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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산사태 취약지 관리 제도, '7명 사망' 불렀다

<앵커>

많은 비가 쏟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도 분명 있습니다. 이번 비로 경기도 가평과 평택 그리고 안성에서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모두 7명이 숨졌는데 확인 결과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당국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관리가 잘되고 있는 건지, 홍영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산사태가 덮친 안성의 마을을 전문가와 함께 찾아가 봤습니다.

산 정상에서 시작된 산사태는 땅 아래 숨겨져 있던 물줄기를 따라 양계장이 있는 민가까지 500m를 내려왔습니다.

흙더미는 민가를 덮친 이후에도 최대 400m를 더 갔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산사태가 위에서 내려오면 눈덩이처럼 커가지고 치고 내려오니까. 물처럼 계곡을 구불구불 가는 게 아니라 직진해버려요. 평소 때 물이 안 오는 지역인데….]

1명이 사망한 이 현장, 정작 산림청 산사태 위험 등급 조사에서는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습니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위험이 적다고 봤던 건데 정작 산사태 후 산림청 조사에서는 암반이 풍화돼 있고 대규모 토사도 쌓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 언제든 쓸려 내려갈 환경이었다는 겁니다.

일가족 3명이 숨진 가평 펜션도 가파른 산비탈에 지어 토사가 덮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인데 산사태 취약지역에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각도가 펜션 쪽으로 35도 아님 40도인데, 상당히 가팔라요. 보통 30도 이상 되면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지자체가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산사태 위험도를 평가하는 규정은 없고 취약지역으로 지정돼도 1년에 두 번 정기 조사만 할 뿐 건축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가평군청 관계자 : (취약지역) 현지 점검을 나가요.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응급조치가 필요한지 없는지. (하지만) 강제로 '이곳을 개발하지 못한다' 이런 거는 저희가 따로 권한이 없어요.]

취약지 관리제도가 실질적인 피해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김태훈, 영상편집 : 박진훈, CG : 이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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