 영동, 옥천을 거쳐 흘러간다.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이들 4개 자치단체는 물폭탄을 맞았다. 주택 204채, 농경지 745㏊가 물에 잠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보다 무서운 게 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참혹했다. 집안은 진흙투성이가 됐고, 살림살이와 가재도구도 물에 젖고 망가져 이재민들은 당장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성난 강물이 휩쓸고 가면서 평온했던 보금자리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것이다. 수해가 난 지 5일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참혹한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 대피령 내린 지 1시간 뒤 초당 2천900톤 방류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부리면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건 8일 오전 11시다. 앞서 수자원공사 용담댐지사는 10시 30분쯤 금산군청에 방류량을 초당 1천500톤에서 3천200톤으로 늘린다는 통보를 했다. 화들짝 놀란 군은 침수 우려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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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은 예고한 대로 낮 12시 초당 2천900톤을 방류했다. 새벽 2시 50분 방류량은 1천 톤이었고, 오전 9시 40분에 1천490톤, 11시 10분 2천500톤으로 늘려 방류한 데 이어 9시간 만에 방류량이 세 배로 증가한 것이다. 댐이 토해낸 큰 물줄기는 불과 2시간여 만에 도착했고, 금산 주민들의 삶터를 송두리째 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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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산 지역에 내린 비는 평균 74.9㎜이고, 전날 강수량도 평균 72.3㎜였다. 이 정도 비로 침수피해를 입을 수는 없다며 주민들은 용담댐 방류가 직접적 침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방류량을 크게 늘린 데 따른 인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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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당일 용담댐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금강홍수통제소는 대청댐과 용담댐의 운영 자료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용담댐은 지난달 14일 첫 방류를 했다. 오후 2시 10분 초당 90톤을 시작으로 200여 톤까지 점차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30일까지 방류량을 조절했다. 홍수기 제한 수위 261.5m를 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홍수기 제한 수위는 비가 많이 내려 홍수 우려가 있는 6월 21일~9월 20일까지 3개월간 댐 수위를 261.5m 이하로 운영해야 하는 기준이다. 용담댐의 계획 홍수위는 265.5m다. 계획 홍수위는 비 올 때 담아두고 그치면 내보내기 위한 기준으로 댐이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빗물 한도다. 홍수기 3개월을 제외하고 평소 만수위는 263.5m다.

● 홍수 제한 수위 넘겼지만 뒷북 대응

용담댐의 홍수 제한 수위는 지난달 30일 12시 40분에 261.53m로 기준치를 넘었다. 그 뒤로 침수피해가 난 8일까지 제한 수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방류량을 서서히 늘려 수위를 낮춰 댐으로 들어오는 빗물 유입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물난리 하루 전 낮 12시 수위는 262.45m였고 초당 1천962톤의 물이 댐으로 들어왔지만 수문을 통해 흘려보낸 물은 15%인 초당 297톤에 불과했다. 오후 2시 10분엔 초당 3천103톤으로 유입량이 크게 늘었는데 방류량은 유입량 대비 9%인 293톤에 그쳤다. 또 1시간 뒤인 3시 20분 유입량은 4천205톤이었고 방류량은 12%인 494톤이었다. 3시 40분엔 물이 더 늘어 4천872톤이 들어왔는데 방류량은 497톤으로 10%에 머물렀다. 오후 4시 10분엔 3천986톤의 유입량에 비해 방류량은 16%로 621톤을 댐 밖으로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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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으로 큰물이 들어오는데도 찔끔찔끔 흘려보내며 골든타임을 놓쳤고, 그러는 사이 댐 수위는 12시 262.45m에서 오후 4시 10분까지 4시간 동안 1.3m가량 급격히 불어나 263.73m로 홍수 제한 수위 261.5m를 2m 이상 초과한 상태였다.

그 뒤 방류량을 점차 늘려 8일 12시엔 유입량 4천19톤에 72%인 2천900톤을 방류했지만 수위를 낮추기는 역부족이었고 하류 지역 전북 무주, 충남 금산, 충북 영동, 옥천 4개군의 침수 피해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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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운영지침에 따르면 홍수기 때 제한 수위를 초과하면 방류량을 조절해 수위를 낮춰야 한다. 그런데 침수 피해 1주일 전쯤부터 제한 수위를 넘겨온 상태에서 침수 하루 전 큰물이 들어올 때만이라도 방류량을 늘려 대응했으면 물난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실정이다.

● 방류 실패는 강수량과 작은 교량 침수 걱정 탓

수자원공사는 12일 환경부 브리핑에서 방류량 조절실패 원인을 기상탓으로 돌렸다. 당초 7~8일 이틀간 댐 유역인 진안과 장수에 최대 300㎜의 강수량이 예보됐는데, 실제로는 평균 380㎜가 내렸고 장수 지역엔 최대 446㎜의 비가 내려 급격히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한 수위 이하로 방류량 관리를 못 한 데 대해서는 작은 교량인 세월교 침수를 막아달라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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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교는 하천에 흄관을 깔아 물이 흐르도록 한 뒤 관 위를 시멘트로 덮어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교량이다. 강 건너 농경지를 오가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리로 장마철 빗물에 강물이 불어나면 수시로 물에 잠긴다.

방류량 조절 실패를 날씨와 작은 교량 침수 걱정 탓으로 돌리는 수자원공사의 해명은 군색하다. 2001년 댐 준공 뒤 첫 홍수피해가 난 만큼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또 다른 수해를 막을 수 있다. 초당 방류량을 어느 정도로 할 때 하류 지역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나와야 방류조절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금산 제원면 수재민은 2003년 가을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매미 때도 강물이 범람하지 않았다면서 집 절반이 물에 잠긴 건 처음이라고 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면 부실한 대책이 나오고 제2, 제3의 수해 걱정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후 이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 지구촌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냉정하고 솔직한 분석을 기초로 구체적 대책을 세우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운영할 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늘 실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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