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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16은 혁명" 文과 대립했던 장군…장관 되나

[취재파일] "5·16은 혁명" 文과 대립했던 장군…장관 되나

인사 임박설에 軍 술렁…"5·16은 혁명" 이순진 장관론 급부상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8.13 15:20 수정 2020.08.13 18: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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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에 정경두 국방장관이 이임하고 후임 인사가 있을 거란 이야기가 6, 7월부터 군 안팎에서 파다했습니다. 거의 정설이 됐고 하마평에 몇몇 주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달 들어서는 갑자기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유력한 차기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내일(14일) 이순진 장관 인사 발표가 예정됐다는 소문까지 나왔습니다.

이순진 전 의장이 국방장관이 되면 현 육군참모총장인 서욱 육군 대장은 합참의장, 현 지상작전사령관인 남영신 육군 대장은 육군참모총장으로 자리바꿈할 거라는 게 군의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군의 기득권 세력인 육사 출신은 서욱 대장뿐이라는 점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방부 차관, 방사청장 자리도 새 임자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자리 모두 민간인이 차지할 텐데, 강은호 현 방사청 차장이 차관과 방사청장 둘 다에 후보로 이름이 올라있다고 군 소식통들은 입을 모읍니다.

● 5·16은 혁명인가?…2015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경전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2015년 10월 5일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야당 대표였습니다. 국방위원 자격으로 청문회에 나서 이순진 전 의장과 치열한 토론을 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DMZ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8월 9일 날 우리 후보자께서는 제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고 계시면서 그날 골프를 하셨어요. 그 점에 대해서 뭐라고 지금 답변을 하시는가 하면 '몰랐다', '그때까지 2작전사에는 그 사실이 전파되지 않았다' 이렇게 변명을 하셨어요. 군인답게 잘못했다, 그렇게 쿨하게 인정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순진 당시 후보자 : 상황 전파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이 골프를 친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의장 청문회에 앞서 인사하는 문재인-이순진
목함지뢰 사건은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북한 소행이 유력했기 때문에 그 시점에 한가하게 골프친 점에 대해 이순진 당시 후보자는 깨끗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5·16혁명에 대한 생각을 두고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과거 논문에 '5·16은 혁명이다' 이렇게 적은 적이 있거든요. 그러시죠?
-이순진 당시 후보자 : 예.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그에 대해서 답변을 요구하니까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렇게 답변을 하셨어요. 지금 합참의장은 군권을 가지고 전군을 지휘를 해야 될 그런 입장인데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겠죠? 과거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5·16을 혁명이라고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 합참의장이 되려는 마당에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순진 후보자 : 그 당시 논문을 작성할 때 다양한 참고자료들을 활용해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참고자료를 활용…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지금은 정립되어 있어야죠. 합참의장이 되실 분이니까. 5·16군사쿠데타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다 정립되어 있고 공식화된 것인데 답변하기가 힘들어요?
-이순진 당시 후보자 : 개인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여기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어떻게 개인적인 견해입니까? 지금 합참의장이 되실 분인데 앞으로 군을 통솔하실 분 아닙니까?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혁명이다, 이렇게 의식을 갖고 있으면 그런 자세로 어떻게 군 통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이순진 당시 후보자 : 앞으로 합참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는 명확한 소신을 갖고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이순진 당시 후보자 : 역사적 판단에 맡기기…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 : 지금 역사적 판단은 무엇입니까? 5·16에 대해서 내려져 있는 역사적 판단이 무엇입니까? 그렇게 얘기하면 야당이 어떻게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 동의할 수 있겠어요? 군인답게 당당하게 말하세요. 아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무슨 눈치를 보시는 거예요?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이순진 당시 후보자를 힐난했습니다. 야당 국방위원들은 이에 청문회를 계속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순진 후보자는 결국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 어렵사리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한) 대법원판결을 인정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5·16에 대한 그의 생각이 지금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2017년 8월 이순진 전 의장의 전역식은 흐뭇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히 참석해서 부부 동반 항공권을 선물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해외여행 한번 못 가봤다는 전언에 문 대통령이 캐나다에 사는 딸 보고 오라고 캐나다 왕복 항공권을 준 겁니다. 이순진의 생각, 철학이야 어떻든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군심을 얻으려는 행보로 해석됐습니다.

● 김운용, 김용우 등 육사 출신은 밀리나

전 육군참모총장인 김용우 예비역 육군 대장(육사 39기)과 전 지작사령관인 김운용 예비역 육군 대장(육사 40기)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 계급장을 달아줬습니다. 육군참모총장과 지작사령관이라는 영예로운 현역 마지막 직분도 이번 정부에서 시작해 마무리했습니다. 따지자면 이번 정부의 군인들입니다. 자의(自意)가 없더라도 차기 장관 후보들입니다.

김운용 예비역 대장은 육군의 대표적인 작전통입니다. 3사단장, 2군단장,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을 역임했고 전략적 식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용우 예비역 대장은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 전투단 등 스마트 육군의 기틀을 놓은 인물입니다.

반면 이순진 전 합참의장(3사 14기)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의장을 역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군인입니다. 한민구 전 장관도 쿠데타라고 강조하는 5·16을 쿠데타라고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국회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적폐라고 하는 예비역 장군들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귀띔합니다. 육사 출신의 독주에 대해 비판적인 문 대통령이 비육사 이순진의 국방장관 기용을 원한다는 소문이 많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이유입니다. 장관 후보로 꼽히는 3명의 재산은 이순진 10억 7천772만 원(2017년 기준), 김운용 14억 3천100만 원(2018년 기준), 김용우 2억 5천만 원(2018년 기준)입니다.

문재인 정부 1기 군 지휘부...제일 왼쪽이 이순진 전 의장, 문대통령에게 말을 하는 인물이 김용우 전 육군총장이다.
● 합참의장, 육군총장, 국방차관, 방사청장…연쇄 인사 기다린다

차기 합참의장에는 서욱 육군참모총장(육사 41기), 차기 육군참모총장에는 남영신 지작사령관(학군 23기)이 유력합니다. 이순진 국방장관이 확정되면 육사 소외론이 떠오를 게 뻔합니다. 비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에, 비육사 출신의 장관이면 군 최대 세력인 육사 출신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영신 사령관은 기무사령부 해편과 안보지원사령부 탄생의 주역이라는 가점(加點) 요인이 있지만 작년 삼척 목선 귀순 사건, 올해 강화도 월북 사건의 경계 실패 책임자라는 감점(減點) 요인도 있습니다. 현재로선 기무사령부 해편의 공(功)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가 육군참모총장이 되면 비육사 출신으로는 최초의 육군참모총장이 됩니다.

차기 국방부 차관 후보로는 강은호 방사청 차장과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차기 방사청장에는 강은호 방사청 차장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강은호 차장은 차관, 청장 후보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방사청에서 군 출신들과 경쟁하고 있는 행시 출신 간부들이 강 차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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