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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뒷광고, 모두를 속인 유튜브 속 트루먼쇼

[인-잇] 뒷광고, 모두를 속인 유튜브 속 트루먼쇼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SBS 뉴스

작성 2020.08.12 11:06 수정 2020.08.12 15: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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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짐 캐리의 1990년대 대표작, 영화 트루먼 쇼를 아시나요? 1998년 개봉한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명작 코미디입니다.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 분)은 자신이 주인공인지 모르는 채, 평생 TV쇼의 주인공으로 살아왔습니다. 그의 이름을 본뜬 '트루먼 쇼'는 일종의 '몰래 카메라 쇼'인데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그의 모든 사생활이 실시간으로 공개됨은 물론, 그가 사는 마을은 거대한(만리장성 사이즈의) 세트장이며, 그의 가족과 이웃은 모두 연기자입니다. 엄청난 스케일이지요? 시청률도 엄청난 스케일입니다. 전 세계인이 애청자거든요. 도쿄, 베이징, 뉴욕 할 것 없이 말입니다.

영화 트루먼쇼 (사진=영화 트루먼쇼 스틸컷)
이런 스케일이니, 제작비도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나 협찬이 꼭 필요하지요. 하지만 24시간 라이브 방송이니, 중간광고를 넣을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트루먼 쇼는 곳곳에 광고를 녹여 넣었습니다. 트루먼이 입는 옷, 먹는 음식, 쓰는 물건 모두가 간접광고인데요.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광고 멘트도 날립니다. 트루먼의 주변 사람들이 불쑥불쑥 쓸데없는 소리를 내뱉는 건데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트루먼, 자네 이 맥주 마셔봤나? 전혀 새로워진 공법으로 만들었다네. 다른 맥주보다 한 차원 높은 풍미를 선사하지." 맥락에 맞지 않고 생뚱맞은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인물이, 정해진 물건을 들고 꼭 그 말을 해야 하는 게 계약조항이거든요.

그런 기묘한 상황에 트루먼은 점점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정말 실재하는 세상인가? 나는 이 공간과 사람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점차 주변을 믿지 못하게 되지요. 그리고는 깨닫습니다. 본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마을 밖을 나간 적이 없다는 걸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때쯤,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부부싸움이 한창이던 트루먼네 집. (연기자인) 아내는 울며불며 자기를 왜 믿지 못하냐고, 트루먼 당신은 점점 이상해져 간다고, 모든 건 정상인데 당신이 의심병 환자가 된 거라고 열연을 펼칩니다만... 갑자기 표정이 돌변합니다. 광고 멘트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거든요. "여보, 화내지 말고 이 코코아 한잔 어때요? 이전의 코코아와는 전혀 다른 한 차원 높은 달콤함에 놀라고 말 거예요." 이런 식의 대사를 내뱉는 아내를 보며, 트루먼은 절규합니다. "도대체 누굴 보고 말하는 거야!!!" 여러분도 상상해 보세요. 미친 사람처럼 서로 소리 지르며 부부싸움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웃으며 코코아 파우더 박스를 들고 '한 차원 높은 달콤함'을 이야기하는 상황을요. 이 사건을 통해 그의 마음 속에서,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한 마지막 한 조각 신뢰마저 무너져버립니다. 참 황당한 장면이지요?

하지만 그 황당한 일이 2020년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걸, 우리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었던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폭로 대란이지요. 한마디로 광고가 아닌 순수한 리뷰인 척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뒤로는 큰돈을 받아낸 조작 행위를 말합니다.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는 '슈스스(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 라고 불리던 한 인기 스타일리스트의 '내돈 내산' 리뷰 사건이었지요. 내 돈으로 내가 산 패션 아이템을 소개한다는 이 컨셉은 여성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업계 탑인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깐깐한 안목으로 자기 돈을 주고 산 물건이라면 누구라도 신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직접 산 물건 사이에 교묘히 협찬품을 섞어서 영상을 찍어왔다는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그 대가로 영상 한 편당 직장인 연봉에 버금가는 돈을 받아왔었음은 물론이고요.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뒷광고 논란' 한혜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가 협찬 · 광고 표기 없이 PPL을 진행했다는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이렇게 시작된 뒷광고 논란은 전 분야로 퍼져나가, '먹방'에서 최고조를 찍었습니다. 300~400만 구독자를 가진 초대형 유튜버들을 시작으로 20~30만 수준의 중형 유튜버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먹방 유튜버들이 뒷광고로 돈을 받고, 음식을 먹었던 것이지요. 심지어 그들 중에는 잘 먹었다면서 가게에 계산하는 장면을 넣은 사람도, 또 본인이 산 것을 입증한다며, 영수증을 공개하며 방송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드러난 것이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이 그런 '기만'을 자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구독자들은 새까맣게 모른 채, 그들의 리뷰를 믿고 구입하고 있었고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 핵심은 '시장의 성장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 '창작자의 태도'일 겁니다.

초대형 크리에이터가 연간 30억~50억 이상을 버는 유튜브 업계. 이미 시장의 파워와 경제력은 기성 미디어만큼 커진 '황금 광산'입니다. 한 키즈 채널의 한 달 광고 수익이 공중파 3사 중 한 곳의 수익보다 많았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니까요. 하지만 유튜버들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구독자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친근한 이웃 사람'에 멈춰 있습니다. 연예인만큼 또는 그 이상 수익을 벌어들이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연예인만큼 '공인'이라는 자각은 하지 못하는 상태. 딱 그 어느 지점에 걸쳐져 있다고 할까요. 즉, 일반인과 방송인의 스펙트럼 속에서, 그들의 '재력과 파급력'은 방송인에 가까운, 또는 월등히 뛰어넘은 지점에 서 있지만 그에 걸맞은 태도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루 이틀 만에 잠잠해졌던 여타 유튜브 논란과 달리, 이번 일은 분명 여러모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두 명 유튜버의 태도 논란이 아닌, 업계 전체가 짜고 친 '기만'이기 때문이지요. 구독자들에게는 '유튜브'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불신을, 유튜버들에게는 '재기 불능'의 파문을 주는 소위 '역대급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이 논란은 꼭 필요한 성장통이 아니었을까요. 갑자기 주어진 부와 인기, 명예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라야만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유튜버들은, 이제라도 뼈저리게 배워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끝내 '기만적인 세상'을 뛰쳐나가 버린 트루먼처럼, 시청자들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작은 세상 자체를 훌쩍 떠나버리고 말 테니까요.

장재열 네임카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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