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건장관, 타이완 방문한다…1979년 단교 후 최고위급

미국이 타이완과 단교한 1979년 이후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타이완을 방문하기로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5일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타이완 방문에 관한 성명을 내고 "타이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는 물론 그 이전부터 글로벌 보건 협력과 투명성의 모범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타이완의 글로벌 보건 리더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전달하고,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건강 보호와 증진에 있어 최고의 모델이라는 우리의 공통된 믿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타이완과 단교했으며, 이후 타이완 정부와의 고위급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중국 강경 정책을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타이완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입니다.

미국 각료가 타이완을 방문하는 것은 지나 매카시 미국 환경보호청장이 2014년 타이완을 방문한 후 6년 만입니다.

에이자 장관은 매카시 청장보다 높은 고위직으로, 1979년 미국과 타이완의 단교 후 타이완을 방문하는 미국의 최고위급 각료입니다.

미국은 특히 코로나19 확산 후 타이완의 세계보건기구(WHO) 재참여 문제를 놓고 중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타이완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회원국이 아니라 옵서버로 WHO 총회에 참가해오다가 2016년부터는 중국의 반대로 이마저도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은 코로나19 확산 때 '모범 대응국'으로 부상한 것을 계기로 WHO 재참여를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구 2천400만 명의 타이완은 전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476명, 사망자 7명에 불과해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국가로 떠올랐습니다.

에이자 장관의 타이완 방문은 타이완의 WHO 재참여를 지지해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무역전쟁, 기술전쟁 등으로 갈등을 겪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됩니다.

타이완 외교부는 에이자 장관이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만날 것이라면서 "이번 방문은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타이완과 미국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중 수교 후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타이완을 방문하는 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 차이 총통과 만나기로 하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5월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취임한 후 중국군은 타이완 인근에서 비행 훈련을 강화하고, 타이완 상륙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하는 등 타이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에이자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 등을 대동할 예정이며, 타이완의 고위 관료와 보건 전문가들을 만나 코로나19 대응에서 타이완의 역할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사진=미 해군 7함대 페이스북, 연합뉴스)